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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외 한권
게시물ID : readers_206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옹이도있어?
추천 : 1
조회수 : 50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7/10 12: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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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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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틀런드 러셀 자서전 -버틀런드 러셀
 
자서전을 안보는 편이라 패스했는데, 괜찮다는 평가에 빌렸습니다. 다만 상,하 두 권이 있어서 다 보고 나서 쓸거예요.ㅎㅎ
 
 
 
 
2. 7년의 밤 - 정유정
 
책게에 28 추천하는 글이 많았는데,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이걸 먼저 빌렸어요.
글쓰는 능력이 탁월하신 듯, 흡입력이 있습니다. 가정폭력과 관련되어 가해자의 입장을 서술하는데도 그에 동조되기 보다는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스스로를 변호하는 데도 그 악마성을 감출 수 없다는 의미일테니까요.
 
하나의 사건이 가진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면의 진실을 보게 되면 '사실'이 다르게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한 소설적인 장치들이 조금 어색합니다. 이런 점에선 취향에 맞지 않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만, 전 재미있었어요.ㅎㅎ

 
 
 
3. 해리스 버딕과 열네 가지 미스터리
 
스티븐 킹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빌렸습니다.
 
어느날 놀라운 그림과 영감을 주는 문장을 가지고 출판사에 방문한 뒤,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는 해리스 버딕...에 대해 서문에서 다루며 미스테리함과 흥미를 고취시키지만, 제 입장에선 별로 안와닿음;;ㅋㅋ 그림과, 그림에 제시된 문장을 가지고 작가들이 단편소설을 쓴 건데 당연히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재미 없거나 너무 문장에 얽매인 것 같아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볼만하구요, 특히 글쓰는데 취미 있으신 분이라면 영감의 소재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장소, 또 다른 시간
"문제의 해답이 있다면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나를 보았다. 그 동안 몇 번째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7살 무렵이란 거다. 망연히 깨진 컵만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톱 끝으로
콕, 하고 빗자루를 찍으니 우울하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서린다.
 
엄마 몰래 치우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난 멍청한 '작은 나'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엄마가 돌아오는 순간 들키고,엉덩이를 두들겨
맞을 것이다.

 "하암-"

새벽 두시. 조금 피곤하다. 하지만 다른 세계의 나는 너무 빨리 자라서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기지개를 켜는 사이에 벌써 여덟 살 생일날이 됐다. 엄마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옆집
아줌마 얼굴에 문대도록 지시한 뒤 지루함에 몸을 꼬았다. 사실 이런 어린 시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 학교를 간 뒤부터다.
 
다른 건 몰라도 시험만큼은 놓치지 않고 틀린 답을 알려주었다. 이정도면 내가 알려주는 걸
믿지 않을 만 한데도, 손톱 끝으로 ‘콕’하고 답을 찍어줄 때마다 무슨 계시라도 받은 것 마냥
환하게 웃는다. 그 결과 낙제생이 되었다.
 
옳은 답을 알려줄 수도 있었다. 굳이 지금처럼 중학교시기에 커닝을 시키지 않아도 됐고,
저쪽의 나를 화장실로 끌고 가는 빌어먹을 놈에게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었지만...
지루하게 발가락만 꼼지락댔다. 뜨겁고 끈적끈적하던 것이 차가워져서, 이젠 거끌거끌하게
바스라진다.
거슬려.
 
방에 처박힌 나를 보며 손톱 끝으로 컴퓨터만 계속 찍었다. 콕, 콕, 콕.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고 충혈 된 눈이 보기 싫게 번들거릴 정도로.
지금까진 순조롭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젠 말할 사람도 없지만. 나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7살 때 우유를 엎지르고서 처음 알게 된 이 능력은, 다른 차원에 있는 나를 보는 것이다.
진짜 '나'가 기억하고 있는 일들. 그 선택의 순간에서 난 내가 선택할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
조종이라기엔 좀 이상하지만, 내가 손톱 끝으로 '콕'하고 찍으면 다른 차원의 나는 그것을
'해답'처럼 여기고 실행한다.
 
내가 죽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1시간 사이에 나는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나의 선택을
비틀어 여러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노숙자에서부터 주식시장 갑부까지.수백 번의 엔딩을 보고
질려버린 후. 여러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이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느낀 뒤 이 짓거리는 그만뒀었는데...
 
난 다시 한 번 손톱 끝으로 컴퓨터를 '콕'찍었다.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려던 나는 홀린 듯이
컴퓨터 앞에 자리 잡는다. 수많은 내가 여러 삶을 살며 다른 방향으로 끝을 보았음에도,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
 
난 지루한 얼굴로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했다. 너무 쉽게 죽어버린 게임캐릭터를 부활시키며,
다시 한 번 나에게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제 고등학생 정도. 거의 다 왔다.

-끼익

불편한 자세를 바꾸느라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오만상을 찌푸렸다. 짜증나! 더러워! 발로 걷어
차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다시금 손톱 끝으로 컴퓨터를 찍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문제의 해답이 있다면,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드디어! 방에 어머니가 들어왔다. 또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나는 손톱 끝으로 어머니를 '콕'
찍었고, 지루하던 기다림이 끝났다. 기다리던 선택의 시간이다.
 
내가 허공을 보았다. 나를 찾는 것이다.
난 침묵했다. 그가 내 대신 답을 찾아 줄 때까지.
 
 
 
 
이 책보고 엄청 오랜만에 글 써봤네요. 어색////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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