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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1
게시물ID : readers_212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카피
추천 : 0
조회수 : 26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11 18:20:45

1. 동반자살

연희가 들어가자 부르릉 차량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형 준수의 축하편지를 기다리는 준혁은 앞으로 다가올 불행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준혁의 앞에 선 택시에서는 한명의 여자가 내려선다.

섹시한 복장에 여자는 20대 초반의 얼굴을 한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다.

무심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 여자도 준혁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준혁의 무심한 표정과는 다르게 여자의 눈은 준혁을 쏘아보며 빈정대고 득의양양한 웃음이 겉돌았다.

그 싸늘한 눈과 입술을 자세히 보자 준혁은 ‘악’ 하고 소리를 칠 뻔하였다.

가만히 서있던 땅이 올라오는 것 같고 속이 거북해지는 것을 느끼는 준혁이었다.

준혁이 이렇게 놀라고 당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여자는 죽을 줄 알았던 준혁의 아내였던 것이다. 그리고 준혁의 머릿속에는 그녀와의 기억 그것도 악다구니가 받쳐지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이런 심술궂은 운명이 닥치는 것인가? 죽은 줄 알았던 그 요망스러운 계집이 살아서 자신의 눈앞에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아름다운 모습과는 다르게 남을 속이고 욕보이고 홀리는 것을 자신의 재주로 아는 징글맞은 여자였다.

‘아~ 저년이 아직 죽지 않았구나! 죽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거짓말이었구나!’

눈을 씻고 다시 여자의 얼굴을 보니 택시에서 내린 여자는 분명히 자신의 아내 김혜영이었다.

그녀와의 악연은 예전으로 돌아간다.

한 때 사업가로 유명한 준혁에게 아름다움을 무기로 다가왔다.

그는 업계에서 지니어스로 통했다. 출중한 외모와 인텔리한 지식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강남에서 IT 관련 사업을 하며 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처음에 혜영은 건강미 넘치는 육체와 재치를 무기로 준혁을 유혹했다. 그런 그녀에게 빠져 준혁은 사업도 엉망이 되었다.

강남에 거주하는 된장녀 중 단연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혜영은 준혁의 골수까지 빨아먹을 자신이 있었다. 명품과 이벤트는 그녀의 자랑이었다.

만난 지 2달도 안되어 혜영은 준혁을 결혼까지 하는 것으로 꼬셨다. 처음 준혁도 그녀에게 헤어나올 수 없었다.

여자를 많이 만나보지 못한 그의 단점이었으라, 또한 그녀의 방종술은 그가 헤어나오기에는 너무 강한 유혹이었다.

그녀의 돈에 대한 탐욕은 마침내 그의 마음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탐욕에 일종의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럼 위자료를 주세요.”

그녀는 혼인신고를 한지 보름도 되지 않아 그에게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자신을 폭행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위자료로 상당한 액수를 혜영이에게 빼앗겼다. 아마도 지방에 조그만 건물을 살 정도는 될 것 이다.

돈을 주면서 헤어졌으나 며칠 후에 조그만 우편물이 날아왔다. 김혜영 즉 준혁의 부인이 죽었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래서 이혼 수속을 따로 하지 않아도 별 탈 없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것이 잘못이었다. 헤어지고 며칠을 술만 먹었던 자신의 실수도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랑스런 연희와 결혼한 첫날밤 호텔에서 죽은 줄 알았던 전 부인이 얼굴을 드러냈다는 사실,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차라리 어제 나타나지! 어제 왔더라면 연희와 결혼식을 치리지 않았을 것을...’ 조용한 한탄이 나왔다.

‘아니 아예 나타나지 말지. 갑자기 이런 시기에 이곳을 어찌알고 나타난단 말인가?’

준혁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마치 ‘이 얼굴을 잊지 않았겠지’ 하는 듯 하며 호텔로 사라져 버렸다.

남은 준혁은 서 있을 기운도 없었다. 옆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일어서질 못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전 부인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또한 전 부인이 살아있는 한 연희와 결혼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닌지 라고...

당장 자치센터에 가서 초본이며 등본을 열람하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연희를 부인이라고 부를 권리를 빼앗겼다. 권리 지금 권리가 중요한 시점인가?

내일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호텔에 데리고 온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사방이 어두워지며, 인공으로 만든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리듯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진짜 폭포라면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자살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차라리 지금 죽어버리는 것이 자신의 죄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죽는다면 ‘남겨진 연희는?‘ 이라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무런 죄가 없는 그녀는 결혼한 첫날 신혼여행을 와서 남편을 여의고 과부가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재혼이 별거 아니라고 하겠지만 아직도 ‘남편 잡아먹는 년’ 이라는 수식어는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그녀가 받을 상처로 인해 꽃다운 청춘과 그녀의 삶은 한숨과 눈물로 가득할 것 아닌가?

자신으로 인해 생긴 일련의 사건으로 연희가 불쌍하고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는 기구한 자신의 팔자에 울다가 자신처럼 목숨을 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그는 차라리 연희와 동반으로 자살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차라리 그녀와 함께 죽어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남아서 슬퍼하는 사람이라도 없을테니 이렇게 귀엽고 살가운 이를 세상에 홀로 남겨두고 나 혼자 목숨을 끊을 수는 없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

이런 쓸데 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그만 동반 자살을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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