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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게시물ID : readers_283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면답안지
추천 : 8
조회수 : 12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5/04 10:58:51


한용운.jpg
모두가 많이 알고 있지만 또 알고 싶은 한용운 시인에 대한 정보정보글을 간단하게 쪄봤습니다.

전 문학력이 약해서 자신은 잘 없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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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용운 시인은 특이하시당!

한용운.jpg

한용운(1879-1944)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신 한용운이 한반도 1920년대 시인 중에서 독보적이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한용운이 가장 특별한 점은, 매우 특이한 작시 과정(?)에 있었죠.

일반적으로 시인이 되는 과정은 습작 계속 하고 나서 등단하고 시인의 삶을 살거나 시인에서 벗어나거나 기타 등등 뭐...

그런 과정을 쉬이 상상하게 되잖습니까?

하지만 한용운 시인은 매우 특이합니다.

뭐 딱히 스승이 있던 것도 아니고, 누구 동인에 속하거나 문하에 있거나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만 46세에 갑자기 절에 날 잡고 들어갔다 돌아오시더니 뿅! 일생과 민족의 역작 <님의 침묵>!

그리고 시나 시조 내도, 시집만은 더 이상 Naver! 1집 앨범만 내는 가수! 2집 안 내고 바바이~.

그리고 독립운동의 길을 계에속....안타깝게도 광복을 맞이하기 1년 전에 운명...


사실 너무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이 점입니다.

어떻게 처음 시집을 내는 시인이 <님의 침묵> 같이, 이전에 한반도에 창작되지 않던 형태의 자유시를 썼을까요?

어조도 특이하고, 어법도 특이하고, 완전 세신 분(!)인데 엄청 다소곳한 느낌의 말투...

내용은 뭐 한용운느님 말곤 못 낼 거 같은 그런 느낌이죠ㄷㄷㄷㄷㄷ

당시 국문으로 쓴 자유시는 역사도 짧았는데...

처음 시를 쓰려면 그래도 뭔가를 참고했을 것 같은데 과연 무엇이 한용운 시인에게 영향을 줬을까?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그 영향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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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김억 + 타고르

김억.jpg

김억(1896~?).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20년대...문화 활동이 허용되고, 동인지가 처음 터져나오기도 하던 그 때에...한 인물이 외국의 시를 번역하고자 하니

 그 인물은 김억이니라...1921년 최초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를 써서 큰 파란도 일으켰나니...한국 현대 시문학의 중요한 오프닝 부분에 선 것...

 이 인물은 김소월 시인의 애증의 스승이기도 하며...

 뭐가 어찌됐든 20년대 계속 창작과 번역을 했고 동인 활동도 하고...

 30년대 본격적으로 친일의 길을 걸었나니....허나 납북되어 한국전쟁 후 행적을 모른다...


 갑자기 왜 인물을 설명하나...싶겠지만, 포인트는 저 "번역"을 했단 부분입니다.


225px-Rabindranath_Tagore_in_1909.jpg

타고르(1861-1941) 인도의 시인. 범신론 사상. 동양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김억이 번역한 타고르의 <원정>(요즘 검색하면 '정원사 the gardener'로 하시면 딱입니다)...은 당시 많은 문인들에게 타고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만 번역 오류가 좀 있는 편입니다.

 김억이 타고르 시를 '습니다~' 같은 경어체로 번역한 점은 특징적입니다. 엄청난 의역투성이가 되고, 어투도 막 바꿔버리기도 하지만(!) 좋게 말하면 '창작적 번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김억의 타고르 번역시는 당시 한반도 시인들에게 꽤 중요한 영감을 줬고, 특히 약 3-4년 후의 만해 한용운에게 중요했습니다.


 한용운 시인은 저 번역시집을 읽고 상당한 영감을 받았던 게 틀림없습니다. 몇몇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내간체 어조, 구어 산문체(주로 김억 출처),

 타고르의 산문시의 시형, 소재 등등이 상당히 비슷하고, 어떤 것은 화답하는 것(!)까지 있죠.

 <님의 침묵>에 수록된 '타골의 시(GARDENISTO)를 읽고'라는 것이 있단 점도 힌트. 그 외 스스로도 타고르 소개글을 쓰기도 하고요.

