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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흡연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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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상연
추천 : 3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9/18 04: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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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서 일부분 떼어서 단편으로 다시 써봤습니다.

 -


 포틴브라스 백작의 흡연 클럽은 금요일 8시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고정 멤버는 폴로니어스 볼콘스키 후작과 아나톨리 파블로브나 남작이 있다. 그런 오늘의 흡연 클럽은 항상 그런 것 처럼 리저브 가문 저택의 작고 화려한 정원에서 열렸다. 

 작고 아담한 정원에는 일곱 개의 의자와 나무 테이블이 놓였다. 오늘의 참여자는 총 일곱명. 주체자인 포틴브라스와 고정멤버 폴로니어스, 아나톨리, 폴로니어스의 아들 코닐리어스. 그리고 초대 손님인 안토니오와 샤일록, 투발 이 세사람이었다. 세 사람은 시민 계급. 초록색 물감으로 염색한 근사한 외투를 차려입었지만, 멋을 낼 때는 붉은색 옷을 입는 귀족 도시에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었다.

 포틴브라스가 씨가를 뻐금뻐금 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그 오른쪽에는 폴로니어스와 코닐리어스, 그리고 왼쪽에는 아나톨리가 앉았다. 약간 반원형으로 둥글게 앉은 그들의 앞에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대부호 시민 안토니오와 샤일록, 투발이었다. 그들은 굉장히 공손하게 고개를 살짝 낮추고 시선은 바닥을 보고 있었다. 

 집사 제시카가 담배가 담긴 고급스러운 나무상자를 두 개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상자 하나를 열었다. 그곳에는 하얀 종이에 얇게 말아놓은 담배가 들어 있었다. 포틴브라스가 두 손을 들어 담배를 권하며 말했다. 

 "흡연하는데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꼭 이유를 댄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이유를 갖다 붙이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자 드십시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폴로니어스가 담배 한 까치를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코로 킁킁 냄새를 맡더니, 촛불로 불씨를 붙이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그 다음 아나톨리가 담배를 피웠다. 포틴브라스는 폴로니어스의 아들 코닐리어스에게 직접 담배에 불을 붙여서 건네줬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많이 피우거라, 담배는 머리를 맑게 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하지. 담배가 좋다는 것은 너무 명백해서 좋은 점을 나열하자면, 달이 두 번 떠야 할 거야. 자, 예의 차릴 것 없다. 들어라."

 아기가 젖을 빨 듯 담배를 쪽쪽 빨아댄 폴로니어스가 빵끗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소녀와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바보야. 아들아, 너는 그런 어리석고 멋없는 귀족이 되지 말거라."

 "네, 아버지."

 "하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폴로니어스 형님. 아, 여러분도 어서 피우십시오. 정말... 여기서 눈치 볼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시민 세 분을 모시는데, 혹시 불편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안토니오, 샤일록, 투발이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담배를 집어 들었다. 촛불에 담배를 피우기전, 샤일록이 굉장히 황송한 표정을 짓고는 포틴브라스에게 말했다. 

 "이렇게 근사한 모임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작님. 그럼, 잘 피겠습니다."

 "저 투발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잘 피우겠습니다. 백작님." 

 그들이 담배를 뻐금뻐금 피웠다. 마당 전체로 서서히 퍼져가는 연기가 주변을 감싸서 창문에서 세어나오는 불빛을 흐리게 만들었다. 저녁 모임에는 와인을 마시지만, 흡연 클럽에서는 술이 아닌, 담배를 마신다.

 그런데 그게 꼭 규정으로 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담배를 한 서너 개피를 피우고 있는데, 제시카가 와인을 한 병 가져왔다. 그녀가 크리스탈 잔에 와인을 붓고는 한 사람 주었다. 폴로니어스가 눈을 빛냈다.

 "저거 남은 나무 상자는 씨가지?"

 "형님, 마법이라도 전공했습니까? 그게 보이십니까? 하하."

 "씨가는 와인 아니겠는가? 자네는 먹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 단순한 면이 있지만, 가끔 자리에 어울리는 것을 한 두 개쯤 곁들이는 요리사의 영혼을 갖고 있지. 자네 부인 다음으로 자네 속을 잘 아는 사람이 나 잖는가?"

 "형님, 징그럽게 왜 그러십니까? 오해하겠습니다."

