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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필사] 김경욱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
게시물ID : readers_289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5
조회수 : 5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15 15:47:37

김경욱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자신의 피를 보는 거야. 꼬마들을 봐. 씩씩하게 싸우다가도 손등에 묻은 제 코피만 보면 울음부터 터뜨리잖아. 피는 무서운 상상을 부르거든. 피가 새빨갛게 보이도록 타일을 반짝반짝 닦아야 해. 상상력의 방아쇠를 잘 조여놓아야 한다고.

「개의 맛」


용서받을 수 있는 죄와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드르 때문에 골치 아프구나. 그런 자들은 구원조차 흥정하려 들지만 천국에는 주관도 저울도 없단다. 구원에 경중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죄악에도 경중이 없다. 사소한 구원이나 엄청난 구원이 없듯 시시한 죄악이나 무시무시한 죄악이라는 것은 없다. 모든 구원이 공평하게 구원인 것처럼 모든 죄악은 공평하게 죄악이다.

「빅브라더」


바닷가라면 따뜻할 것이었다. 늑대 울음도 들리지 않을 그곳에서는 꽃이 필지도 몰랐다. 어둠을 재촉하는 늑대 울음을 들으며 소년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지붕도 바람막이도 깜부기불도 없이 수많은 밤을 건너 온 난쟁이 부랑자 같았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


땅은 붉었고 하늘은 파랬고 묘는 하얬고 사람들은 까맸다.

죄는 붉었고 구원은 파랬고 천국은 하얬다.

붉은 죄와 파란 구원이 하얀 천국이 뒤섞이며 부딪치다 회색의 한숨으로 잘게 부서졌다.

「염소의 주사위」


한마디 말도 없이 오래오래 마주할 수 있는 상태를 진은 사랑이라 이름 붙인 셈이다. 그렇다. 진이 넘겨짚은 대로 율은 침묵의 심지에 응시의 불꽃을 켜켜이 덧대는 방식으로 지구를 사랑했다. 여자들은 옳다. 여자들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옳다는 게 늘 위로를 주지는 않는다. 율은 자신이 지구를 사랑한다는 사실에서 일말의 위로도 얻지 못했다. 지구는 만질 수도 쓰다듬을 수도 없는 존재였다. 율에게 위로는 만지거나 쓰다듬어야 겨우 얻을까 말까 한 감정이었다.

「지구공정」


+ 빠진 부분이 있어 추가합니다.


지구를 멈춰 세우고 싶을 만큼 고통이 거대하게 느껴지는 고독한 순간들. 지구를 거꾸로 돌려서라도 고통을 초래한 말과 행동을 물리고 싶어지던 순간들.

「인생은 아름다워」


치켜 올라간 눈썹과 입꼬리는 제자리로, 커진 눈과 콧구멍은 본래 크기로 돌아왔다. 균형을 회복한 것이다. 새 기관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때마다 조직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직장에서 20년 넘게 책상을 지켜낸 것도 일관성과 더불어 균형을 금과옥저로 여긴 덕이었다.

「승강기」


그맘때 아이들의 얼굴은 하루하루 달라졌다. 아이들의 영혼은 스펀지라잖은가. 아이들의 얼굴에는 잠자리를 어지럽힌 부모의 근심은 물론 간밤에 꾼 꿈의 얼룩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홉번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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