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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너와 내가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 1부
게시물ID : readers_297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eller
추천 : 1
조회수 : 1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3 03: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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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여름이었다.
낮은 습기로 가득해서 눅눅했고, 밤은 산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오후 일곱시. 눅눅함에서 시원함으로 넘어가던 그 시각, 나는 너와의 첫데이트를 했다.
 
모두가 맛이없다고 말하는 회사식당에서 보는 얼굴.
엘레베이터에서 이야기하기를 몇 번.
너는 약간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을 기르고 있었지만, 옆으로 적당히 퍼진 얼굴에 자리잡은 수염은 귀엽기만 했다.
나보단 훨씬 연하일거라는 예상을 깨고, 동갑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선 연하에 대한 죄책감은 놓고 너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수줍은 미소를 달은 인사와 서로의 주말에 대한 호기심의 대화가 3개월 정도 오갔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날, 들떠 데이트 신청을 했다.
 
"갑작스럽지만, 괜찮으면 있다 같이 차 마실래?"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벤치 앞에서 기다릴께."
 
 
2.
데이트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일도, 우정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덜컥 너의 미소에 취해 말을 건낸 나는 곧 후회했지만, 너와의 시작을 다시 무를 수도 없었다.
 
20대 후반인 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안달복달했다.
연애경험이 없진 않았지만,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상태에서 만나, 권태로운 만남을 2년 정도 하다 헤어진 것이 첫연애였다.
둘 다 자존심을 굽힐 필요도 없었고, 애교있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외로움에 젖어 있던 우리는 묵묵히 데이트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힘들고 외로운 두 명이 만나서, 힘들고 외로운 채로 만남을 끝냈다.
 
나는 여전히 힘들고 외로운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3.
우리는 회사근처의 바닷길이 내려다보이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너의 비밀장소를 향해.
너는 차 대신 바닷길과 맥주 한캔을 제안했지만, 나는 그 길에 편의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의미없는 제안을 수락했다.
보수적인 나는, 너와의 이야기를 술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 자그마한 불빛이 길을 너무 까맣지 않게 비추었고, 바닷바람이 머릿카락를 가볍게 쓸어넘겼다.
그러나 그 바람이 몸을 감싸는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길엔 곳곳에 운동기구가 있었고, 운동기구엔 아줌마들도 있었다.
나는 이미 오늘 분위기 잡기는 글렀다고 생각했지만 너는 내게 너무 귀여웠다.
 
너는 많은 것을 물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심지어 음악 취향마저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
고구마 답답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너무 즉흥적으로 써서 다음편은 없을수도 있고, 내일 올라올 수도 있고, 일주일은 있다가 올라올 수도 있어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뭔가 써 본게 굉장히 오래간만이에요. 느낌 어떠셨는지 적어주시면 넘나리 쌩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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