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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야기 6.5 척추 전문 의사에게 찾아온 위기
게시물ID : readers_231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칙과정의
추천 : 22
조회수 : 137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2/10 09: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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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의대생 신분으로 대학병원의 여러 과로 실습을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정형외과 전공의였던 한 선생님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실습 나가면 잘 챙겨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힘들기로 내로라하는 정형외과 수련 중이어서 많이 피곤하고 힘들 텐데도 먼저 나서서 학생들부터 챙겨 주시곤 했습니다. 덕분에 수술 방에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이것저것 소소한 것들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 즉시 응급실로 이송되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경추 골절과 척수 신경손상으로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손목만 겨우 움직이는 사지마비라는 후유증을 얻게 되었습니다.


척수 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상태, 이 상태에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얼굴과 뇌, 심폐 기능만 유지된 채 누워 지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입니다.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고통뿐 아니라 욕창과 폐렴의 위협 또한 이겨내야 합니다. 더 참담한 것은 화장실에서 봐야 할 생리적인 문제조차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정형외과 의사로 한창 수술을 배우고 있었고 이제 수련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환자들의 척추 수술을 담당해야 할 전문인 당사자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사고가 벌어진 것입니다. 얼마나 황당하고 힘들었을까요. 지나던 중 병문안 삼아 그 선생님의 병실에 들어갔다가 도저히 오래 마주할 수 없어서 금방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이후 재활의학과 실습 중 그 선생님이 재활을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몸을 가누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엄청난 노력으로 어느 정도 손의 기능이 회복되었고 곧 본격적인 재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옮긴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항간엔 걷지도 못하게 된 마당에 의사로서의 인생은 끝나지 않았냐 하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그 뒤 소식을 몰랐는데 몇 년 전 KBS <강연 100℃>라는 프로그램에서 반가운 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재활에 성공하고 나서 그 경험을 토대로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재활의학과로 전공을 바꾸는데 성공하여 현재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서울의 한 공공병원에서 활발하게 환자를 돌보고 계시더군요.


본인이 직접 척수손상을 겪고 재활 과정을 이겨 내어 분야는 바뀌었지만 다시 의사의 길로 들어섰듯이, 포기하고 주저앉으려는 많은 재활 과정의 환자분들께 실질적인 조언을 하며 힘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힘들었던 사고 당시와 재활 과정의 뒷이야기를 알고 있어서일까요? 이 프로그램을 보며 더 울컥해 왔습니다. 선생님 사례를 이 지면에 기록해도 될지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다시 연락이 닿아 더 기쁘네요.


-> KBS <강연 100℃> 김동구 - 불행의 뒷모습 편, 추락사고로 인한 척수장애를 극복한 재활의학과 전문의

다시 보기 : https://youtu.be/CYmaiQT-ihE

   


이렇게 이 지면을 통해 이 얘기 저 얘기 써 내려가다 보니, 오늘 손을 다쳐 저희 병원에 오셔서 수술 일정을 잡고 입원하신 한 가정의 가장에게도 앞으로 강인한 사람의 스토리가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힘내세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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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runch.co.kr/@csj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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