 "으하하하! 이참에 후작을 첩으로 두는 건 어떠한가? 내가 아우에게 첩으로 가겠네! 그러면 씨가도 마음 것 피울 수 있을 텐데 말야?" 

 "아버지..., 창피해요. 아버지가 첩이라뇨..."

 아나톨리가 꽁초가된 담배를 바닥에 비비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고 선배님 취하셨습니다. 듣는 제가 다 창피합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 선배님이 가끔 맛이 가버립니다."

 "하하하;;"

 세 시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대부호 안토니오는 굉장히 불안했다. 담배란 자고로 불안함을 잠재우고 머리를 맑게 하는 것에 탁월한 효능을 지녔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익숙해 지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안토니오는 자신의 불안해 하는 원인이 이 자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 사람이 한 참을 재잘대고 있는데, 집안에서 맬컴 나왔다. 맬컴을 본 포틴브라스가 손짓을 하며 불렀다.
 
 "맬컴, 마침 잘됐다. 어서와서 인사좀 하거라."

 맬컴은 탁자위에 와인을 물끄럼히 보고는 걸어왔다. 그러고는 대충 인사했다.

 "맬컴입니다."

 폴로니어스가 빵 터졌다.

 "크큭,.. 푸하하하하! 이야, 자네 막내 아들말이야. 정말,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내가 저 나이땐 귀족 어르신 앞에서는 숨도 못쉬었는데. 진짜 상남자야. 코닐리어스야, 좀 보고 배워라."
 
 시민들이 맬컴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샤일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막내 아드님이 굉장히 잘생겼네요. 로렌조는 어머님을, 힐다는 아버님을 닮았는데, 맬컴은은 딱 반반씩 닮았습니다. 정말 놀랍네요."

 "아직 아이인데도 기세가 숨막 힐 듯 강렬합니다."

 "저도 저렇게 총명한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세 시민이 아들 칭찬을 하고, 칭찬을 할 때마다 지극히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포틴브라스는 아첨을 즐길 줄 아는 사나이. 기분 좋게 웃었다. 

 "우리 막내가 잘나긴 잘났죠. 의자가 없구나. 아빠 무릎에 앉거라."

 "싫어요."

 그러면서 쪼르르 테이블로 걸어갔다. 맬컴이 테이블에 있는 와인병을 집으려고 손을 뻗었다. 포틴브라스가 깜짝 놀라고는 와인병을 먼저 집어서 높게 들어올렸다. 맬컴이 와인병을 집으려고 손을 쭉 올렸지만, 닿지 않았다.

 "어허! 술은 안 돼. 애가 벌써 술 맛이 들어가지고 원... 어려서 술 마시는 습관을 기르면 이로울게 없다. 차라리 담배를 피워라. 담배는 정신을 맑게 하고 병든 기운이 빠져나가게 한단다."

 맬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담배가 뭐가 좋다고 피우세요? 숨만 막히게 하고 재만 남는데..."

 그 모습을 보던 포롤니어스가 허허 웃으며 꽁지만 남은 담배를 테이블에 비볐다. 그러고는 담배 하나를 더 집어서 촛불로 끝을 태우고 다시 쪽쪽 빨았다.

 "후~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모르지. 그래도 어릴 때부터 좋은 걸 가르치면, 우리 코닐리어스 처럼 모범적인 귀족이 될 수 있을 거다. 포틴브라스, 맬컴이 몇 살이더라?"

 "11살 입니다. 그러고 보니 코닐리어스가 이 나이쯤에 담배릴 배웠던가?"

 "네, 아저씨. 첫 담배로 씨가 모하드를 주셨죠. 지금도 기억나는데, 처음에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맬컴아, 이 형을 보거라. 저렇게 늠름하게 성장하려면 담배를 잘 피워야 된다. 외모도 훌륭하지, 머리도 뛰어나지.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어. 그 뛰어나고 숫자 많은 시민과 귀족을 제치고 말이야. 정말 대단해."

 "내 아들이 훌륭하긴 하지. 거참... 내 아들이지만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아카데미 수석? 나도 힘들게 졸업했는데. 나는 말야, 검 아니였으면 졸업도 못했어. 젠장, 나도 어려서부터 이렇게 훌륭한 담배를 피우고 자랐자면 달랐을텐데 말이야. 이럴때면 정말 어리석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워. 정말 귀족은 가정 교육이 중요해 가정 교육이. 너도 그렇잖아 안 그래?" 

