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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 08] 그와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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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지강이
추천 : 0
조회수 : 2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25 15: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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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소개 내용 : “는 다짜고짜 저의 팔을 잡았습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16

“아… 제가 강지영 씨 가족분에게 연락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는 중대한 사안을 말하는 듯이 내 눈을 지그시 응시하면서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들의 사망 사건 이후에 이사 오기 전 집으로 다시 방문했어요. 왠지 그래야만 했어요. 아들의 체취를 추억할 수 있는 곳은 그 집이 유일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그곳으로 도착하여 아들의 방을 둘러보는 데 누가 왔던 흔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경찰인가 싶기도 했고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의 장난은 아니었을까 하며 넘겨짚었지만 아무렴 그게 뭐 어떤가요. 이제는 의미가 사라진 고인의 방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녀는 한 모금 차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둘러본 지 한 시간 조금 넘었을 때 이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가려고 했는데 제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어 화들짝 놀랐어요. 놀란 저를 지그시 쳐다보는 사람은 범상치 않은 옷차림새를 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다시 보니 무속인들이 입는 옷과 비슷했지요. 화장을 과장되게 해서 성별 구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몸에서 여성의 굴곡이 보여 짐작할 수 있었어요. 웬 무속인이 이곳에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의아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제게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생전에 와 동행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라고요. 저는 이 말을 이해하는 데 조금 애먹었어요.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제게 와서 그와 생전에 동행했던 사람이라고 하니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다시 멀뚱히 쳐다보았고 그 무속인이 재차 말해주었지요. ‘저는 가 살았던 동안 같이 지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애인같이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협력하는 관계로 동행했었어요.'

그제야 그녀가 제게 아들의 행적을 설명해줄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지요.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뒤에 있는 대청마루에 앉아서 얘기하자고 청했어요.

우리 둘은 제 곁을 떠난 아들의 행적을 얘기하다가 강지영 씨까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강지영 씨 가족분께 연락이 닿았던 겁니다."

그녀는 내가 의 집을 방문한 후에 들른 것이 분명했다. 그날이 내가 갔던 날과 일치하는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내가 다녀간 이후에 온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내가 갔을 당시엔 무속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 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아까 말씀하셨던 무속인은 어느 분인가요? 저도 처음 듣는 분인지라…"

“그녀는 아마… 아들과 오랫동안 협력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녀도 제 아들의 어릴 적 모습은 몰랐으니까요.”

“협력이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하나요?”

“제 아들과 고인을 기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그 이상은 말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 이상 물어보는 것은 제 이해 밖에 일인 것 같아서 더는 물어보는 걸 그만두었지요. 그래도 그녀가 있는 곳은 물어봤어요. 일하는 곳을 알려주긴 했지만, 하루 중 집보다 오래 있는 곳이라 하더라고요.”

“아… 그렇다면 혹시 저도 알 수 있을까요?”

“네, 그냥 명함을 드릴게요. 저는 몸이 불편해서 언제 갈까 고민이었거든요.”

그녀는 일어나더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그 방 안에서 옷장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명함은 옷장에 걸린 외투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방에서 나온 그녀는 내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건네준 명함을 받고 명함에 적힌 정보를 눈으로 따라 읽었다.

‘사주팔자, 신점 무속인 애기보살…’

영문 모르는 단어들이 명함 안에 난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난감하다는 표정을 나도 모르게 지었던 것 같다. 내 난감한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말을 했다.

“난처하시죠? 저도 그 명함을 받았을 때 무슨 표정을 지을지 몰라 혼자 속으로 애먹었지요. 그런데 무속인은 독심술도 할 줄 아나 봐요. 제 생각을 읽었는지 나중에 생각나면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녀가 무속인에게 받았던 배려를 그대로 내게 해주는 것 같았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고마움을 마음으로 전하려 웃음을 띠어 화답했다.

추가로 그녀에게서 무속인한테 들었던 아들의 행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판단하여 노출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들은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수고를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소극적인 태도로 듣고 있었다. 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소극적인 태도로 들어도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녀의 집에서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차 한 잔 더 마시지 않겠느냐는 권유에 그만 가봐야겠다는 말을 전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지금까지 알아놓은 실마리를 엮어가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느덧 해는 지평선 너머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고 반대편에선 차가운 밤하늘이 활개 치고 있었다.

일차 선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즘에 앞차의 시뻘건 후미등이 앞으로 펼쳐질 내막을 암시하는 듯이 타오르고 있었고 반대편 차선에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램프의 환한 조명은 내막을 알아내는 내 모습이 연상되었다.

을씨년스러웠던 동네 분위기는 운동하러 나온 가족의 모습에 한풀 꺾였고 그들을 비추는 가로등은 본인의 임무에 흡족한 듯이 서 있었다.

집으로 들어와 불을 켜니 무겁게 앉았던 어둠이 사라졌다. 환해진 조명 아래 황급히 집에서 나온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누적된 피로감에 몸은 금방 노곤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마음에 소파에 몸을 던졌다. 바지 주머니 속에서 빳빳한 명함의 감촉이 느껴졌다.

명함을 꺼내어 눈앞에 가져다 대고서 중얼거렸다.

“사주팔자, 신점, 애기보살…”

마저 다 읽지 못하고 무거워진 눈꺼풀은 결국 눈을 덮었고 나는 소파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다.

