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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입니다.
게시물ID : readers_27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손칼국수
추천 : 2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28 05:08:11
갈치호박국


우리 할머니는 할아버지 세상 버리고
20년을 혼자 더 살다 가셨는데
섬에 살아도 가난한 살림에 생선은 늘 귀했다.

둘째아들은 한량이라 
젊은 며느리가 동동거리며 일하는 방학에는
낯익은 섬으로 배 편에 붙여 와
선착장부터 울며 사립문을 들어서는 손주 녀석들

할머니는 언젠가 여름 방학 때 갈치호박국을 딱 한번 해주셨다.

들어 본 사람보다 
처음 듣는 이가 더 많은 이 낯선 이름은
이런 정식으로 지어진 이름은
아마 먹어본 이도 잘 모를
갈치에 애호박 넣고 ‘찌져’ 먹는 거라고들 알고 있는 
남해 바닷가 사람들의 음식

갈치는 여름이 제철일 수밖에 없었다.
애호박이 달리는 계절이니까.

가난한 할머니는 토실한 살 밥을 새끼들 내어주고
갈치 맛이 든 애호박을 비린 살점 씹듯 먹었다.
국물까지 찰박하게 배를 불리고
남은 갈치 뼈로 고양이들 밥을 말아주고 
별을 올려다 보고 나면
우리는 할머니가 조금은 덜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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