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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조각 이야기
게시물ID : readers_263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1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9/17 22: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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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달이 아름답다. 술에 달을 띄워 마시면 어느새 달이 내 곁에서 같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가게에서 더 술을 빼돌리다가는 들킬 위험이 있으니 술은 마시지 않는다. 대신 나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런 달이 유난히 둥글고 아름다운 날에 어울릴 법한 그런 이야기를.


 하얗고 둥근달은 누군가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씩 사라졌다가도 다시 둥글게 나타나는 달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 여기는 것은, 책상 위에 망원경과 필기구를 올려놓고 자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안다며 거드름 피는 족속의 야비한 속임수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왜 달이 사라지려다가도 다시 차오르는지에 대한 진실을 당신에게 말해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영원히 저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것 아는가? 달에 사는 쥐들은 달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달 뒤편에 사는 사람들은 늘 불안해한다. 쥐들이 달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달 사람들은 욕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달을 스치는 은하수를 필요한 만큼만 떠다 마시면서, 가족이 옆에 있어주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갔다.

 반면 달 쥐들은 욕심이 많았다. 배가 차도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자신이 서 있는 달을 다 먹어버리면 자신들 역시 있을 곳이 없어질 텐데도 그들은 상관없다는 듯 달을 갉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달은 조금씩 작아져갔다. 달 위엔 달 쥐와 달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달 뒤편의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달 사람들은 소심해서 달 쥐는 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 쥐들은 맛있게 달을 갉아먹었다.


 갉작갉작갉작....

 달이 아주 작고 가늘어져 정말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쯤,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아, 아이들아."

 작아진 달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큰 소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집중하면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속삭임이었다. 아무래도 달 쥐들은 달의 목소리까지 갉아먹어버린 모양이었다.

"나를 도와주렴. 나를 도와줘....."

 달 사람들은 눈물을 매달고 그럴게요,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 조각이 모이면 나는 다시 완전해져. 나를 위해 영혼 조각을 모아 주렴."

 달 사람들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도리질 쳤다. 영혼은 몸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있다. 영혼 조각을 달라는 말은, 몸의 조각을 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안전한 것에 만족하는 소심한 그들에겐 자신을 내어줄 용기가 없었다.

"아이들아, 아이들아.
나는 너희를 원하는 게 아냐.
내 육신은 쥐들에게 있단다.

쥐들이 날 가져갔단다.
입으로 입으로 잔뜩 날 가져갔단다.
그래서 쥐들에겐 내 조각이 있단다.
쥐들에게서 나를 모아 주렴."

 달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달 쥐를 무서워했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있는 달을 사랑했다.

 달 사람들은 달 조각을 달에게 돌려주기 위해 모두 모였다. 달 쥐들은 달을 배불리 갉아먹고서 잠든 상태였다.

드르렁~푸흐...... 드르렁......

 달 사람들은 먼저 달 쥐의 입 쪽을 살폈다.
탐욕스러운 달 쥐가 입으로 달을 먹었으니 달 조각도 거기에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달 조각은 그곳에 없었다. 탐욕스러운 쥐는 입가에 달 부스러기만 슬쩍 남겼을 뿐 달 조각은 이미 삼켜버렸다.

 달 사람들은 다음으로 달 쥐의 발을 보았다.
탐욕스러운 달 쥐가 달을 앞발로 움켜쥐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달 조각은 그곳에 없었다. 달 쥐는 쥐어진 달 조각을 남겨놓을 정도로 인내심이 강하지 못했다. 쥐자마자 먹어버렸던 것이다.

 달 사람들은 찝찝한 심정으로 달 쥐의 항문을 살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였다.

 역시나 달 조각은 그곳에 없었다. 달 쥐는 몸을 뒤척이다 역겨운 방귀를 뀌었다. 달 사람은 본래 코가 예민한데, 특히나 더 예민한 몇몇 사람은 그 냄새를 맡고 기절해버렸다.


 달 사람들은 착잡한 심정으로 달 쥐의 배를 보았다. 이제 남은 곳은 그곳뿐이었다.

"어떻게 가르지?"

 그들 모두를 대표해 누군가가 그들 모두에게 질문했다. 그들에겐 달 쥐의 배를 가를 도구나 기술이 없었다. 누군가를 해할 생각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 무언가를 바꿀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달 사람들은 절망했다. 그리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모두 엉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달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분하게 여겼다.

 그때, 그때까지 손만 쪽쪽 빨고 있던 가장 어린 달 사람-그러니까 달 아이가 소리쳤다.

"저기에 달님이 있어요!"

