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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다 3화 – 이스카리옷 유다
게시물ID : readers_308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안들려
추천 : 1
조회수 : 4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6 13: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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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는 12제자 중에서도 특별히 회계를 담당했다. 세리를 맡았던 만큼 머리회전이 빨라 셈에 능했고, 여행을 계획하는데도 척척 필요 예산을 짜낸 까닭이었다. 손발이 잘 맞는 빌립은 총무를 담당했다. 그런 그들을 당황케 만드는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벳새다 평야에서 벌어진 전병 다섯과 절인 생선 둘 사건이었다.

  “유다, 나는 그 분께서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알겠네.”

  “그거야 자네가 총무니까 그랬겠지.”

  유다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러나 빌립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에게 질문을 하시던 그 분의 눈빛은 이미 내 마음 밑바닥을 다 훑고 있었다네. 나는 그들이 몰려오는 순간부터 돈 걱정을 하고 있었어.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내 마음은 상황과 상관없이 항상 불평이 가득했어. 그걸 드러내기 정당한 상황들을 무의식적으로 찾았다고 봐야겠지.”

  행동도 두뇌회전도 빨랐지만, 그만큼 불평불만도 심한 빌립의 목소리는 항상 보통 사람들보다 상기되어있었다. 목소리만으로 누군가를 찾을 때 가장 손쉽게 빌립을 골라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분했다.

  “그 분은 그때 나에게 어떻게 저들을 먹일 것인지 물으셨지만, 사실 정말로 내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단 생각이 들더군.”

  “그게 무슨 말인가?”

  “나는 그 분이 항상 상황을 뛰어넘는 것을 봐왔으면서도 매순간 현실의 벽에서 불평만 해댔지. 총무기 때문에 눈앞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야한다는 핑계로 말이야.”

  “내가 봤을 땐 핑계가 아니라 정말 그럴 필요가 있어.”

  그 말을 들은 빌립이 슬몃 미소를 지으며 유다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자네라면 그리 말해 줄 거라 생각했어. 고맙군.”

  유다의 어깨에서 손을 내린 빌립이 가볍게 날숨을 뱉은 후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 날 족히 이 만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배부르게 먹는 것을 보면서, 내 내면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지. 나의 염려는 한편으로 정당했는데, 그랬기에 더욱 위험했어.”

  유다는 빌립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나 빌립은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얼마간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유다였다.   

  “난 좀 다른 부분에서 당황스럽던데.”

  빌립이 고개를 돌려 유다를 쳐다보았다. 유다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는 머뭇거리며 기억을 되짚었다.

  *

  “선생님, 하나 여쭤볼 게 있습니다.”

  예수가 고작 다섯 개의 전병과 두 개의 절인 생선을 들고 감사 기도를 드린 후, 수 만에 달하는 군중들에게 차고 넘치도록 나눠 준 기적으로 식사가 한창일 때였다.

  “여기 앉게.”

  예수가 자신의 왼편을 손바닥으로 짚으며 말했다. 유다는 조심스레 예수의 옆에 앉았으나 시선은 땅에 둔 채 입을 열었다.

  “선생님께서 40일간 시험을 당하셨을 당시 이야기가 떠올라서 말입니다.”

  예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첫 번째로 받은 유혹을 말하는 거로구나.”

  “네. 그때 선생님께서 분명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사탄의 말에 ‘사람이 전병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하셨다지 않았습니까?”

  예수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유다가 고개를 돌려 예수를 보았고, 자신을 쳐다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전병을 만들어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까? 시기는 달랐어도 결국 사탄의 방법을 쓴 것이 아닙니까.”
 
  “사탄이 내게 그 질문을 던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선생님께서 하필 금식 직후에 가장 배고픈 순간을 틈 타 무너뜨리려고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두 번째 질문을 혹시 기억하느냐.”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했지요.”

  “그렇다. 심지어 이번엔 보란 듯이 성서의 내용을 근거로 들기까지 했지.”

