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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오독/감상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동일한 발사대에서
게시물ID : readers_29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nejade
추천 : 2
조회수 : 22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9/24 00:10:09

  과학도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물에 접근한다 할지라도, 그 접근은 세상을 관찰하려는 의지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 의지는 개인의 사고와 사상에서 발현되니, 아무리 과학이 객관적으로 발전하려 한다 해도 그 근원은 주관일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슈테판 클라인의 인터뷰 방식은 굉장히 적절하다. 개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물에서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 관찰 속에서 우리는 인터뷰를 수락한 과학자들을 우리의 시각으로 공감할 수 있다. 단지 슈테판 클라인의 설명처럼 과학자는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부정하려함으로써 인간과 멀찌감치 떨어지려고 하고, 사람들도 그로인해 거리감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그들 또한 하나의 꿈과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슈테판 클라인은 우리에게 확인시켜주면서, 우리는 과학자들을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깨닫고 공감하는 것이다. 물론 생활에는 무능력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그들은 사상은 놀랍게도 예술, 철학계의 논조와 매우 비슷하다. 가령 몇 개 예를 들어보자면.

 

  나의 은사께선 가장 좋은 예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좋은 예술은 마음을 쾅! 하고 울린다.” 그리고 화학자 겸 시인인 로알드 호프만도 그림이나 조각을 즐길 때 우리는 지적인 생각을 거의 안 하잖아요. 느낌이 단박에 오니까. 말하자면 가슴이 울리니까.”라고 말한다.

 

  표제이자 우주론자인 마틴리스의 말인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예요. () 이런 표현이 조금 거슬릴지 모르지만, 인간은 별이 남긴 원자 쓰레기라고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루카치 문학이론 중 하나인 문제적 인간과도 맞닿아 있다. 총체적을 잃어버려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문제적 인간은 결국 원자 쓰레기와도 같을 것이다.

 

  나의 다른 은사께선 주인물은 반드시 그 인물의 결함을 투영한 집착과 이상심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신경생물학자 한나 모니어의 말과도 이어진다. “비정상성이 왜 매력적인지 아세요? 왜햐하면 우리가 비정상성에서 결국 우리 자신을 보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공통점들은 내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지음과의 만남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과학은 모든 예술적 학문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술했다시피 그 모태(인간)는 동일하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었을 것이다. 발사대는 같았지만, 미세한 궤도의 차이로부터 목적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는 로켓들과도 같다.

  비문학을 읽어본지가 10년은 넘었다. 나는 확실하게 심각한 독서편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 중에서도 과학에 다룬 이야기라니. 지금 내 감상문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는 내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이 어지러운 이야기들 속에서 한 가지 내가 알아낸 것은, 그들과 나의 발사대는 같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며 가장 아름다웠던 문장을 옮기는 것으로 감상문을 마친다.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우주는 점점 더 무의지해진다.”라는 뜻은 무엇입니까? / 우리의 삶에 객관적 의미를 부여해주는 무언가를 우리는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자연법칙 속에는, 우주에서 우리의 자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아무리 봐도 없거든요. 이건 내가 내 삶을 무의하게 여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의미를 우리의 삶에 스스로 부여해야 합니다. 혹시 아실지 모르지만, 당신이 인용한 문장 다음에 한 문장이 더 나와요.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삶을 광대극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하고, 인간의 삶에 한 가닥 비극의 품위를 불어넣는다.” / 어째서 비극이죠? / 과거에 사람들이 믿었던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비극이죠. 한때 사람들은 자신을 우주적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여겼어요. 우리가 창조되었고 죄를 지었고 구원받는다고 믿었어요. 참으로 거창한 이야기였죠. 반면에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이 오히려 어떤 대본도 없이 무대 위에서 어슬렁거리는 배우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저기에서 즉흥으로 드라마도 조금 지어내보고 코미디도 조금 지어내보고 코미디도 조금 지어내보는 것뿐임을 깨닫는 중이죠. 나는 이것이 상실이라고 느낍니다.

 

 

 

 

질문

-독서 편력이 심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처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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