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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소나타 - 제 1악장
게시물ID : readers_283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아케
추천 : 1
조회수 : 6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04 10:33:47

음.. 뭐라 설명해야하지...
동명의 원작 소설인 광염소나타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 광염소나타가 지난주에 개막을 했어요
그 스토리가 좋아서 대본집을 만들까 하다가 소설형식으로 써봤습니다 ㅎㅎ
예전에 광염소나타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셨으면 하는 뮤지컬이에요 :)


열심히 쓰고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디테일들을 기억하기는 쉬운데 대사 외우기가 힘들어서 ㅠㅠㅠ
그래서 지난주 + 이번주 총 18회 공연중 3번 빼고 전관을 찍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껄껄껄...
이제 겨우 20분정도 썼네요.... 쥬륵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ㅠㅠㅠㅠㅠ

어디다 올릴까 하다가 원작 소설이 있으므로 책게에... ㅎㅎㅎ






- OVERTURE

어두컴컴한 공간과는 이질적이게 피아노를 치고 있는 한 남자.
광염소나타 제 5악장, Dolce Lusingando
올해의 글로리아 아르티스를 수상한 곡.
그 곡의 작곡가로 알려진 저명한 교수 K는 반대편 책상 의자에 결박 당한 채 그런 남자를 무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을 뿐 이였다.
아름다운 선율 속에 자리잡은 긴 침묵의 끝을 알린건 K였다.


마음에 드나

축하드려요, 교수님. 올해의 글로리아 아르티스. 탐미적인 아름다움과 죽음으로 가는 구성이 탁월하다극찬에 극찬들뿐이네요

그 어떤 말로도 그 곡을 설명할 순 없지

참 궁금해요. 이 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이 안다고 해도지금과 같은 결과가 있을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 말을 들은 S는 피아노를 치던 손을 멈추고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여전하시네

넌 늘 내 수업을 망치려고 했었지.
여전하네. 네 연주도 그렇고.
하지만 그건 그렇게 치는게 아니야.
광염소나타 제 5악장, Dolce Lusingado…
부드럽고다정하게…”

“…왜 그랬어요?”


S는 의문모를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피아노 위에 올려져있던 반쯤 불에 타버린 일기장을 손에 들고 K에게 다가갔다.

설마 이걸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지난 1년간의 기록.
당신 손에 죽어간 수 많은 사람들!”

그걸 봤다면 더 잘 알것 아닌가.
그가 스스로 음악이 되고 싶어했다는 걸 말이야.
난 그걸 도와줬을 뿐이야

잘못을 잘 모르시니 제가 다시 알려드리죠.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S는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불에 탄 일기장을 한 장씩 넘기며 K에게 읊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손과는 다르게 매우 화가 난 목소리였다.


1999 1 28
나이 스물 아홉
검은 눈동자를 가진 그 남자
그의 살결은 희고 부드러웠다


19998 12 3
나의 죄의식은 선율과 음표 속에 숨어버렸고
피로 얼룩진 악보에는 슬프고 아름다운 향기가 났다


1998 10 8
9시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그의 작업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 Sonata of a flame 제 1악장 : The Death


클래식계에선 그의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나에게 처음 작곡법을 알려준 스승님이자 유일한 은사님.
예술에 대한 집념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그가 수 많은 제자 중에 나를 받아주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오갈 곳 없는 지금과 같은 이때
그것은 어쩌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끊임없이 곡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들려드린 곡들에 대해 선생님은 전혀 만족하지 못했고 몇 번의 수정작업을 거쳤지만 냉랭한 평가는 계속되었다.


작업실 한 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선생님은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피아노를 내려치셨고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술병을 집어들며 나에게 한 잔 권하셨다.


한 잔 하겠나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술을 잘 못해서요...”

원래부터 술을 못했었나? 음악하는 사람이 술도 못해서 무슨 곡을 쓴다고..."

처음온 날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고보면 자넨 참 여유가 없어. 그 수상한 소나타와는 정 반대로 말이야.”

“…선생님 전그 곡을 뛰어넘는 다른 곡을 쓰고 싶을 뿐입니다.."

욕심만 많네.
하긴, 훌륭한 작곡가라면 늘 전작을 뛰어넘는 곡을 써낼 수 있어야하지.
글로리아 아르티스
얼마 남지 않은거 알고 있지?”