  “사실 그 때 시험하지 말라는 기록으로 응수하신 것이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질문에 그렇게 답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유다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주변으로 하나 둘씩 제자들이 모였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 대화에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유다는 이런 순간들이 좋았다. 예수와 단 둘이 대화를 주고받는 이 순간들, 다른 제자들이 입을 다물더라도 자신은 예수와 깊고 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을 확인하는 이 순간들.

  “그렇게 생각하느냐?”

  예수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가가 붉어졌다. 슬퍼 보이기도 하고 조금 노기를 띠는 것 같기도 하고. 문득 유다는 자신이 좀 지나치게 말을 했단 생각이 들었다.

  “아, 선생님. 너무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했지요. 죄송합니다.”

  “괜찮다. 그런 것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 이조차 너의 모습 아니겠느냐.

*

  “왜, 뭔데 그러는가?”

  빌립의 재촉이 불쑥 유다의 의식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 그래. 빌립과 이야기 중이었지. 

  유다는 방금 전 떠오른 일들을 말하지 않고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설명하기엔 말이 길어질 것도 같고, 빌립이 괜히 딴죽을 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갑자기 사라지셔서 말이야.”

  벳새다 평야의 그 일이 있은 직후, 열광하는 군중들이 ‘유다의 왕’을 연신 외치며 예수에게 환호했다. 유다는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다른 제자들 역시 예수가 이 환호를 등에 업고 좀 더 분명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수는 도망가다시피 산으로 사라져 날이 저문 지금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베드로와 안드레는 호수 건너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고, 빌립과 유다는 출항 전까지 남은 돈을 계수하고 있었다. 

  “유다, 빌립. 이제 됐네. 나오게.”

  때마침 문 밖에서 베드로의 소리가 들렸다. 빌립은 유다에게 뭔가 더 말을 하려다가말고 마저 짐을 정리한 후 먼저 문 밖으로 나섰다. 

  -선생님, 왜 항상 저에게 여지를 남기시는 거요? 당신의 의도에 내가 채울 몫이 있음을 이런 식으로 보이시는 겁니까?    

*

  이듬해 봄이 되었다. 이미 예수의 이름은 이스라엘 온 곳에 퍼졌고, 심지어 이방에서도 예수를 좇아온 무리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바리새와 사두개들은 예수의 명성에 위협을 느껴 몇 번이나 예수와 논쟁을 하였으나 빈번이 말문이 막힌 채 돌아갔고, 심지어는 예수에게 호된 욕을 먹은 뒤 군중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예수를,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예수가 부활시킨 나사로까지 죽이려는 계획도 꾸린다 하였다. 

  유다는 슬슬 불안해졌다. 이미 그와 같이 다닌 지도 3년째, 몇 번이나 군중을 들고 일어설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나치게 신중하다. 이미 왕보다 더 한 명성을 얻고 있는 그였기에 목숨도 위협받는 자가 되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유월절을 앞두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한줄기 기대를 걸어보고자 하였고, 그 기대는 백성들의 화답으로 돌아왔다.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찬미를 받으소서!”

  죽은 나사로가 부활할 당시 생생히 목격한 자들의 증언은 마른 들판에 불이 붙듯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온 예루살렘의 백성들은 그런 예수가 성전이라는 상징적인 곳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부터 나와 있었다.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맞이한 것도 그런 기대감의 표출이리라. 유다는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드디어, 드디어 당신의 때가 온 것입니까. 지금을 위해 그토록 오래 인내하셨단 말입니까!

  바리새들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몰려왔으나 백성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많은 인파에 치인 바리새들이 땅에 끌린 옷자락을 잡아올리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뒤로 물러 선 것을 유다는 똑똑히 보았다. 

  -독사새끼들, 앞으로 당할 일을 생각하면 옷자락 끌린 정도로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될 거다.

*

  명절을 맞이해 곳곳에 흩어진 유대인들이 예수가 있는 회당 앞으로 모였다. 빌립은 사람들을 통제하다가 안드레에게 이를 알렸고, 빌립과 안드레는 예수에게 가서 그 말들을 전하였다.

