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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시 세 편 + 감상
게시물ID : readers_244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우
추천 : 2
조회수 : 63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18 21:27:51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박정대 시인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나의 가슴에 성호를 긋던 바람도 

스치고 지나가면 그뿐

하늘의 구름을 나의 애인이라 부를 순 없어요 

맥주를 마시며 고백한 사랑은 

텅 빈 맥주잔 속에 갇혀 뒹굴고 

깃발 속에 써놓은 사랑은 

펄럭이는 깃발 속에서만 유효할 뿐이지요 

이 세상의 예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복잡한 거리가 행인을 비우듯 

그대는 내 가슴의 한복판을 

스치고 지나간 무례한 길손이었을 뿐 

기억의 통로에 버려진 이름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맥주를 마시고 잔디밭을 더럽히며 

빨리 혹은 좀더 늦게 떠나갈 뿐이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애인이란 없어요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애인이지요 



+) 한 소설가가 내일이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을 더 충실하게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듯이, 어떤 사랑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 오히려 더 소중히 하게 될까요?





모과 - 김중식 시인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까맣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망신의 사랑이여! 



+) 이문재 시인의 감상을 옮깁니다. "사랑이 의지라고? 그렇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인위다. 사랑이 지극한 인위가 아니라면, 사랑은 탐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No.89 - 피천득 옮김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절으리라.  

그대의 말씀에 구태여 변명 아니 하며.  

애인이여, 사랑을 바꾸고 싶어 구실을 만드시는 것은  

내가 날 욕되게 하는 것보다 절반도 나를 욕되게 아니 하도다.  

그대의 뜻이라면 아직까지의 친교를 말살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의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알은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대를 위하여서는 나를 대적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내 사랑할 수 없나니.



+) 덧붙일 말을 마땅히 찾지 못하겠네요. 아무쪼록 시 읽으며, 피곤한 몸과 마음이 조금은 치유되시기를. 모두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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