 달 사람들은 아이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실망했다. 달 아이는 달 쥐의 빈 앞발을 가리키고 있었다.

"얘야, 저기 어디 달님이 있느냐?
달님은 어디에도 없단다.
달님은 모두 저 탐욕스러운 쥐의 배에 들어갔단다.
달님은 모두 저 뱃속에 들어갔단다."

 달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에요. 저기 있어요. 쥐의 앞 발끝에 작은 달님이 있어요."

 달 사람들은 달 쥐를 보았다. 정말, 그 말대로 쥐의 앞 발 끝에는 달이 맺혀있었다. 달 쥐가 갉아먹어 작아진 모습의 달이 그대로 쥐의 앞 발 끝에 있었다.

 달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달 쥐의 앞 발에 달려들어 달 조각을 뜯어내려 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
달님에게 드릴 달님 조각이 뜯기질 않아......"

 달 사람들 중에 가장 똑똑한 이-꾀돌이가 말했다.

"이빨을 씁시다!"

 달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튼튼한 이빨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달 사람들은 달 쥐가 달에게 그랬듯 달 쥐의 앞 발을 갉기 시작했다.


갉작갉작갉작갉작갉작..........


 달 사람들은 그렇게 달 쥐가 깨기 전까지
달 쥐가 달에게 훔친 달 조각을
달 쥐가 잠든 동안 달 쥐에게서 훔쳤다.


"달님, 달님.
달님 조각을 가져왔어요."

 달은 달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받은 달 조각을 몸에 채워 넣었다. 달은 원래의 둥근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 사람들은 기뻐하며 노래를 불렀다.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구름 위에 떴지

그러나 노래는 오래가지 못했다.

 탐욕스러운 달 쥐가 깨어난 것이다. 달 쥐는 일어나자마자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끼고 달을 갉기 시작했다.

 달은 다시 작아졌다. 탐욕스러운 달 쥐에 의해서. 달은 다시 달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말한다.

 달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달 쥐가 잠들길 기다렸다가 다시 그들 앞발 끝에 매달린 달 조각을 훔쳐온다.

 달 쥐는 끊임없이 앞발 끝에서 달 조각이 돋아나게 되었고, 달 사람은 달 조각을 하도 많이 갉작대서 이빨이 날카로워졌다.

 아마 달 쥐가 조금이라도 배부름과 만족을 알았다면, 달 사람들이 달 쥐를 없애버릴 정도로 욕심을 알았더라면 달은 저렇게 늘어났다 줄어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더라면 달은 언제나 둥그렇게 구름 위에 있었겠지.

그러나 지금까지도 달은 계속 작아졌다가 차오른다. 지금까지도 달 쥐는 달을 갉아먹고, 달 사람들은 그것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구름 위의 달이 사라지려다가도 다시 차오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만족을 모르는 달 쥐의 탐욕이며 동시에 달을 위하는 달 사람들의 사랑이다.


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벌써 달이 지고 해가 떠오르려는 걸 보면. 이야기꾼은 이만 이야기를 접는다. 부디 이 이야기를 듣는 당신이 구름 위의 저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참, 내가 가장 욕심 많았던 달 쥐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나? 달을 먹다가 다른 것을 봐버린 달 쥐 부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 달 쥐 부부는 너무 탐욕이 많아 구름 아래 푸른 별을 보다가 구름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람이라고 불렀다.

자기 자신을 사람이라 불러대어도 그 탐욕적인 천박한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을. 웃기는 일이지.

아무튼, 달 쥐 부부는 후손을 만들고 구름 아래 세상을 자신들로 채워나갔다. 자기들끼리의 언어를 만들고, 자기들끼리의 신을 만들었다.

더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를 해할 무기를 만들고 서로를 죽여댔다. 다른 이의 피 위에 무언가를 이룩하는 것에 기뻐하며, 다른 이의 기쁨에 슬퍼했다. 그들은 자신을 사람이라 부르면서도 여전히 배부름을 모르고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구름 아래를 내려보다가 달에서 떨어진 달 사람들은, 형제의 피 냄새를 풍기는 달 쥐들의 악취에 점점 바보가 되었고, 달 쥐들은 그런 우리를 보며 '쥐'라고 부르며 혐오했다.

점차 '쥐'가 되어버린 달 사람들은, 달 쥐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갉아먹으며 이따금 달빛 아래에서 달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그리고 가끔씩 달 쥐가 앞 발 끝에서 뜯어버린 달 조각을 먹고 달 쥐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 서생원처럼.
출처 손톱을 들여다보던 くコ:彡
손톱 끝엔 초승달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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