  -당연히 들어오라 하겠지. 막을 리가 없어.

  “가까이 오라고 하거라.”

  유다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예수의 속을 읽었다는 생각에 뿌듯해했다. 심지어 예수가 그 직후 자신과 찰나 눈을 마주치자, 묘한 기쁨이 샘솟기도 했다. 빌립과 안드레가 나가자 예수가 이미 모인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정말 잘 들어두거라.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남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아끼는 자는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자는 목숨을 보존할 뿐 아니라 영원히 살 것이다.”

  유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사를 위한 희생. 예수가 보여준 놀라운 능력들을 보자면 사실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한 피흘림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각오를 심어줄 필요가 있지.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자들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이실 것이다.”

  무리가 모두 힘찬 목소리로 ‘아멘’하고 화답하였다. 심지어 열심당원 시몬은 손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

  그 뒤 며칠간 예수는 무리들을 이끌고 온 성전을 다 헤집어 놓았다. 산헤드린 공회의 모든 이들이 예수와 변론하였으나 망신만 당했으며, 사두개들과의 부활논쟁, 바리새들과의 율법 논쟁에서도 그들을 압도하였다. 또한 다윗과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들어 아예 그들의 입을 막아 두 번 다시 변론을 시도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알곡과 가라지를 거르는 것처럼 말이지. 

  예수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자들의 콧대는 더욱 높아졌다. 공회까지 건드려서 이제 대제사장들까지 모조리 적으로 돌려 공공연하게 예수가 죽임당할 것이란 소문이 들려왔지만, 이제 유다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명절을 코앞에 두고 백성들이 추앙하는 예수를 건드릴 만큼 그들이 어리석진 않을 것이고, 이대로라면 명절이 채 지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 것이란 계산이 들어선 까닭이었다. 

*

  “옥합이라는 게 말이지.”

  예수가 며칠간 성전에서 이름을 드높인 후 베다니로 돌아왔을 때, 나사로 집에서 예수를 위한 잔치가 열렸다. 예수와 나사로를 중심으로 제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와중 나사로의 막내 동생 마리아가 고급 유리병에 든 향유를 가지고 오자, 열심당 시몬이 잽싸게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챘다.

  “원래는 물처럼 흐물흐물하기 때문에 주조 틀에 부은 후 충분히 식혀야 하는 법이거든.”

  양 손으로 실감나게 주조 틀의 모양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시몬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시몬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잘 녹여낸 석고가 모양을 갖추면, 충분한 시간을 식혀야 하지. 만일 그 전에 잘못 건드리게 되면 원래 모양으로 돌이키기는커녕 어디에도 쓸 수가 없는 흉물이 되고 말아.”

   유다나 마태 입장에서는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무리는 물론 핵심 제자들에게 있어 시몬의 이야기는 항상 솔깃한 이야깃거리였다.

  “그런 점에서 이 옥합은 말이야. 정말 기똥차게 잘 만들어진 거야. 이정도 수준이면… 이달리아에서 만든 걸 거야. 그렇지, 마리아?”

  마리아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니 제자 일동이 크게 웃었다. 그 사이 그녀는 옥합의 뚜껑을 열어 예수의 발에 조용히 엎드려 그 향유를 부은 후 자기 머리로 그 발을 닦기 시작했다. 갑자기 확 퍼지는 고급스러운 향유 냄새를 맡은 후에야 제자들은 마리아가 무엇을 했는지 알게 됐다. 그러나 예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리아를 보고만 있었다.

  “이 향유, 적어도 삼 백 데나리온은 되어 보이던데. 차라리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거다! 도대체 무슨 짓이냐?”

  유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했다. 다른 제자들도 유다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마다의 힐난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예수의 발 닦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까지 했다. 예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냥 두어라. 내 장례를 위해 하는 일이니 참견하지 마라. 가난한 사람들은 너희와 항상 함께할 것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네?”

