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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의 단상.
게시물ID : readers_293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등려군
추천 : 8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7 13: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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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오베금지


대전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엄마는 안부를 좀 묻다가, 지금 나라에서 헌법에 쓰인 ‘양성평등’이란 단어를 ‘성평등’으로 바꾸려 한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성을 우습게 알고 트렌스젠더가 많아지고 동성애자가 많아지게 될 거라고, 막아야 된다고도 했구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동성애 반대 팜플렛을 만들어 달라셨죠.

저는 거절했어요. 제가 언성을 높였을까요? 아뇨. 기차 안이었는데다 딱히 언성을 높일 이유조차 찾지 못했어요. 저는 엄마를 설득하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저는 아주 차분하게 이야기했어요. 엄마, 미안하지만 나는 엄마와 생각이 다르고 동성애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걸 만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엄마는 화냈죠. 화를 냈다기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배신 당한 사람처럼 굴었어요. 요즘 애들은 다 너같이 생각한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성경에 동성애는 안된다고 나와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엄마가 저를 동성애자라고 의심했을 리는 없어요. 저는 남자친구와 3년 정도 잘 사귀고 있는 중이니까요.)

저는 계속 사람 생각은 다 다르고 모녀 관계인 엄마와 내 생각조차 다르니 우리 서로 그런 예민한 부분은 터치하지 말자고 했어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는 꽤 괜찮은 모녀 관계거든요. 그냥 스무스하게 넘어가자, 원만하게, 서로 터치하지 말고, 건드리지 말고, 그냥 각자 생각하는 바대로 살면 되지 않겠느냐, 사람이 어찌 그리 쉽게 바뀌겠느냐, 서로를 바꾸려 하지 말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말을 계속 했지요. 엄마가 생각하는 게 잘못됐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죠. 엄마가그리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거기다 대고 동성애는 ‘안 되는’ 거라고, 어떻게 네가 그러냐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어이 없다는 듯이 화를 낸 건 엄마였어요.

그리고 지금 언니는 저한테 카톡으로 “넌 왜 그렇게 완고하냐” “넌 엄마한테 왜 그런 태도냐”라고 지껄이네요. 저는 정말로 제가 어느 부분에서 완고했는지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완고한 건 누구였나요? 한쪽 말만 듣고 제멋대로 상황을 상상해서 남을 모략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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