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가 그럴 수도 있지란 말은 어른이 아이를 용서하는 말이다. 용서는 잘못이 있는 뒤에 있다, 잘못이 없다면 용서가 있을 수 없다. 어린애가 잘못하면, 어린애가 용서를 구하거나 부모가 그 일이 잘못되었다 말하여 사과한다. 사과함으로써 잘못이 드러나 드디어 용서가 생긴다. 어른은 어린애가 그럴 수도 있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하면서 아이를 용서하는 것이 옳다. 어른이 아이를 용서하는 것이 옳지만, 용서가 생기기도 전에 어린애가 그럴 수도 있지라 말하면 어찌 되는가? 잘못이 드러나지 않음으로 용서도 생길 수 없다. 어린애는 그럴 수 있지만 당신이 그러면 안 되지.

아이의 싸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이에 대한 원망도 그러하다. 어른의 싸움은 그렇지 않다, 부모의 원한은 십 년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힘이 없어 잠시 감춰두었을 뿐. 아이는 그럴 수도 있다, 아이의 기를 죽이는 것은 어른이 할 짓이 못 된다, 아이를 앞세워 어른의 죄를 규탄한다. 이는 아이의 뜻인가, 어른의 말인가? 아이가 이와 같다면 이미 어린애가 아니다. 어린애는 그럴 수 있지만 당신이 그러면 안 되지.

어느 것이 옳은가? 아이의 일에 상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태풍에 수확을 망친 농부는 감히 하늘을 용서하려 하지 않는다, 지진에 집을 잃은 사람은 감히 땅을 용서하려 하지 않는다. 작고 약한 존재가 어찌 크고 넓은 우주와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잠시 푸념할 뿐 다시 벼를 세우고 집을 짓는다. 신성은 불가침하다, 아이는 신의 다른 모습이다, 신성모독의 삯은 죽음이다. 이것이 옳은가? 정녕 그러하다면 이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린애는 그럴 수 있지만 당신이 그러면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