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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게시물ID : readers_26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블라나
추천 : 6
조회수 : 97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1/27 17:20:00

 

일일일읽's comment :

이 책의 앞부분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의 성격을 띠는 반면, 뒷부분은 창조적인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그 고통을 야기한 그들의 삶을 파헤친, 흡사 창조성이 낳는 고통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학술서의 성격을 띱니다. 책의 메시지는 이 시대가 유난히 '친밀한 인간관계'를 맹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자신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두고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의 앞부분-총 11챕터 중 3챕터까지-을 읽으면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와 가깝게 지내는 게 전부는 아니다

1988년에 쓰여진 이 책은 교양서와 학술서 사이에 위치해 있다. 총 챕터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챕터 2까지는 교양서로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이다가 챕터 3부터 점차 학술적인 면이 가미되더니, 그 이후로는 비록 일관되게 교양서로서의 문체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다양한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과 개념들이 인용되면서 완연한 학술서의 형식을 취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분에서나 가볍게 읽어나가기 힘든 부분에서나 일관되게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손꼽는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이러한 통념은 말 그대로 통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창의적인 사람이 고독을 즐긴다는 사실이 그들이 다른 이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데 무능하다는 증거가 되는 걸까?」

여기서는 이 책의 내용을 편의상 교양서로서의 부분과 학술서로서의 부분으로 나누고 주로 전자에 대해서 언급할 것이며 후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비록 후자의 부분이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긴 하나, 기본적으로 전자의 부분에서도 잘 드러나는 저자의 주장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고통에 초점을 맞춘 렌즈로 다양한 예술가-문학가, 철학가, 음악가 등-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는 그들 작품들을 분석하고 다양한 심리학적 도식에 적용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이 책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인생의 의미가 오로지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대상관계 이론 학자들의 태도이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주장하며 자신과 궤를 같이 하는 다른 학자들의 이론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 지점에서 학술적인 면이 딱딱하게 읽힐지 모르나, 이러한 딱딱함은 오히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은연중에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던 신념체계를 깨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인간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사건, 타고난 재능과 능력, 기질 차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한 개인이 인생의 의미를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는가 아니면 고독에서 찾는가가 결정된다.」

「인간의 삶에서 치유 기능을 해주는 심오한 심리적 경험은 내면에서 이루어지며,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과는 설령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미약하다. 가장 행복한 삶이란 인간관계나 인간관계 이외의 것 어느 한쪽에 대한 관심을 유일한 구원의 수단으로 이상화하지 않는 삶일 것이다.」

혼자라야 필요한 때에 세상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고독의 가치를 옹호하면서 그동안 고독을 꺼리는 사회문화적 경향으로 인해 고독의 효용이 간과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그 중 하나가 마음 자세를 바꾸는 것인데, 이는 혼자 있을 때 가능한 것이며 그러므로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 된다.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산인 것이다. 살아가면서 수시로 마음 자세, 즉 태도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환경이 언제나 변화하기 때문이며, 책 속에서 드는 대표적인 예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다. 이런 시기에 홀로 있으면서 받아들이는 대신 걱정 해주는 사람들 속에 지내다가 여러 신체적ㆍ심리적 징후들로 더 힘겨워하고 더 오랫동안 혼란스러워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바꾼다.」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자는

저자는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인간관계로 인한 만족감보다 다른 데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클 수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불행하다고 볼 근거가 없음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내향적인 사람이 모두 정신병리적 증상이 없다는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외향적인 사람 역시 정신병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오늘날에는 아주 내향적인 사람을 아주 외향적인 사람보다 더 병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이것은 대상관계를 강조하고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 일어나는 과정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주로 인간관계에서 자아 존중감을 찾으려는 태도 역시 고통에 취약한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그들이 천재가 아닌 이상, 관심분야와 능력을 개발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그 결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창의적인 작품에서 자아 존중감을 찾는 사람은 가까운 인간관계에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사람에 비해 강점을 지닌다.」

너의 고립무원 속으로 들어가라, 형제여

이 책은 어떤 관점에서 살펴보아도 흥미롭다. 특히 결혼생활이나 종교생활에 초점을 두고 읽어도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많이 건질 수 있다-실제로 책 속에서 군데군데 언급된다-는 점에서 홀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인간의 모든 활동과 관련된 무언가를 담고 있는 정수임에 틀림 없다. 이 책의 부제가 <A return to the Self>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와닿은 책 속 구절과 함께 자주 가는 블로그에서 번역한 니체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프란시스코 고야가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남의 기분에 맞추려는 노력을 과감히 포기'해야 했다. 청력이 상실되어 모든 사람들과 단절되면서 구경꾼이 별 의미가 없어지자, 화가는 자신과 싸워야만 하고 자신이 조만간 모든 것의 정복자가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의 사랑과 함께 너의 고립무원 속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너의 창조와 함께, 형제여; 그러면 늦게서야 절름거리며 정의가 너의 뒤를 따라오리.

나의 눈물과 함께 너의 고립무원 속으로 들어가라, 형제여. 사랑하노라, 저 스스로를 넘어 창조하기를 원하여 파멸하는 자, 그를.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출처 : 고싱가 숲
http://www.gosinga.net/archives/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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