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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Pun한자) 자상모순
게시물ID : readers_31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섬집아이
추천 : 1
조회수 : 52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3/18 14:10:08
오늘의 문제: 『자상모순』

自相矛盾은 「서로 모순」이란 뜻입니다. 자상自相이란 말이 옛스러운데요, 요즘도 많이 쓰는 말로 바꾸면 상호相互입니다. 자상自相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① 서로(상相)로 부터(자自) 또는 나(자自)와 다른 이(상대相對)가 서로(상호相互) ② 스스로(자自) 된 모습(상相) 그대로. 두 번째 뜻은 불교가 전해진 뒤 나온 의미입니다. 자상모순이 어렵다면, 비슷한 상호모순相互矛盾 또는 조금 다르지만 자기모순自己矛盾으로 써도 됩니다. 중요한 건 모순矛盾이란 말이니까요. 이 모순이란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군요.

『방패와 더불어 창을 팔려는 초 나라 사람이(초인楚人유有육순여모자鬻楯與矛者) 칭찬하여 말하길(예지왈譽之曰)

「내 방패는 단단해서, 어떤 것도 망가트릴 수 없습니다(오순지견吾楯之堅물막능함야物莫能陷也).」 또한 그 창을 칭찬하며 말하길(우又예기모왈譽其矛曰) 「내 창은 날카로워, 어떤 것에에 대해서도 망가트리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오모지리吾矛之利어물於物무불함야無不陷也).」

어떤 이가 말하길(혹왈或曰)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망가트린다면, 어떻겠습니까(이以자지모子之矛함陷자지순子之楯하여何如)?」그 사람이 (그렇게 해보자고) 맞대답할 수 없었다(기인其人불능응야弗能應也).

무릇 망가트릴 수 없는 방패와 더불어 망가트리지 아니하는 것이 없는 창이란, 같은 세상이면서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부夫불가함지순不可陷之楯여與무불함지모無不陷之矛불가不可동세이립同世而立).』

한비자韓非子의 난일難一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문장은 이중부정문, 주체와 객체, 주체를 설명하는 관계절 등 여러 문법적 활용에서 대단히 유명한 예문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대강 번역한 것 같기도 하네요. 모순矛盾이란 말의 뜻을 보여주는 문장으로도 유명합니다.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모矛)과 어떤 것도 막아 망가지지 않는 방패(순盾)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그 창으로 방패를 뚫어보면. 다음 네 가지 경우가 있겠네요. ① 창이 방패를 뚫고 방패는 뚫린다 ② 창이 방패를 뚫고 방패는 뚫리지 않는다 ③ 창이 방패를 뚫지 못하고 방패는 뚫린다 ④ 창이 방패를 뚫지 못하고 방패는 뚫리지 않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말이 안됩니다. 창이 방패를 이미 뚫었는데 방패가 뚫리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창이 방패를 아직 뚫지 않았는데 방패가 뚫리는 일도 없습니다. 말이 되는 것은 첫 번째와 네 번째 뿐입니다. ①과 ④를 새로운 번호 ⑴과 ⑵를 써서 다시 풀어보면, ⑴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이 있다 (어떤 것도 막아 망가지지 않는 방패는 없다) ⑵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은 없다) 어떤 것도 막아 망가지지 않는 방패가 있다가 됩니다.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과 어떤 것도 막아 망가지지 않는 방패가 동시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창과 방패, 즉 모순矛盾이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 같죠?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의 간접적 증명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귀류법'을 생각해 보라. 어떤 명제가 참임을 증명할 수 없을 때, 일단 그 명제를 거짓이라고 가정하고, 그 경우 그 명제가 필연적으로 난센스로 전락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그 명제가 참임을, 더 정확히 말하면 참일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떤 사실의 증명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불가능할 때, 한 번쯤 이 수학의 절차를 경험적 사실의 판단에 응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게다. (진중권)"

