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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85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졔
추천 : 2
조회수 : 5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2/17 03:13:57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이 언제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령 10만 번을 가보아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두 마리의 물고기를 방금 낚아내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는 중일 테고, 사슴은 여전히 예쁜 뿔과 날씬한 다리를 하고 물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젖가슴을 드러낸 인디언 여자는 여전히 같은 모포를 짜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우리 쪽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이를 더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결코 더 나이를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변한다는 것뿐이다. 이번에는 우리가 외투를 입고 있다든지, 지난번 짝이었던 여자아이가 홍역에 걸려 다른 애와 짝이 되었다든지 하는 것이다.
 또는 에이글팅거 선생 대신 다른 선생이 인솔한다든지, 또는 부모가 욕실에서 지독한 부부싸움을 벌이는 소리를 들은 다음이라든지, 또는 가솔린 무지개가 떠 있는 길가의 물웅덩이를 지나왔다든지 하는, 우리 쪽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설사 설명할 수 있다 해도 설명할 기분이 날지는 의문이다.
 나는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사냥모자를 꺼내 썼다.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날씨가 매우 습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걸으면서 동생 피비가 옛날의 나처럼 토요일이면 그 박물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에 내가 본 바로 그 사물들을 피비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볼 때마다 피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명랑하게 하지도 않았다.
 어떤 사물들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저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다. 어쨌든 나는 걸어가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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