 "형님, 우리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닙니까?"

 "이자식아, 우린 전쟁과 검밖에 모르잖아. 요즘 검술 학부 애들은 수학도 잘한다고 하더라. 진짜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귀족정치를 했어야 했는데."

 "아이고 형님! 우리 황제파 아닙니까? 설마 귀족파 되고 싶었습니까?"

 "그래 이놈아! 그 능구렁이들이 머리쓰는 거 보고 깨닫는 게 없냐? 요즘은 개내들 같이 머리 쓰는 놈들이 귀족이야."

 "아버지, 아저씨, 이야기가 자꾸 삼천포로 빠집니다." 
  
 "아들아, 너는 소드 마스터고 뭐고 정치를 해라. 위험한 전장에서 몸 구르는 것보다, 황제 아래에서 머리쓰는 게 더 낫다."

 "제가 알아서 할께요."

 "거 참, 형님은 아들에게 그런 소리 좀 하지마세요.. 똑똑하니 알아서 하겠죠."

 "그래그래, 미안하다. 아, 시민 여러분~ 귀족 생활이 본래 이렇습니다."

 안토니오는 상당히 당황했다. 얼마전 만났던 신생 귀족들은 굉장히 격식을 따지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에이나우디 백작 가문과 볼콘스키 후작 가문은 500~600년 된 제국의 전통 귀족 가문이다. 진짜 알짜베기 가문의 주인들이 다 저런 산적같은 말투를 쓰다니,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옆에 앉아있는 샤일록과 투발은 눈치를 보느라 웃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씨가는 언제 줄거냐?"

 "형님, 참 성격도 급하십니다. 맬컴아, 저기 새상자 열어서 어르신들에게 씨가 한 개피씩 나눠드려라."

 나무 상자를 열자 그 내부에는 씨가 10개피가 있었다. 포틴브라스, 폴로니어스, 아나톨리, 코닐리어스, 안토니오, 샤일록, 투발 순으로 나누어 주었다. 각자 담배를 받자마자 감탄을 하며 냄새를 맡았다.

  "크~ 대단하구만! 냄새가 아주 좋아. 달달해. 이거 하나에 200골드는 하지 않았던가? 자네 봉급 다 날아가게 생겼구만, 하하하!"

 "아저씨, 이거 굉장히 귀한건데...!"

 "모두들 사양말고 피십시오. 아, 그리고 안토니오씨."

 "예, 백작님."

 대부호 시민 안토니오가 빠르게 다가와 겸손히 고개를 숙였다. 포틴브라스가 친절하게 옆에 앉기를 권했다. 굽신거리며 의자를 당겨 앉은 안토니오는 씨가를 만지작 거리며 눈치를 봤다.
 
 "신대륙에서 가져온 담배잎 사업 말입니다."

 "아! 그거 말이죠."

 "그거요. 참... 걱정입니다. 그런 저급한 것을 유통시켜버리면 사람들이 제대로된 담배 맛을 깨닫지 못하게 될 날이 올거에요. 싸다고 막 사는 시민들이 걱정입니다."  
 
 안토니오가 식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훌륭한 담배를 백작님에게 대접받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내가 가져온 저급한 담배잎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말입니다. 담배라고 부르기도 부끄럽습니다. 하하;; "   

 "거참... 신대륙에서 힘들게 가져온 것이 금이나 은이 아니라 담배잎이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 그... 가져온 담배잎을 평민들에게 파는게 옳바른 일인가 생각이 듭니다."

 "평민들에게 말이죠. 그게 어쩌다가 시민들에게 흘러들어가지 않겠습니까?"

 "그, 그럴 수도 있겠죠. 그래서 큰일입니다. 이걸 어찌 해야 될지... 현명한 누군가의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

 포틴브라스가 걱정을 한 가득 담은 표정으로 씨가의 머리를 쪽쪽 빨았다. 머리를 자르고는 끝 부분을 촛불로 조금씩 구웠다. 태우듯 말듯 하면서 씨가를 이리저리 검게 그을리더니, 끝 부분에 불씨가 골고루 붙자 쪽쪽 빨면서 연기를 만들어냈다. 무릎에 앉은 맬컴은 코 끝으로 서큐버스라는 씨가의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스읍, 후~ 현명한 누군가의 판단이라.... 폴로니어스 형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형님이라면 제가 어려서부터 그 현명함을 자주 접했죠. 형님의 판단은 전장에서 목숨을 맡길 만큼 총기와 현명함이 깃들어 있잖습니까?" 