모순矛盾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⑴이 참이거나 ⑵가 참일 수는 있어도, ⑴과 ⑵가 동시에 참인 것은 불가능하다 입니다. 이것을 다시 ⑴이 거짓이라고 가정해보고, 그 경우 ⑴이 거짓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난센스로 전락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⑴이 '참임을, 더 정확히 말하면 참일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겠다며, 그 근거로 ⑵를 사용하는 것을 궤변詭辯이라 합니다.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이 없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떤 것도 막아 망가지지 않는 방패가 있다는 말인데, 절대로 망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방패로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이 산에 붙어있는 돌이라면 떼어내어 방패로 만들지 못할 것이고, 그것이 짐승의 몸에 붙은 가죽이라면 벗겨내어 방패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원래의 것에서 훼손할 수 없는데, 어떻게 방패로 만들것인가? 이것은 필연적으로 넌센스가 되며, 따라서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 되어, 간접적으로 어떤 것이라도 뚫어 망가트릴 수 있는 창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이 엉터리 증명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이것이 궤변인 것을 알 수 있지만, 복잡한 문제가 되면 쉽게 파악하기 힘들 때도 많습니다. 사용하는 말과 경험이 달라,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이 존재하는가 또는 악마가 존재하는가란 질문입니다. "머리를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진중권)" 이런 것을 말하면서 대응설이니 정합설이니 합의설이니 하는 어려운 말로 속이지 않습니다. 물론, 정봉주가 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김어준이나 정봉주 같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이 너무 거칠거든요. 당연히, "초라한 남근다발(진중권)"을 머리에 달고 다니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김어준은 정봉주 일에 아무런 명시적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끌어다 붙인 것도 비열해 보입니다. 정봉주가 죄가 있다면 사법기관에서 무슨 일이라도 하겠죠. 이 사건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을 대리하는 사람과 정봉주가 서로를 고소한 사건이 되었으니까요.

한비자가 모순矛盾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요순堯舜을 비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 임금님순 임금님은 성인聖人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입니다. 한비자는 요 임금님과 순 임금님이 동시에 성인일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모순의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순 임금님이 존경받을만한 일을 했습니다. 다른 일에 바빴으면서도,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잘 가르쳐 백성들이 싸우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전에는 농사짓는 땅이 누구 것인지 잘 몰라서 서로 내 것이다 싸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 년을 농사짓고, 그다음 물고기를 잡습니다. 백성들이 손윗사람에게 낚시의 명당을 양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 년을 낚시질하고, 그 다음 그릇 만드는 것에 참견합니다. 일 년을 보내니 그릇의 품질이 좋아졌다 합니다. 칭찬할만한 일이죠? 그때 임금님이 요 임금님이었습니다. 농사짓는 일과 낚시질하는 일에 싸움이 없고 그릇의 품질이 좋았다면, 순이 백성을 가르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순이 잘한 일이라고 한다면, 그 전에 요 임금님이 정치를 잘못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유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요 임금님이 성인이라 아무런 잘못이 없고 정치를 잘했다고 한다면, 순이 그 일로 칭찬받아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서로 모순(자상모순自相矛盾)이 됩니다.

그렇다면 요 임금님은 잘못이 있고, 순 임금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성인인가? 농사짓는 싸움을 말리는데 백성들을 찾아다니며 일 년을 보냈습니다. 낚시질에도 일 년이요, 그릇에도 일 년입니다. 삼 년이나 걸려서 백성들을 설득했는데, 그럴바에는 임금님께 찾아가 법령과 규칙을 만드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법과 규칙이 있으면, 요 임금님이나 순 임금님같은 성인라라 불리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임금님도 백성들의 생활을 더 좋게 할 수 있습니다. 순 임금님은 그것을 안했습니다. 이런 것을 칭찬해야 하는가라고 한비자가 비판하고 있습니다. 논리가 간단하죠? 요 임금님이 정치를 잘했다면 순 임금님을 들어서 모순矛盾이라 하고, 순 임금님이 정치를 잘했다면 평범한 임금님도 할 수 있는 것을 들어 모순이라 하는 것입니다.

흔히, 공격과 방어를 창과 방패라고 합니다. 말로 먹고살아가는 사람들은, 말이 창이 되기도 하고 말이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공격하는 사람이 가장 가지고 싶은 것입니다.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방어하는 사람이 가장 가지고 싶은 것입니다. 싸움은 공격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방어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공격해오면 방어해야 하고, 방어하다 공격해야 싸움에 이깁니다. 무엇이 모순矛盾인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서로 모순인 자상모순自相矛盾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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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 문제: 『가화만사성』

규칙1. 제출한 표현은 읽는 법과 의미를 설명한다.
예) 가화만사성 -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규칙2. 제시된 소리가 모두 들어간 표현을 만든다.
예) 가화만사성 - 加禍謾詐盛(재앙을 더해 속임수가 왕성하다)

규칙3.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표현은 제출할 수 없다.
예) 家和萬事成(X) 加禍謾詐盛(O)

규칙4. 제시된 소리의 순서는 바꿀 수 있다.
예) 성사만화가 - 成事滿華家(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한 집 또는 成事滿華于家로부터 집에 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예) 성사만화가 - 性事漫畫家...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규칙5.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예) 性事漫畫家(O) 性事畫家만(X)

규칙6. 고유명사는 다른 곳에서 인용할 수 있는 것을 쓴다. 단,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허용한다.
예) 사성만가화 - 師誠謾可化(사성이 가화를 속였다)에서
師誠은 조선 말기 승려(1836년생1910년몰)의 법명이고 可化는 1870년에 진사가 된 원숙교(1828년생)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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