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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미완] 꿈: 하늘 색
게시물ID : readers_27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구마삶기
추천 : 5
조회수 : 3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23 15:16:24
​답답한 마음을 글로 써봤습니다ㅎㅎ
그리고 진짜 꾼 꿈입니닿ㅎㅎ


1
무채색 도시에서 표정 없는 사람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였던 
10층도 안 되는 건물 사이에서건. 걸음마다 한 손이 넘치도록 표정 없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특히나 자유가 사라진 대학원에서라면 말 할 것도 없다.

꿈을 가졌던 학창시절, 노력 이상으로 잘 나왔던 그때의 성적들, 자유로만 가득할 줄 
알았던 대학생활. 끝까지 꿈을 이루겠다며 온 대학원까지. 꿈이 서서히 고통이 되어간 
난 그 꿈이 고통인 줄도 모르고 조용히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2
오늘은 태풍이라도 오는 듯 한 어두운 하늘에 두꺼운 구름에, 노을빛 가로등과 반지하 
방에서 나오는 형광등 빛.

맑은 하늘의 낮도 좋고, 맑아서 달별이 다 보이는 밤도 좋지만 두꺼운 구름으로 어두워진 
하늘에 은밀히 귀신이 따라 다닌대도 모를 그런, 난반사 된 햇빛이 음침하게 주변을 밝히는 
그런 날씨도 좋아한다.

논밭이 많은 동네에 오래된 집 하나, 그 반지하 방이 내 방이다. 계단을 올라 지상에 
올라오면 다섯걸음만에 닿는 도로. 그 건너의 가로등. 을씨년스러운 하늘에 가득한 
구름이 지쳐버린 나의 흐려진 마음을 보는 듯 하다.

3
실험실로 출근하자마자 보이는 건 너나 할 것 없이 논문으로 산만해진 책상, 그리고 
무채색의 사물. 이 중에 색이라고는 논문에 그어진 펜 자국들 뿐이다. 창가인 내 자리에 
서서 창문에 비친 내 얼굴에도 색은 없다.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 중에 하나일 뿐이다.

모니터를 켜고 확인한 실험 결과는 오늘도 만족스럽지 않다. 늘 그랬듯이 기계처럼 
다른 값을 이용해서 새로운 실험을 할 뿐이다. 어제 읽다 만 논문을 다시 펼치고, 다시 
읽는다. 영어를 읽는게 어렵지 않은데도 읽은 영어는 그저 눈에만 잠깐 스쳐지나간다.

어느새 같은 문장만 읽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숨을 쉬고 두 눈을 감아 피로한 눈을 
쉬게 한다. 감은 눈꺼풀 안은 벌겋다. 화상 입은 것처럼 벌겋고 뜨겁다.

4
어릴 때나 좋아했던 하늘 색이다. 시간이 갈수록 다른 색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저 
색이 없는 무채색이 편안하다. 지금 입고 있는 하늘색 옷은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때 
입는 옷 같다. 지구 중력에 속해있는데 옷이 가볍게 허공에 떠있다. 하늘색의 한 벌 
옷은 상의는 어깨가 열린 반팔이고 하의는 바지다. 허리 앞부터 시작한 손바닥만 한 
너비의 하늘색 천 두가닥은 어깨를 넘어서는 망토가 되어 발치까지 닿아있다.

때 없이 옷이 너무 밝다. 밝은 옷은 하늘하늘하게 펄럭인다.

가볍게 도로에 발을 굴러 가로등 위로 올라선다.

가볍게 하늘에 가까워져도 마음은 아직도 지하에 처박혀있다.

5
점심 시간이다. 내 뒤로 하나둘 출근한 실험실 사람들과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요즘 식욕도 없어 먹는게 너무 힘들어졌다. 실험실에 앉아있는 시간 외에 소리가 
나는 모든 장소가 불편해졌다. 식당 가는 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이어폰 
없이는 힘들다. 와중에 혼자가 아닌 식사는 더 고역이다. 주변에 밀고 들어오는 
소리에 일행들이 말하는 소리가 모두 섞여서 들어온다. 소리가 구분 되지 않으니
머리는 소리 구분하느라 바빠 손 움직이는게 더디어 뭘 먹지를 못 한다.

그렇게 또 먹는 게 싫어진다.

6
계속해서 발돋움을 한다. 제자리에서 뛰기만 해도 멀리 또는 높이 건너갈 수 있다. 
한 발에 한 번씩 집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또 한 발에 또 다시 땅으로부터 멀어져 
구름으로 나아간다.

몇번의 도약으로 야트막한 산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낮고 두껍게 깔린 비구름이 
손에 닿았다. 얕은 발짓 한 번에 구름 속에 들어간다. 구름 속 물방울이 온 몸으로 
젖어든다. 구름 속에서 무엇을 찾는 두 눈은 대상을 찾지 못해 빨개진다. 울기엔 
너무 지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두 눈으로 더 멀리 높은 곳을 보며 멀어져 가고, 
젖어간다.

7
거북하기만 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은행을 핑계로 학교에서 나왔다.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파랗다. 덕분인지 주변도 무채색이 아니라 색으로 덮여있다. 식사로 
불편했던 마음이, 기복 없던 마음이 갑자기 쓸쓸해진다. 쓸쓸해진 마음을 잊으려 
씁쓸한 커피를 마시려 고층 빌딩 지하에 있는 카페를 찾아간다.


============
보기 편하게 길이 맞춰서 줄바꿈도 해봤습니다 ㅎㅎㅎㅎ

(내가 오유 책게에 자작글을 올릴 줄이야!)

좋은 감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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