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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321] <라면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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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장수집가
추천 : 4
조회수 : 2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12 11: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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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을 지속하려는 자만이 연장을 만든다. (54)

 

2)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267)

 

3) 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는 정서적 현상이다. (16)

 

4) ,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70)

 

5) 돈과 밥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지 말고 주접을 떨지 말라. (178)

 

6) 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다. (76)

 

7) 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변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333)

 

8) 삶을 살아내는 자들은 삶을 설명하거나 추상화하지는 않는다. (380)

 

9) 인간은 손에 연장을 쥐지 않고서는 이 세계와 맞설 수가 없다. (339)

 

10) 쉬운 말을 비틀어서 어렵게 하는 자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178)

 

11) 나의 독서는 고향 없는 자의 자기 위안일 뿐, 책 속에 고향이 있을 리는 없었다. (324)

 

12) 사람의 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굴러다닌다. 그래서 내 밥과 너의 밥이 뒤엉켜 있다. (72)

 

13) 나의 고통은 나의 생명 속에서만 유효한 실존적 고통인 것이다. 인간의 존엄은 그 개별성에 있다. (147)

 

14) 인간과 인간이 연결됨으로써 인간은 개별적 존재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수행해낼 수 있다. (135)

 

15) 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이지 않지만 인간은 우호적이지 않은 자연을 적대적으로 느낀다. (80)

 

16) 다 똑같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그 무서움은 공유되는 것이 아니고 각각 저마다의 몫일뿐이다. (138)

 

17) 생명과 죽음은 추상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이 불가능하고 대체가 불가능한 일회적 존재의 영원한 소멸이다. (176)

 

18) 죽음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개별적 행위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들 혼자 죽어서 저 혼자만의 무덤을 이룬다. (350)

 

19) 고통의 맨살, 죄업의 뿌리와 직면하기를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뉘우침의 진정성과 눈물의 힘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176~177)

 

20)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71)

 

21) 돈이 주는 안도감과 돈이 주는 불안감, 돈이 주는 성취감과 돈이 주는 절망감으로부터 우리는 도망칠 수가 없다

    돈은 추상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완벽하게 완성해낸다. 무서운 일이다. (188)

 

22) 세월호가 기울고 뒤집히고 가라앉을 때 배에 갇힌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러한 방식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 물이 차오르는구나, 이제 죽어야겠다, 라면서 죽은 사람이 있을 것인가. (159)

 

23) 내가 실패를 거듭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내 아버지의 삶의 파탄과 광기, 그의 꿈과 울분과 절망의 하중을 내가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 날의 내 아버지가 때때로 내 가엾은 아들처럼 느껴진다. (34)

 

24) 이 운명은 내가 선택하거나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별수 없이 이 질곡을 받아들이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서 발버둥쳤지만

    어느 쪽도 온전히 이룰 수는 없었고 버둥거릴수록 자기분열은 깊어졌다. (101)

 

25) 개인이나 국가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들은 좀처럼 개조되지 않는다

    다만 뉘우침의 진정성 위에서 자신을 바꾸어나갈 수 있다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뭉개다가 무너질 뿐이다. (176)

 

26)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보편화되지 않고 공유되지 않는다. (143)

 

27) 자리를 내놓고 감옥에 가고 할복을 하고 분신을 해서 지옥에 간들 이미 그 해악이 세상에 퍼져버린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책임을 진다는 행위는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말은 쫓겨났다는 뜻이고, 그 쫓겨남으로써 아무것도 책임지지 못한다. 그것은 무의미한 빈말이다. (175)

 

28) 한국 국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정치권력에 속아왔다

    불신은 사람들의 정치정서 속에서 허무주의로 자리 잡았고, 그 허무주의는 일상화된 악이 서식하는 토양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난데없이 들이닥친 재앙이 아니라 그 일상화된 악의 폭발인 것이다

    우리는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시대의 난제를 극복해본 역사적 경험이 전무하거나 매우 빈곤하다. (174)

 

29) 재벌의 불법을 용인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정당한 슬픔과 분노를 벗어던져야만 먹고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말은 

    시장의 논리도 아니고 분배의 정의도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인 속임수일 뿐이다

    법치주의가 살아 있어도 법이 밥을 먹여줄 리는 없고 밥은 각자 알아서 벌어먹어야 하는 것인데

    법치주의를 포기해야만 밥을 벌어먹기가 수월해진다면 이 가엾은 중생들의 밥은 얼마나 굴욕적인 것인가. (165~166)

 

30) 풍랑이 없는 바다에서 정규 항로를 순항하던 배가 갑자기 뒤집히고 침몰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원인과 배경이 불분명한 사태는 망자의 죽음을 더욱 원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허무하게 만든다

    망자들이 하필 불운하게도 그 배에 타서 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한다면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삶은 아무런 정당성의 바탕이 없이 우연히 재수 좋아서 안 죽고 살아 있는 꼴이다

    삶은 무의미한 우연의 찌끄레기, 잉여물, 개평이거나 혹은 이 세계의 거대한 구조 밑에 깔리는 티끌처럼 하찮고 덧없다.

    이 사태는 망자와 미망자를 합쳐서 모든 생명을 모욕하고 있고, 이 공허감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이 우발적이라는 공허감, 보호받을 수 없고 기댈 곳 없다는 불안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허무주의로 몰아가고,

    그 집단적 허무감은 다시 정치적 공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 (171)

출처 김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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