“…네 선생님.
그래서.. 1악장을 다른 주제로 다시 한번 써봤는데
좀 봐주시겠어요?”


선생님은 내 악보를 받아들고는 찬찬히 악보를 살피기 시작하셨다.


죽음의 눈동자.. 주제는 좋네


얼마만에 들은 칭찬일까.
아니, 칭찬이라 하기엔 무색하기 짝이 없는 말이였지만 늘 선생님께 혹평만 듣던 나에겐 그것만으로도 큰 칭찬과 다름없었다.
이번에야말로, 라는 생각을 가지며 씰룩 미소가 지어지려는걸 억지로 참아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선생님은 턱짓으로 피아노를 가르키며 말씀하셨다.


뭐하나? 가서 쳐보지않고


오랜만에 들은 칭찬에 넋이 나가있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피아노 앞으로 가 앉아 떨리는 손을 풀었다.
이 곡을 쓰기 위해 며칠 밤을 지새웠던가.
긴장하지 말자.
할 수 있다.


♪♬♩


처음 진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느리고 장엄하게.. Grave..
천천히 다가오게.. Adagio..
아침이 지나면 찾아오는 밤과 같이


이게 다야?”

…?”

어떻게 생각해?”


우물쭈물 하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가까이 오라 손짓을 하셨다.


니가 쓴 곡 어떻게 생각하냐고

모르겠습니다.”


대답이 탐탁치 않으셨는지 선생님께서는 그대로 악보를 찢어 내 얼굴에 던져버리셨다.
이번에도 실패인건가


자네 지금 장난하나? 죽음의 눈동자라며? 자네가 쓴 곡 어디에서 죽음을 느낄 수 있지?
특히 난 이 단조 동기가 이해되질 않는데, 설마 자네 죽음이 무조건 단조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죽음이 뭐라고 생각하나

“…영원히 어둠 속에 갖히는 일 아닐까요? 인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기도 하
선생님…? 뭐하시는겁니까 선생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께선 책상 위의 잭나이프를 손에 들고 내 목에 들이미셨다.
뭐지?
뭐지?

당황해서 숨 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다.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한발씩 뒤로 물러나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영원한 어둠을 맛보겠지.
두렵지? 지금 이 느낌 그대로 곡을 쓰란 말이야!”


나는 선생님께서 칼을 거두심과 동시에 살짝 베여 피가나는 목을 부여잡고 쿨럭거렸다.

글로리아 아르티스, 정말로 자네 실력이였어? 아니면 운이 좋아 상 한번 탄걸로 만족하는건가?”


“…아뇨

그러면 이 선율! 선율을 중요시해서 겉치레만 화려한 멜로디가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진정성! 진정성을 찾아내란말이야!”

“…다시 써보겠습니다

“Largo! 그리고 Vivo! 이런 프레이즈를 써서! 강렬하고 빠르게!”

느리고 넓게.. 힘차고 빠르게..”

죽음이 걸어오는 듯한 그런 공포심과 두려움을 담아서!
Presto를 사용해 더 빠르게!!
예전에 신선했던 자네의 멜로디, 소나타를 완성하라고!”


그래, 이제 어둠 속에서 나갈 차례야.
그에게 보여주겠어.


작품으로 내게 보여달란말이야! 자네의 음악이 여전히 아름답다는걸 보여달라고!”


나의 음악이 여전히 아름답다는걸 증명하겠어
너 없이도 나 혼자 해낼 수 있다는걸


내일 아침까지, 제대로 다시 써와. 내가 자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


선생님께선 그 말만을 남기시곤 작업실을 떠나셨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마지막이다.
나는 선생님께서 찢어버리셨던 악보를 손에 주워들었다.
더 신선하고, 더 아름다운 멜로디.
내가 그런 멜로디를 만들 수 있을까?


정신차려.. 할 수 있어.. 시간이 없어, 자 시작하자…”


정신을 차리고 다시 펜과 오선지를 집어 들었다.
할 수 있어, 그 녀석이 없더라도 나는 할 수 있어.


두번째 동기는 Largo… 그 다음 프레이즈는 Presto… 강렬한 진행
그 다음은그 다음은….”


