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마녀에게 바라는 것
게시물ID : readers_202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ushian
추천 : 0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6/12 23:44:47
옵션
  • 창작글
어느 나라에 현명하고 고결한 마음을 가진 군주가 있었다.
통치에는 원칙이 있었고 행동에는 철학이 깃들어 있었다.
이 나라에는 마녀도 살고 있었다.
선인을 헐뜯고 자신을 내세우길 좋아했다.
군주를 시기하는 자들은 마녀에게 아첨하였고
마녀는 사람들의 위에 군림하고 싶어했다.

고결한 도덕성은 계속된 날조에 흠이 갔고
마녀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마침내 군주는 권좌에서 내려오고
조롱과 멸시 속에 죽어갔다.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백성들은 탄식으로 나날을 보내며 구세주를 원했다.

세월이 흘러 마녀는 권좌에 오르고
나라는 기강이 문란해지고
죄없는 사람들은 죽어갔다.
왜냐하면 마녀는 고결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기 때문이다.

마녀는 사람을 세뇌하고 조종하는 흑마술에 능했다.
사실 그게 다였다.
마녀는 사람을 다스릴 줄 몰랐다.
반발하는 자들에겐 설득하기보다 억업을 가했다.
마녀의 농간에 넘어간 이들은 애국을 외쳤으나
그들이 사랑한 건 단지 빛바랜 과거였다.
그리고 그 과거의 상징이 마녀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동정조차 하지 않았다.
도덕을 외치는 자들은 조롱당했고
그게 밥먹여주냐는 파렴치하고 저급한 자들은 되레 당당했다.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도덕이 사라진 나라에서의 생존전략이 되었다.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자신이 약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행위이므로.

마녀는 늘 화려한 옷을 입고
알 수 없는 기괴한 주문을 외우며
나라의 존망보다 자신에 대한 여론관리에 몰두했다.

어느날 사막에서 불어온 저주가
사람들을 덮치며 퍼져나가자
마녀를 따르는 자들은 저주를 감기따위밖에 안 되는 일로 여겼고
마녀 또한 유언비어 퍼트리지 말라고 협박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자들은 외면한 채로.

마녀는 사람을 살리는 백마술을 쓸 줄 모른다.
마녀의 흑마술은 마녀의 어두운 후광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사람을 다스릴 줄 모르므로 공포를 잠재울 수 없다.
마녀를 따르는 사람들만이 어두운 후광을 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녀는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날까 두려워한다.
마녀는 결코 구세주가 아니었다.

나는 마녀가 자신조차 속박하는 과거로 짜낸 모자를 벗길 바란다.
63 평생 무능했던 자가 갑자기 유능해질 수는 없다.
당치도 않다.
단지 마녀가 양심과 도덕심에 눈을 뜬다면
그리하여 자신이 정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단 하나임을 깨닫고
평생 처음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면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녀를 위해 변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마녀도 결국은 사람이라고.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