17

눈을 떴을 땐 한참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지요. 입안은 수분이 말라 텁텁해져 있었어요. 등이 축축해진 걸 보니 자는 동안 땀을 흠뻑 흘린 것 같았습니다. 땀이 많은 체질이 아니라서 이런 상황에 전날 닥친 사건이 제게는 큰 스트레스가 되었던 게 분명했습니다. 수분을 머금은 휴지가 뜨거운 열기에 바짝 말라 쪼그라든 것처럼 제 몸은 땀으로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 입술은 부르트고 팔등은 거칠어졌지요.

기운 없어진 몸을 겨우 일으키고 느린 걸음으로 의미 없이 온 방을 휘젓고 다니다가 식탁에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이내 식탁 위에 올려진 물컵을 들고 정수기에 물을 가득 담아 벌컥벌컥 마시고도 성에 차지 않아 연거푸 마셨답니다.

수분을 보충하니 몸에 기운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쾌한 느낌도 들었고요. 허기는 점심시간에 맞지 않게 오지 않아 점심은 건너뛰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땀에 푹 젖은 이불을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여름도 아니라서 빨리 마르지도 않겠지요. 어제 대충 벗어놓은 옷가지도 같이 넣었습니다. 세탁기 안에 넣는 중에 바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수그리며 그걸 집었습니다. 그것은 종이었고 그때 가 제게 자신의 점포 주소를 적어주었던 종이였습니다.

어제 가 제게 비밀스럽게 제시했던 제안이 번뜩이며 떠올랐습니다. 창가로 내리쬐는 햇볕이 부서지며 제 팔등을 건드리고는 제게 ‘너, 갈 거야?’라고 물어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한참, 종이에 적힌 글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려놓았습니다. 머릿속에서 기억이 되감아 지면서 전날의 함께 나눈 대화가 선연히 떠올랐습니다. 더 선명하게 떠올리려 방해되는 기억의 잔해들을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의 손짓과 마르지도 않고 살집이 있는 것도 아닌 적당한 체구가 자연스레 떠오르더군요.

체구에 시선을 떼고 얼굴로 향했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색에 부르튼 입술과 날이 선 콧날이 자리 잡았고 광대는 적당히 벌어져 있으며 얼굴의 크기는 크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지면 아래로 납작 엎드리는 느낌이 연상되는 낮은 톤의 목소리였고 낮은 톤이라고 해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아니었어요. 저는 의 낮은 음색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고 의사소통하는 데엔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정렬된 물건들의 열에서 하나의 물건이 삐죽 나와 있으면, 행렬이 틀어진 그 물건이 쉽게 눈에 띄듯이 의 목소리 또한 그러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지요.

목소리를 되뇌어 보면 누구에게나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음색이었어요. 그와 같은 공간에 있던 느낌은 취조실에서 취조자와 대면하는 느낌을 연상시켰던지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이 상황이 감정을 억누르는 환경이었지요.

너무도 경황이 없어 당시에는 그곳의 분위기나 흐름, 그리고 의 모습을 떠올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는 제 집에서 다시금 어제의 상황을 떠올리니 그곳의 분위기와 의 모습과 특징까지 떠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가 있는 곳에 방문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되뇌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했지요. 다음 방문엔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이나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제 다짐과는 다르게 찾아가서 대면했을 때는 또 상황에 억눌릴 것에 대비해서 수첩에 꼭 해야 할 질문을 적어놓았습니다.

동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꼭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8

가 일하는 곳에 도착했을 땐 자리를 비운 상태였어요. 그러나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점포는 문을 연 상황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거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다 싶어 의자에 앉아 작은 점포 안을 두리번거리며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게 안은 소박해서 밖에서 보면 번화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닐 같은 천막에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점이 연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입구가 앞에 있어 꽤 그럴듯한 점포처럼 보였습니다.

입구에는 플라스틱 간판을 양옆으로 걸어놨는데 왼쪽은 ‘어서 오세요’였고 오른쪽은 ‘죽음을 봐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습니다.

는 아마 이 점포로 생활해왔던 걸로 짐작할 수 있었지만 풍족하게 수입을 거두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제 앞에 있는 탁자는 플라스틱 간이탁자로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접이식 탁자로 보였고 겉에 초록색 천을 씌워 깔끔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탁자 위에는 그동안 상담했던 것으로 보이는 파일과 노트들이 있었고 그 옆에는 많은 필기구를 담은 통이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어느 손님의 인적사항이 쓰여 있는 종이가 있었고 인적사항이 기재된 곳에 의 필체로 보이는 글씨가 난잡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랫부분에 동그랗게 표시해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여러 번 덧칠해서 안에 써진 글을 보기가 힘들어 자세히 가져다 보았습니다.

한참을 집중해서 보니 숫자가 적혀있었고 그 숫자는 날짜라는 걸 파악하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날짜가 언제 날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바로 오늘의 날짜였습니다. 그는 오늘의 날짜에 중요한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인적사항… 그리고 오늘 날짜에 표시해 둔 의미…

그리고 황급히 나간 흔적…

‘설마 오늘 이 손님이……!?’

갑자기 입구 천막이 들춰졌습니다. 저는 놀라서 멍하니 열린 쪽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빠르게 들어온 사람은…… 바로 였습니다.

뛰어온 듯 그는 숨을 헐떡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이내 약간 진정이 된 듯 저를 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아! 오셨…군요. 지금 시간 되시나요!?”

다급히 묻는 의 질문에 영문 모르겠는 표정으로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아닙니다. 물어볼 시간도 없군요. 도와주세요!”

는 다짜고짜 저의 팔을 잡았습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그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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