 씨가를 피우던 폴로니어스가 뻐금뻐금 연기를 모우더니, 도넛을 세 개 만들어 날렸다. 앞에 있던 도넛이 넓게 퍼지더니, 뒤따라오던 도넛이 그 구멍을 통과했다. 그러다가 안토니오를 보고는 당연하듯 말했다.

 "그냥 팔아버리게."

 "누구에게...?"

 평민에게? 아니면 저 백작에게? 

 "그야 당연히 나에게 팔라는 소리지, 이 사람아."

 그 말을 들은 포틴브라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폴로니어스를 보더니,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하하하! 형님은 거참 아우 뒤통수 거하게 때리십니다?"

 "아우, 이 형님같이 담배를 사는 입장이 되보게. 담배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잖는가? 후작 체면에 백작 동생집에 매일 와서 얻어 피우는데 불쌍하지도 않는가?"

 안토니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토니오는 대부호 시민이다. 시민의 도시에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었고 실버 카드의 보유자다. 그리고 20톤 가량의 물건을 싣고 큰바다를 건널 수 있는 상선을 5척이나 가졌다. 상선을 가지고 여러가지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번에 가져온 물건이 담배잎이라는 것이다. 포틴브라스가 뒷세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담배 사업이다. 사업이 겹치는 것이다.

 포틴브라스는 개당 200골드까지 씨가를 피우고도 고민 가득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안토니오에게 말했다.

 "이번에 신대륙에 보낸 상선 5척이 담배잎 100톤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담배 한 개피에 대략 1g을 잡고 100g에 100개피. 한 갑입니다. 100톤이면 총 100만 갑을 만들 수 있죠. 제가 수십년간 이 대륙에서 성십것 봉사하는 마음으로 담배 1갑에 10실버라는 싸고 적절한 가격을 정해 놓았습니다. 정말 명백히도 적절한 가격이라서 이보다 더 싸게 팔아버리면 남는 게 없습니다. 어쨌든 100만 개피를 팔아버리면 10,000,000 실버 입니다. 실버와 골드 시세 비율이야 항상 변하는 것이지만, 1:10으로 계산하면 100만 골드죠. 정말... 후..."

 안토니오의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비싼 씨가에 습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황급히 테이블에 올려놓고 옷에다 손을 닦아냈다.

 "대부호님께서, 이렇게 가난하고 불쌍한 귀족을 핍팍 할 생각이신지요?"

 "아, 아닙니다. 결코 그럴 생각이 아닙니다!"

 "역시, 안토니오님은 자상하신 분입니다. 아차~ 어서 대화는 일단 그만하고 서큐버스나 피워보세요. 정말... 명인의 정신이 깃든 훌륭한 씨가 입니다. 00골드는 큰 돈이지만, 그 담배에 들어간 정성을 생각하면 그 가격은 성인의 봉사나 마찬가지 입니다. 하하, 제가 사실 담배 사업을 하는 이유는 제국의 시민 여러분과 귀족 여러분을 섬기고자 하는 기쁜 마음으로 담배를 만들었습니다. 제 봉사를 받아주십시오."

 안토니오가 손을 달달 떨며 씨가에 불을 붙였다. 그러다가 씨가를 손에서 놓쳐버렸다. 포틴브라스가 잽싸게 그것을 낚아챘다. 초인의 손발력. 빵긋 웃더니, 친절함을 보여주려는 듯, 직접 촛불에 씨가를 대우고 불을 붙힌 뒤 안토니오의 입에 꼬아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백자님. 저, 정말..."

 그렇게 씨가를 태우던 안토니오는 세 번 정도 씨가를 빨더니, 황홀감에 빠졌다. 정말 굉장한 씨가였다. 아까 느꼈던 현실의 긴장감과 공포가 싹 사라졌다.

 서큐버스가 개니 이름만 서큐버스가 아니었다. 최음 효과가 뛰어난 서큐버스의 체액을 넣어 연성한 씨가였다. 포틴브라스는 안토니오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토니오씨, 어떻습니까?"

 "아... 아~... 이거 정말... 씨가 맞습니까?"

 담배를 피운 모두가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만 마신 맬컴도 헤롱헤롱 거렸다. 