안되겠다,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아.
쓰고 있던 악보를 잔뜩 구겨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밀려오는 좌절감에 머리를 쥐어 뜯었다.
그 녀석만 옆에 있었더라면


Trrrrr


전화벨 소리가 들렸지만 전화기 쪽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시 오선지로 시선을 돌렸다.
몇 번의 벨소리가 들렸을까, 아무도 응답하지 않은 전화기는 자동응답기로 넘어가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녀석이였다.


나야.
잘 지냈지?
거기로 갔다는 소식은 들었어. 언제까지 연락을 피할지 모르겠지만 이거 들으면 연락 부탁해


신경질적으로 자동응답을 껐다.
아니.. 너에게 연락할 일 따위 없을거야두번 다시
다시 마음을 붙잡고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으나 한번 멈춰버린 나의 머릿속은 재 가동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데드라인을 알리듯 점점 밝아오는 창 밖. 그러나 멜로디는 떠오르지 않고 조바심이 밀려왔지만 모티브를 잡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술병이 눈에 들어왔다.


음악하는 사람이 술도 못해서 무슨 곡을 쓴다고…’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 술!
술이라도 마시면 악상이 조금이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망설임도 잠시, 내 손은 술병을 들어 그대로 입을 대고 마셔버렸다.


크윽…”


목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은 고통
괴로움
견딜 수 없는 뜨거운 불이 가슴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지? 이 기분은?

온 몸이 불에 데인 것 마냥 뜨거워져 나는 견디지 못하고 차 키를 들고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만취상태로 목적지도 없이 몰기 시작한 차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창문 밖의 풍경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침묵으로 가득 찬 새벽공기를 가르며 나의 차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전속력을 다해 달리고 달리던 바로 그 순간…!


끼이이익- !!!


무언가와 충돌하는 충격이 전해져왔고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온 나는 제발 지나가던 야생동물 같은 것이기를 바라며 차에서 내렸다.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저기요괜찮아요…? 저기요.. 저기요..!!! 저 누가 좀 도와주세요!! 누구 없어요?????”


평소에도 인적이 드문 곳 이였다. 그런 곳에 이런 시간에 누군가가 있을 리가 없다.
나의 외침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왔고, 난 두려움으로 몸서리를 치며 그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50대쯤 되었을까, 그는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비틀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떨리는 눈빛, 난 두려움으로 뒷걸음질 쳤다.

누구도 알아선 안돼. 내 모든걸 뺏어갈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엉망이 내 머릿속과는 달리 몸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를 인적이 없는 숲 속으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도록 숨겨놓았고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작업실로 돌아왔다.

작업실에 돌아와서도 몸의 떨림은 계속되었다.

음주운전에 뺑소니를 저지르다니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겠지? 아니, 아직까진 살아있으려나? 날이 밝으면 누군가에게 발견되겠지? 그대로 죽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떡하지? 혹시 목격자가 있으려나? 아냐, 외곽도로였고 아까 소리 지를 때 아무도 없었잖아? 괜찮아 괜찮아괜찮아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으려니 귓가에서 아까의 사고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차에 치이는 그 소리, 충격, 날라가던 몸뚱아리, 그리고 남자의 신음소리까지
누군가가 내 눈 앞에 다시 그 장면만을 계속 리플레이 시켜놓은 듯 끊임 없이 소리가 들려오고,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두려웠을까? 남자의 왼쪽 두 번째 손가락은 떨고 있었고, 깊게 패인 얼굴 주름 사이로는 빨간 물방울이 흘러내렸지. 왼쪽 심장 그 아래 7CM의 상처에서는 울컥거리며 피를 뱉어냈고 고통스런 그의 묘한 표정은 무언가 내가 말을 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였어. 뭐였을까? 그가 내게 하고싶었던 말은-


너무 아파, 그리고 두려워
어서 이 고통을 끝내줘
너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잖아
내 눈동자를 보고 이 세상 마지막 말을 얘기해줘
아파, 추워, 떨려, 두려워, 스멀스멀 어둠이 밀려오고있어


다가온다.. 말을 한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죽음의 선율들이, 죽음의 음악들이 내 귓가에 들리고있어, 내 눈 앞에 보이고있어!

이거구나!

내가, 내가 당신의 죽음을, 이 선율을 받아 적을게.

눈 앞에 떠다니는 음표들
그리고 귓가에 멤도는 멜로디들
그것들을 나는 정신 없이 받아적기 시작했다.

이걸 받아적고 있는 지금 나의 표정은 어떤 표정을 짓고있을까?


그렇게 1악장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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