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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젖 축이는 염소를 본 적 있나?
게시물ID : readers_293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8 20: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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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꿈을 꾸었다. 비좁고 불쾌한 우리에 갇힌 염소 중 하나였지.
무리의 타액 떠다닌 물때 낀 나무통 핥는 건 고역이었으나
목젖 축이려 안쓰럽게 내민 혀가 닿는 순간, 뭐지? 뭐지! 천상의 감칠맛 샘솟았다!
찰랑댄 거품 속 인어공주들이 혀 돌기와 단체로 짝 이뤄 춤추는 듯 낱낱이 대단한 맛!
역시 인간은 저주받았어. 한 병뿐인 그랑 크뤼 와인 마셔도 천국은커녕 뭐가 최고급 풍미냐!
음매에에에! 염소가 진짜다! 생쥐가 털 고른 물 축였는데도 신의 축복 받는 상쾌함!
방주가 그려지는 거센 파도 응축된 생생한 목 넘김은 알던 맛 모두 자빠뜨릴 멸망 가는 여운, 칵 취한다!
다른 염소들은 덤덤한 건 마치 깨우친 수행자처럼 보일 지경이구만
겨우 물만 맛본 건데 인간일 적 기억 그 어떤 오락거리완 비교도 안 되는 순수한 생리적 기쁨! 고양! 휩싸인다!
잠깐, 저건? 뿔 좀 치워 봐. 맙소사, 여물이잖아?! 누리끼리 잘 익은 존나 바삭한 여물! 비켜, 음매에에에!
뜯는다! 빈틈없고 단단한 치열로 뜯는다! 두터운 경추가 지탱하는 하관으로 야단법석 뜯는다! 흑흑, 슬프다. 양이 줄고 있어.
도살 당하는 비극적인 축생임에도 태어나서 행복한 맛이 벅차 왜 눈은 두 개 밖에 안 돼? 매우 아르고스처럼 울고 싶다!
야성적 감각의 혀란 이런 건가? 그래서 요리 안 된 날 것 앞에서도 침샘이 천박했던가? 알고 보니 이 혀 존나 최고군요.
얼마큼 최고냐고? 불 훔친 벌 받는 프로메테우스 앞에서 도발적으로 침 튀기며 혀 찰 만큼.
궁극의 맛 아는 염소한테 무엇도 조리해서 먹을 필요 없어, 불이 불필요하니깐! 음매에에에!

목젖 축이는 염소를 본 적 있나?
혀 요리는 다양하지만 항간 것은 서툴러
식도까지 뽑아내서 새파랗게 질린 걸 접시에 담아둬선 안 된다오
곤두선 돌기가 자극적인 소스에 주눅 들어서도 안 되지
맹물에서 천상의 맛 누리는 그 야성적 미각 세포를 온전히 느끼려면 궁극의 혀 요리는 입맞춤뿐
종을 넘어선 한 쌍처럼 사랑에 취하듯 턱주가리 열고 생혀가 감기는 촉촉함을 음미하는 거요.
비유일세 비유. 오해는 말게. 침 튀겨서 미안하오. 나도 모르게 흥건해졌군.
완벽한 음식엔 재료란 과정이 없소. 그 자체로 굽거나 요리할 필요 없는 완성품이니.
이보시오. 경찰 양반. 이상한 사람이 있다 해서 몇 차례 신고받았겠지만 난 상식 범주의 사람이오.
수간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수 부위만 골라 먹는 잔인한 괴식도 싫네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이웃이라 다들 오해가 있었나 보군.
오히려 동물 애호가라네. 자, 손을 보라고, 난 아무것도 죽이지 않았어.
염소가 돼본 적 없는 자네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래서 내가 옛날에 꿈에서 겪은 걸 적어놓은 일기를 보여주었잖나
나는 그저 늙은 미식가요. 염소랑 애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비위생적이고 눈살 찌푸려지는 건 안다네
하지만 내 염소는 잇몸 건강에 신경 써주고 있고 젖도 막 짜내서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하오
이 자리에 보건국 직원을 데려와야 믿겠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내 마당에서 식사가 죄가 될진 몰랐지만, 도시 사람은 왠지 매운 구석이 있군.
하여간 황홀한 티타임을 마저 갖기를 정중히 요청하오. 어쩜 자네도 한 입 하겠나? 음매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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