 노벨문학상을 탄 타고르의 '기탄잘리'도 20년대 김억에 의해 번역되었는데, 신에게 바치는 일종의 송가. 피안의 임을 구도하는 자세가 드러나 있단 점도 눈에 띄죠. 이러한 사상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서로 교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 타고르 본인은 식민지 조선을 위해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까지 썼다는...! )


 구체적인 사상이나 그런 걸로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니까(!)

 심플하게 작품상 표면적으로 드러나있는 몇몇 특징들에서 서로의 관계를 찾아보려 합니다.

 일단 아마 가장 교과서에도 많이 실려 익히 알고 있으실 거라 생각하는 '비밀'부터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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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님의 침묵>과 <번역시집> 원정과의 관계!

cf) 가급적 현대 국어로!

 최대한 심플하게 갑시다!


1) 번역시편 24호 & 비밀

 - 가장 유명한, 하나의 대화이자 만해의 "화답" 같이 보인다고 평가 받는 두 시입니다. 타고르와 만해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말해질 시라 생각해요.


# 24호 전문

 벗이여, 그대 가슴 속의 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하지 마세요.

 나에게, 오직 나에게만, 은밀하게 말해 주세요.

 그리 부드럽게 미소 짓는 그대여, 귓속말을 해 주어요, 내 귀가 아니라 내 마음이 들을 테니까.


 밤은 깊고 집은 조용하고, 새들의 보금자리는 잠으로 덮여 있어요.


 망설이는 눈물을 통해, 더듬거리는 미소를 통해, 달콤한 부끄러움과 고통을 통해, 그대 가슴의 비밀을 내게 말하세요.


# 비밀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마는, 비밀은 야속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은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비밀을 묻는 말에, 마치 자신의 사랑이 너무나 잘 드러나서 비밀이 될 순 없다는 화답과 같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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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편 34번 & 가지 마셔요 & 오셔요

 -어쩐지 어조나 분위기가 비슷한 시들입니다.


# 시편 34번

 님이시여, 내허락(許諾)업시는 가지말으셔요.

 나는 왼밤을새우며 그대를 직혓습니다, 하야 지금 나의눈은 잠때문에 무겁습니다.

 내가 잠들면 그대를 일흘가, 하야 나는 무섭어합니다. 님이시어, 내허락(許諾)업시는 가지 말으셔요.


# 가지 마셔요

 아아 님이여, 위안에 목마른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셔요. 거기를 가지 마셔요. 나는 싫어요.

 (...)

 아아 님이여, 새 생명의 꽃에 취하려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셔요, 거기를 가지 마셔요, 나는 싫어요.


 # 오셔요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 오셔요.

 당신은 당신의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당신의 오실 때는 나를 기다리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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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삽화 형식: 15호, 3호 & 진주

 -모티프나 내용이 비슷하진 않습니다.

다만 타고르 시엔 만해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삽화 형식이나 번역시집 특유의 어조가 엿보입니다.

즉, 어떤 상황을 설정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죠. 타고르 시엔 꽤 많습니다.


# 15호 전문

 숲 속 그늘에서 제 향내에 취한 사향노루처럼 나는 달립니다.

 밤은 오월 한창때의 밤이고 미풍은 남쪽에서 오는 미풍입니다.

 나는 길을 잃고 헤맵니다. 나는 얻지 못하는 것을 찾고, 찾지 않는 것을 얻습니다.


 내 가슴에서 내 욕망의 심상이 나와 춤을 춥니다.

 번뜩이는 환영이 계속 어른거리고 있어요.

 나는 그것을 꽉 잡으려 하지만 그것은 나를 피해 나를 헤매게 합니다.

 나는 얻지 못할 것을 찾고, 찾지 않는 것을 얻습니다.


# 3호 전문

 아침나절 나는 내 그물을 바다에 쳤습니다.

 나는 캄캄한 바다 속에서 이상한 모양과 이상하게 아름다운 물건을 끌어 올렸습니다. 어떤 것은 미소처럼 빛나고 어떤 것은 눈물처럼 번쩍이고 어떤 것은 신부의 뺨처럼 발그레했습니다.

 하루의 짐을 지고 집에 갔을 때 내 사랑은 꽃잎을 헤치며 한가로이 정원에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의 발밑에 내가 끌어 올린 것 모두를 내려놓고 잠자코 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것들을 흘낏 보고 나서 말했습니다. "이것들은 참 이상한 것들이네요? 무엇에 쓸지 모르겠네요!"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을 얻기 위해 싸운 것도 아니고 시장에서 산 것도 아니다, 그녀에게 합당한 선물이 아니다."