 "제가, 젊은 시절에는 지나가던 시민 어르신들이 무거운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안타까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때면 저는 직접 나서서 그 짐을 대신 들어주곤 했죠. 아아, 지금도 그런 마음입니다."

 그러고는 포틴브라스가 골드 카드를 소환했다. 어두운 밤에도 반짝이는 골드 카드를 안토니오에게 내밀고선 말했다.

 "거, 100톤은 너무 무겁지 않겠습니까?"

 "무... 무겁습니다. 백작님. 하하."

 "제가 90톤을 덜어 드리겠습니다. 90톤에 9천 골드. 수수료는 당연히 구매하는 사람이 내기 때문에 구천구백 골드 내겠습니다. 이야~ 정말 합리적인 가격이죠."

 안토니오가 황홀한 표정을 짓고는 실버 카드를 내밀었다. 서로의 카드를 맞대자, 황금빛과 은색빛이 엉키고는 보이지 않는 계약이 이루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9,900 골드가 빠져나가고 90톤의 담배잎이 사라졌다. 10초도 걸리지 않는 과정이었다.

 "정말, 좋은 거래였습니다. 제시카, 마카로니 아이스크림과 서큐버스 한 개피 준비해줘. 서큐버스는 존경하는 시민 안토니오씨에게 챙겨드리고."

 "네, 당주님."

 씨가를 다 피우고 몇기가 걷히자, 제시카가 큰접시에 담은 알록달록한 마카로니 아이스크림을 가져왔다. 모두가 하나씩 나눠먹었다. 폴로니어스는 수십개의 담배를 피우고 씨가를 피우고서도 입가심으로 담배 두 개피를 더 피웠다.

 "캬- 아우, 거래는 끝났고... 거 형님에겐 선물 없는가? 그... 아우가 사서 고생을 하는게 마음이 아파서 그래. 아우 좀 무겁잖아?"

 "저 무거운 거 잘 듭니다? 하루 이틀 사귄 사이도 아니고... 그걸 왜 묻습니까? 섭섭하게... 당연히 형과 아우의 우정을 생각해서 제가 형님에게 담배잎 1톤 정도는 챙겨 드려야죠. 그런데... 이건 파이프에 말아서 피셔야 할 겁니다."

 "뭐? 말아놓은 걸로 안 주고?"

 "집에 은 담뱃대 있지 않습니까?"

 "거 정말, 담뱃대로 피우가 귀찮단 말이야. 가루도 날리고 번거롭고 말이야."

 "씹어 드셔도 될텐데요."

 "에잉~ 더러워서. 좀 챙겨줘."

 "제시카, 형님에게 담배 10갑 챙겨드려라."

 "애? 겨우 10갑? 야 이놈아, 1톤으로 나오는 담배가 1만갑이라며!"

 "담배 마는데 수고비가 쬐금 듭니다."

 "거, 진짜. 1000개 챙겨줘."

 "제시카, 100갑 챙겨서 보내드려라."

 "아, 아버지, 그냥 돈 주고 사서 피세요. 쪽팔리게...,"

 "아이고, 코닐리어스가 있었네. 제시카, 코닐리어스에게 900갑 챙겨줘."

 제시카가 품속에서 실버 카드를 꺼냈다. 그러고는 폴로니어스에게 100갑, 코닐리어스에게 900갑을 건넸다. 코닐리어스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이야, 아저씨... 고마워요. 이거 제 아홉달치 용돈인데... 헤헤"

 포틴브라스가 깜짝 놀라며 폴로니어스를 째려봤다.

 "아니, 형님, 아들 용돈이 한달에 100골드 입니까?"

 "왜? 그거면 충분하잖아."

 "다 큰 장남의 용돈이 100골드가 뭡니까, 100골드가. 맬컴도 한 달에 50골드는 받는데..."

 "요즘 귀족은 검소한 것이 유행이라더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나톨리도 혀를 찼다. 분위기 속에서 말도 못 꺼내고 소외된 세 시민, 포틴브라스는 그 가운데 안토니오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언었다.

 안토니오가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재적인 재산의 90%가 날아갔다. 그러나, 나머지 10%로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했다. 욕심을 더 부릴 상황이 아니지만, 그래도 90톤에 9천900골드라니, 수지가 안 맞았다. 

