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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외 여러권
게시물ID : readers_214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옹이도있어?
추천 : 6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20 15: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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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정으로 들어오지 못했는데, 그 동안 읽었던 책들입니다.
찍을 땐 별생각 없었는데 올리고나니 정유정 작가님 책들이 참 낡았네요.ㅋㅋ
뭐 그만큼 인기 있다는 반증이겠죠~

어제 다 올려버리려다 쓸데없이 도배하는 것 같아 오늘 나눠 올립니다.ㅎ




1. 28 - 정유정
정말 처절한 이야기였습니다. 감정을 이렇게 폭풍처럼 몰아치게 하는 글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너무 잔인할 정도로 사람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데, 바닥에 떨어지고 나면 '아직도 이게 남아 있었네?'하며 빼앗아 던지고, 또다시 절망속에 빠진 사람에게, '그런데 이런 것도 남아있었어.'하며 마지막 남은 것까지 집어 던집니다. 절대 일어설 수 없도록.

보는 내내 저것만은 빼앗아 가지 않기를. 하고 제가 대신 간절히 바랬습니다. 무엇하나라도 쥐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그렇게 빼앗기고 빼앗기다 보면, 종국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그 순간 사람이 생을 견디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며, 묘한 휴머니즘이 찾아옵니다.

게다가 감염을 막기 위해 개들을 살처분 하는 광경을 보며 이전 구제역의 끔찍했던 일들이 떠오르고, 그 다음엔 세월호가 떠오르고, 시청에 집결한 사람들을 보면 광주가 떠오르고...그렇게 묘하게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7년의 밤도 그렇고, 이 작가는 사실 너머의 '진실'에 주목하는 커다란 눈을 가진 것 같습니다. 글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시각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찾아보고 싶은 작가가 또 생긴 것 같아 좋았습니다.





2. 내심장을 쏴라 - 정유정
28로 좀 기대를 해서 일까요? 기대감에 비해선 평범했습니다. 정신병원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그 때문에 초반에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예전에 이외수 씨 책을 보면서 감옥과 정신병원으로의 도피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것 같아 좀 불편했는데, 이 작가도 그런 식으로 정신병원을 바라보는 건가 싶어서요. 굳이 말하자면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고, 정신병원 그 내부만의 위계와 규율을 가진 또다른 세계가 되었다는 점에선 다릅니다.

모든 것을 피하려고만 하던 주인공이 변화하는 모습과, 마지막 결말을 보고나면 두 팔을 벌리고, 위협적인 것에 당당하게 마주서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조금은 가슴이 벅찬 그런 느낌이요.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3. 철학, 가장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가장 최근의 대답들 - 니컬러스 펀
마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서부터 인간인가, 변화하는 자아 속에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나인가 등 철학적으로 계속 반복되는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쉽게 다루었지만, 쉽다고 해서 그 깊이가 낮은 건 아닙니다. 상당히 괜찮은 철학책으로,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철학사는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읽기 좋은 책입니다.






4. 강철군화 - 잭런던
계몽주의 소설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근현대소설집에서 볼법한 개화기와, 당찬 신여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세련되진 못합니다.ㅋㅋ 1984나 멋진 신세계와 비교했을 때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 무척 투박합니다.
게다가 여성 화자의 입장인데, 여자 같지 않아요.ㅋㅋㅋㅋ 남자가 여성의 입을 빌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미는 있습니다. 한번 잡으면 후루룩 봅니다.

동시에 군대와 비밀경찰, 폭력단을 통해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계급의 분열을 유도하는 모습이나,
주인공 아버지의 사회비판적인 책의 출판이 저지되는데도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상황이나, 사람들을 계몽시키려던 주교가 정신병원에 갇히고 결국 자살하는 등의 모습은... 이렇게 옛날 소설인데도 현재 우리나라가 얼핏 겹쳐 안타깝습니다.




5. 중력과 은총 - 시몬 베유
사진에 두번 찍혀 있는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는 농담이구요, 이 책만 다 못읽어서 반납하지 않고 다음 책을 빌렸는데, 이전에 사진 찍은 걸 깜박해서 두번 찍혔습니다.

시몬 베유라는 철학자의 짧은 단상에 대한 모음집입니다. 기독교적인 내용이라 그냥은 안봤을텐데, 철학적 시읽기에서 나온 문장이 좋아 빌리게 되었습니다.

빛과 중력, 중력과 은총, 높은 것과 낮은 것, 피상적인 것과 고귀한 것.

기독교 사상이라기엔 불교나 노자의 사상과 일통하는 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읽고 나면 왜 그가 기독교인인지, 그에게 있어 신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자기 안으로 깊게 침잠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사색. 텅빈 방에 홀로 있을 때 떠오르는 촉촉한 눈물같은 글입니다.

가볍게 읽는 것이 아닌 문장 문장을 곱씹어, 느리게 읽는 것이 더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6. 두개의 한국 - 돈 오버더퍼
기본적으로 잘 쓴 책+외국인의 시각이라서 볼 수 있는 객관성과 새로운 시각이 좋습니다. 
매일 앞모습만 보던 사람의 옆모습을 바라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저자가 거의 모든 점에 있어서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폭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 현대사와 관련해선 극좌에 가까운 편인데, 그래서 더 새롭다고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이승만에 대해 치가 떨리게 싫어하는데...어쨌거나 이걸 보면서 그들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 나라안에서 살고있어 명확하게 느끼지 못했던 전쟁이란 것이, 이 책에서는 실감이 납니다. 남북긴장관계를 보면 정말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도화선을 보는 것 같아 밖에서 왜 우리나라를 그렇게 위험하게 보는지 감정적으로 이해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속터집니닼ㅋㅋㅋ 보면 화나고 울컥울컥하고...그 와중에도 딱 한번 웃겼던 적이 있었는데, 

"대다수의 남한 사람들은 노태우를 가발을 쓴 대머리, 다시말해 독재정권을 연장할 또 하나의 군부세력이자 전두환의 분신이라고 생각했다."

진지하게 읽고 있다 '가발쓴 대머리'에서 빵터졌습니다. 그러나 이 이후로 웃긴 부분은 단 한번도 없는 걸로...ㅜㅜ 근현대사가 그렇죠, 뭐;






7. 버닝 데이라이트 - 잭런던
엄청난 부자&인기가 많지만 여자를 돌보듯함&매력적인 성격&현재는 살이 쪘지만 남성적이고 잘생긴 외모의 남자가 평범한 여자의 지적인 모습에 반해 모든 걸 버리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란 점만 보면 그냥 할리퀸인데 남자가 써서 그런가 색다릅니다.
잭런던이라서 그런지, 계몽주의 할리퀸이예요.ㅋㅋㅋㅋ

재미는 있습니다.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아, 디디. 아무것도. 

이 사업이란 걸 잘 모르는 군. 사업은 서류 위에서 이루어져. 알겠소? 
내가 클론다이크에서 파낸 금이 어디있소? 20달러 금화, 금시계, 결혼반지속에 있소. 나한테 무슨일이 일어나든 그 것들은 남아요

(중략)....지금 이 상황도 똑같아. 난 서류나 마찬가지요. 수십평방킬로미터에 대한 서류. 그 서류가 불타고 나도 같이 타죽어버려도 땅은 남아요. 
거기 비가 내려서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라나고 집이 지어지고 전차가 다녀요. 

사업은 서류로 이루어져. 
서류가 없어지거나 내가 죽거나 그건 똑같은 일이야. 

그건 저 땅에 있는 모래 한 알 바꾸지 못하고 길 옆의 풀잎 하나 비틀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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