 그래서 한밤 내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거리에 내던졌습니다.

 아침나절 나그네들이 왔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주워 먼 나라로 가지고 갔습니다.


 # 진주

 언제인지 내가 바닷가에서 조개를 주웠지요. 당신은 나의 치마를 걷어 주셨어요. 진흙 묻는다고.

 집에 와서는 나를 어린 아기 같다고 하셨지요. 조개를 주워다가 장난한다고. 그리고 나가시더니 금강석을 사다 주셨습니다. 당신이.

 나는 그때에 조개 속에서 진주를 얻어서, 당신의 작은 주머니에 넣어 드렸습니다.

 당신이 어디 그 진주를 가지고 계세요. 잠시라도 왜 남을 빌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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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원정 85호 (마지막 시) & 님의 침묵 '독자에게'(끝자락 시)

 -시집에서의 배치 위치, 그리고 받는 이가 '독자'라는 점. 묘하게 태도가 다릅니다.


# 85호

 백 년 뒤에 나의 시를 읽고 있는 독자여,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이 풍성한 봄날에 피는 꽃을 한 송이도 당신에게 보내드릴 수 없고

 저 하늘 구름밭 사이의 한 줄기 금빛 햇살도 보내드릴 수 없읍니다.

 당신의 문들을 열고 밖을 내다보십시오.

 당신의 꽃피는 정원에서 사라진 백년 전의 꽃들의 향기로운 추억들을 모아보십시오.

 기쁜 마음으로 당신은 백 년 세월 저 너머로 즐거운 목소리를 보내며 어느 봄날 아침을 노래 했던

 그 생생한 기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 독자에게

 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합니다.

 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 나를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이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는 엷어갑니다.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집니다.


 (을축 8월 29일 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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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님의 침묵 '타골의 시(Gardenisto)를 읽고'

 - 만해가 참고한 시형식, 어조가 누구 것일까!의 단서가 된 그 시.


# 타골의 시(Gardenisto)를 읽고

 벗이여, 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 있는 꽃처럼 나를 울리는 벗이여.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까지 사무치는 백골의 향기입니다.

 그대는 화환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 가지에 걸려서 주운 꽃을 헤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이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눈물을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셔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치지 마셔요. 무덤 위에 피 묻은 깃대를 세우셔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인도와 조선은 둘 다 식민지 시기를 겪고 있었죠. 

 만해는 그래서 더욱 타고르의 시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타고르에게 화답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백골에 입맞추는 것'이 아닌, 무덤 위 '피 묻은 깃대'를 세우라는 부분에서 두 시인의 삶의 자세가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부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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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용운만의!


 한용운의 시 특징 중 많은 부분이 타고르의 영향을 받았단 점을 확인할 수 있었죠.

 구어 산문체, 비유, 상황의 극화, 소재 처리 등...

 하지만 한용운만의 특유의 시는 도무지...그 아우라를 뭐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뭔가 한층 정신적으로 더 승화된 느낌?

 그저 따라하는 것만엔 절대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제가 더 성숙하기도 하고, 표현법도 뒤처지지 않아요.

 특유의 사상이 녹아나 있는 '알 수 없어요' 같은 시는 원정에서도 찾기 힘든 엄청난 시죠.ㄷㄷㄷㄷ 정말 무지막지하신 분입니다.

 이런 한용운만의 특색에 대해 다양한 분들이 엄청 멋진 평들을 하셨으니 궁금하시면 보시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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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한용운 시인의 시를 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분의 '시론'이라 할 만한 '예술가'와 함께...이 뻘정보글을 마칩니다.



# 예술가

 나는 파겁(破怯) 못한 성악가여요.

 이웃 사람도 돌아가고 벌레 소리도 그쳤는데, 당신의 가르쳐 주시던 노래를 부르려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슬칠 때에 가만히 합창하였습니다.


 나는 서정 시인이 되기에는 너무도 소질이 없나 봐요.

 '즐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 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굴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과 침대와 꽃밭에 있는 작은 돌도 쓰겠습니다.

 


출처 유종호 <한국 현대문학 100년>, 동국대 교양교육원 <고전으로 가는 길>
김억 번역 <원정>, 한용운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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