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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논문에 대한 명상
게시물ID : readers_25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향유。
추천 : 1
조회수 : 4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01 22: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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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작년에 논문 준비하다가 패러디로 썼던 겁니다...ㅎ



논문에 대한 명상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변주하며)


자, 나와 함께 논문에 대한 명상을 행하자
먼저 필요한 재료를 가르쳐주겠다. 준비물은

학위 논문을 위해 빌린 책 수십권
복수 전공 논문을 위해 빌린 책 수십권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석사 논문 수백편
예비 졸업생의 한숨

위의 재료들은 힘들이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존 논문들을 긁어 모아서 정렬한다.
이때 욕심을 떨쳐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논문은
학문적 증진을 위한 논문이 아니라 
졸업을 위해 만들어지고 검수만 받으면
평생을 어두운 곳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썩혀지는 운명을 가진 논문이다.

이것이 끝난 다음,
기존 논문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잘라낸다.
이 때에에는 컨트롤 씨와 컨트롤 브이를
적절하게 구사해야지 반죽이 더욱 잘 된다.

반죽이 충분히 끈기가 날 정도로 되면
출처를 명확하게 써주면서 속까지 익힌다.
이 때에 논문의 양식을 제대로 따라야한다.
논문은 그 안에 들어가있는 재료의 맛보다는
겉에 드러난 데코레이션을 제대로 치장해야지만
제대로 된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치장이 끝나면,
그것을 인쇄하여 잘 다듬은 뒤에 
스테이플러를 끼운다. 
이렇게 해서 명상이 끝난다.

이 얼마나 유익한 명상인가?
까다롭지 않은 명상 끝에
아무 쓸모없는 논문 두 편이 찍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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