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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The Standing Red Man"
게시물ID : readers_313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본학박사
추천 : 3
조회수 : 21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3/22 23: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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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항상 내 갈 길을 막는 놈이 있다. 
놈의 이름은 "더 스탠딩 레드 맨(THE STANDING RED MAN)". 이 동네에선 꽤 유명한 놈이다. 

놈의 명령을 어기고 살아 있던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살아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휠체어 생활이거나, 병원에서 자신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5미터 땅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면서 잠들어 있다. 그러다 놈이다 보니, 그 누구도 놈에게 반항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놈이 싫다. 멀리 그놈이 보이기만 해도 싫어진다. 그리고, 놈이 어디론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어쩔 수 없잖아. 나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 놈에 대항할 힘도 없다. 그냥 놈이 나타나면 그 자리에 숨죽이고 서서, 놈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그리고 놈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서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놈과의 정면승부에 나선 미쳐버린 듯한 놈이 나타났다. 어디 딴 곳에서 보안관이라도 했던 것일까. 푸른 제복을 입고 허리에는 훌륭한 리볼버가 대낮의 태양을 빛을 반사하며 검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마을의 사람들이 그 미친 보안관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 놈(더 스텐딩 레드 맨)도,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 평소랑은 달랐다. 마을 모두의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울렸다. 가만히 있다 보니 땀이 흐르고 지익하는 소리와 함께 증발하고는 언젠가 비가 될 때까지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하늘로 사라져 갔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미친 보안관은 왠지 모르지만, 그 자리를 떠났고, 그놈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 생활대로 돌아왔다. 나도, 그리고 마을 모두도 얼빠진 쇼를 본 것처럼,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자리 자리를 찾아서 떠나갔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놈이 나타났다. 나는 모른 척 슬며시 그놈을 바라보고 있다. 놈은 그런 나를 의식하고 있는지, 그 자리에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했다.
"The Standing Red Man"은 또 어디론가 사라졌고, 내 친구인 "The Working Green Man"이 나타났다. 그 친구가 있는 한 나는 어디까지나 갈 수 있다.

언젠가 그 친구가 놈을 물리쳐주길 바라지만,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 나타날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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