 포틴브라스가 그런 안토니오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안토니오에게 말했다.

 "요즘 말입니다. 제가 적이 많습니다. 특히 귀. 족. 파 말입니다. 진짜 고약하죠. 아니 글쎄 담배에 세금을 붙이자고 하지 뭡니까? 이건 뭐 저보고 죽으라는 소리죠. 정말 피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시민과 귀족을 위해 봉사한 댓가가 이것인가... 정말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핍박을 받아도 묵묵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게 진정한 봉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렇게 험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저 하나면 충분합니다. 안토니오씨 같이 훌륭한 인격을 가지신 시민께서도 이런 봉사적인 정신을 가지고 계신다는 거 잘 압니다. 그 순수한 마음을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도 세상에는 다 자신의 자리가 있는 법입니다. 그곳엔 짝이 있죠. 씨가는 와인이고 연필은 공책이고 물반 고기반 이런 것 처럼 말입니다. 집에 돌아가시거든 담배 봉사 사업은 가능하면 잊으십시오. 물론 맛보기로 10톤 정도는 팔아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아, 글쌔 이 봉사에 맛이 들려버리면 포기 하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됩니다. 희생정신이 높아져서 또, 저 험하고 위험하고 머나먼 신대륙까지 목숨을 걸고 가버린다 이 말입니다. 금과 은이 아니고 쓸 때 없는 마른풀을 싣기 위해서 말이죠. 아아, 정말 봉사정신은 눈물이 납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모험을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파도를 만나 배가 난파되거나 해적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 신께서는 정말 잔혹하지 않습니까? 왜 꼭 좋은 일을, 선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 먼저 대려가시는지. 그렇게 하나 둘 씩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겁니다. 저는 안토니오씨가 이 나라에서 오래오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거 옛날에 이런 말 있잖습니까? 착한 사람 한 명 죽으면 나쁜 사람 두 명이 되는 거, 거 뭐 어떤 성자가 말했던 말입니다. 안토니오씨가 살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착한 사람이 한 명 늘어나는 겁니다. 아아, 시간이 늦었네요. 자, 어깨 피고 돌아가세요. 혹시라도 또 담배잎 가져오시거든 저에게 오십시오. 제가 대신 처분해 드리겠습니다."

 안토니오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에이나우디의 저택를 나가야 했다. 마차에 올라탄 그의 얼굴은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미라처럼 비쩍 말라버렸다. 돌아가는 안토니오를 마차까지 배웅한 포틴브라스가 의자에 앉았다. 

 "스으읍... 후우우.... 아우, 요즘 걱정이야."

 이번에는 폴로니어스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샤일록과 투발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옆에 앉아있던 포틴브라스가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려줬다.

 "아니 글쌔 말이다. 형님 말 좀 들어봐라. 내 유일한 벌이가 선량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이잖냐. 거 진짜 평민과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내 피같은 돈을 위험까지 감수하고 거저 드리는 거야. 그저 한 달에 150%의 이자만 받고 말이지. 정말... 그런데 글쌔 뭐냐? 요즘 누군가 이자를 50%만 받고 빌려주는 큰 사업을 벌인다고 하잖느냐. 그래서... 내 벌이가 정말 시원치 않단다. 물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돈이야 좀 못벌 수 있는 거 다 안다. 그래도 말이지... 후작으로써 정말 아끼고 아끼고 아껴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 쥐꼬리만한 돈 조차 들어올 구멍이 막혀버리니 정말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단다."

 폴로니어스는 눈물까지 찔금찔금 흘렸다. 울면서 충혈된 새빨간 눈으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던 폴로니어스가 샤일록과 투발을 바라봤다. 샤일록과 투발이 식은 땀을 흘렸다.

 "정말... 대부호 시민은 무섭단다. 내가 조금만 따지면 막 귀조파에 붙어버리고 내 숨을 막히게 만들고 말이야."

 샤일록이 헛기침을 하며 투발에게 말했다.

 "크흐음~! 아, 그러고 보니 요즘 고리대금 사업이 영 시원치 않던데, 아무래도 다른 사업으로 돌려야 할 것 같아. 자네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가?"

 투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아, 시민이라면 뭐, 여러가지 시업이 있지. 고기를 잡거나, 건물을 짓거나, 지방에서 농사를 짓거나, 그럼그럼."

 폴로니어스의 표정이 서서히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샤일록과 투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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