  좌중이 술렁였다. 일전에 서너 번 자신이 죽을 것을 이야기 해왔지만, 여느 가르침처럼 비유거니 생각했던 제자들이었다. 심지어 죽고 부활한단 믿을 수 없는 이야기까지 했기에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안 되는 거라고, 무슨 뜻인지 다 알진 못해도 그럴 거라고 자기들끼리 머리 맞대고 고민해 온 말씀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예수의 입에서 ‘장례’가 나왔고,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 마리아의 행동을 두고 ‘장례 준비’라고 하였다. 심상찮다고 느낀 것은 유다만이 아니었지만, 유독 유다의 떨림은 다른 제자들과 결이 달랐다.

  날이 어두워져 잔치는 자연스레 끝났고, 시종 드는 자들이 분주하게 정리를 하자 예수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제자들은 으레 그가 기도하러 가는 줄 알고 자리에 있었지만, 유다는 급히 예수를 좇아갔다.  

  “선생님!”

  유다의 외침에 예수가 걸음을 멈춰 섰다. 유다가 종종 걸음으로 예수와 나란히 서자, 예수는 아무 말 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왜 그런 말을 하셨습니까? 당신께서 보이시려는 야훼의 나라, 회복된 이스라엘을 위한 첫걸음이 이제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혹시 저 어부 놈들을 비롯한 제자들의 면면 때문입니까?  그래도 시몬을 보십시오. 그에게 어떤 언질만 주더라도 당장 부릴 수 있는 무장한 자들이 수백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나도 안다.”

  “아시면서, 아시면서!”

  흥분을 좀체 가라앉히지 못 한 유다의 소리가 계속 떨려왔다. 유다는 저도 모르게 울음이 섞였지만 부끄러운 줄도 몰랐다. 유다가 예수에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으나 예수는 멀리 동산으로 걸어가며 나직이 말했다. 

  “그러나 내가 말한 대로 될 것이다. 나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주님! 백성들의 원하는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땅의 소리가 하늘에 닿아 야훼께서 모세를 보냈듯, 이 백성들의 소리에 당신이 화답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야훼께서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모세’가 언급되자 예수는 걸음을 멈추고 유다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다야. 나는 네가 다른 제자들보다 나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유년기를 들려주었을 때 모세의 흔적을 금방 발견한 것도 너이지 않느냐.” 
   
  유다는 예수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 네가 바라바를 보았는데도 어찌 이리 모르느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유다는 그 뒤에 말을 덧붙이지 못하였고, 예수의 모습은 점점 멀어졌다. 차가운 밤공기가 겉옷을 비집고 들어와 온 몸을 휘감고, 시큰한 코끝엔 한기가 서렸다. 그러나 온 몸에 돋은 이 소름은 시린 공기 때문만 아니었다.

  -저 자는 정말로 죽을 생각이야. 부활이라니? 그건 너무도 불확실하다. 만에 하나 그가 죽은 뒤에 부활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로마제국의 몰락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던 바라바가 어찌 됐느냐고? 당신정도 되는 인물이 아니면 도저히 이스라엘을 독립시킬 수가 없어. 내가 예수의 무죄를 증명시킬 것이다. 당신의 결백을 공증 받으면 누구도 두 번 다시 당신을 건드릴 수 없을 테지. 당신의 사역 그 어느 부분도 구멍이 생겨선 안 돼. 나는 당신을 팜으로써 오히려 당신을 자유케 할 것이다. 

*

  풀벌레 소리마저 잦아드는 깊은 밤, 잘은 모래알 채는 소리에 흐트러졌던 공회 경비병들의 자세가 분주하게 바로 잡혔다.

  “누구냐!”

  경비병이 급히 소리 나는 쪽으로 횃불을 비추자 어둠 속에서 한 사내의 얼굴선이 어둠을 헤집었고, 분명히 드러난 사내의 눈동자에 경비병의 횃불이 소란스럽게 일렁인다.

  “예수의 제자 유다요. 대제사장들에게 용건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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