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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Becomes meat 1.4 + 이야기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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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KardienLupus
추천 : 0
조회수 : 6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23 0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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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거의 한달만에 누가 고기가 되는가의 다음 챕터를 써서 올립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건 중간에 프로스트 펑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판타지/SF 작품들을 읽으면서-특히 그림자 자국의 문체는 마음에 들어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죠- 글 쓰는 실력을 올려보려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디서부터 지금 쓰는 이야기를 고쳐야 할지 감이 안잡혀서 한참동안 아무것도 안한게 대부분이었지만요.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군요. 아직도 문장을 더 다듬어야 하는 것 같다고 느끼니까요. 한국어 책들을 더 읽어야 하겠죠. 사족을 덧붙이자면 영어에서도 이렇게 많이 주어를 쓰지 않는데 이야기의 대부분을- 스테돌프는 무엇을 했다, 그리고 스테돌프는 무엇을 또 한다- 식으로 주어들을 드러내는 방식의 문체가 제 기본 문체여서 그부분이 잠재적인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군요.
 지금 조언을 부탁드리는 건 문체의 완성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전반적인 재분배이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소재인 괴물과, 주인공에 대한 설명, 인간 기준으로 심하게 막장스러운 프라이드 랜드의 세계, 이 세계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암시, 그리고 중요하게도 이번에 정식으로 등장하는 등장 사자 크레스를 조금이라도 미리 사악하게 묘사할 것들 등이 있네요. 이전 챕터들을 수정의 이 내용들의 조화를 찾아서 어떻게 하면 이번화에서 포텐셜을 터트리느냐가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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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이번에 등장한 크레스라는 수사자를 어떻게 표현해야 잘 표현했다고 말할지도 고민입니다. 라이온 킹의 스카에서 모티브를 얻는 그 사자는 작중 전개가 좀 더 진행되기까지는 사악하고 타락하고 교활한 대외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실질적으로는 긍정적인 일을 하고 있는 모순을 보여줘야 하거든요.

 우연히 유럽의 주 상장이 사자고 그게 라이온 킹과 겹쳐서 라이온 킹의 패러디가 많이 등장하는데 스카를 모티브로 한 크레스라는 사자는 작중에서 중요한 동물로 쓰고 싶습니다. 간달프나, 그림자 자국의 이루릴, 해러포터의 덤블도어같은 주인공들에게 퀘스트를 제시하고 자주 부딛치게 되는 동물이니까요.
 물론 스카를 오마주 했다고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건 아닙니다. 원래는 스카의 교활함에 신념이 섞인 케릭터를 만들려고 하다가 결국에는 당연히 교활하고 권력욕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세상에-죽어가는 묵시록적 자연 그 자체에- 저항하고 급진적이며 신념-왜 그걸 가지고 있는지는 나중에 설명되겠지만 프라이드 랜드의 유지에 필요한 고기를 공급하는 초식동물까지도 구원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생각-가진 케릭터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크레스의 걷모습은 긍정과 부정성이 뒤섞이고 거기에 완벽하지 않아야 하죠.
 작중의 갈등 구조를 미리 설명하면 생물체의 가진 기본적인 본능인 생존의 궁극적 목적인 영생을 추구하는 여왕으로 대변되는 사자 세력과, 자연에 따라 적응해야 한다는 교회, 그리고 가장 거친 폭풍속에서도 이성의 불길을 지피며 맞서는 크레스란 등장인물이 되겠군요.
 덧붙이자면 크레스가 그런 테도를 가지고 있는 건 예전  SF/판타지 사이트 조이 SF(http://www.joysf.com/)에 등장했던 출애굽기를 자신이 신이 아님을 아는 이집트 왕자 시점에서 본 단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단편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요.

 따라서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할게 아직은 더 고쳐야 하는 문체, 4화에서 포텐을 터트리기 위한 전개 정리, 마지막으로 크레스라는 등장인물의 케릭터 성을 정하기내요. 이 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Chapter 1.1 : http://todayhumor.com/?readers_31523 (수정 준비중)
Chapter 1.2 : http://todayhumor.com/?readers_31541 (수정 준비중)
Chapter 1.3 : http://todayhumor.com/?readers_31561 (수정 준비중)
 
 스테돌프는 커다란 욕조에 반쯤 물에 잠긴 채 깨어났다. 스테돌프가 가장먼저 알아챈 건 자신의 앞발과 뒷발 그리고 주둥이까지 단단한 끈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테돌프는 반쯤 멍한 눈으로 자기가 갇혀 있는 수십 제곱 미터의 욕조를 둘러보았다. 욕조 한 가운데는 끊임없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는 수도관이 세워져 있었고 욕조가 있는 방 주변은 연 푸른 빛 벽과 타일로 덮여 있었다. 스테돌프는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를 결박한 끈이 그를 다시 욕조로 끌어내렸다. /왜 내가 갇혀있는 거지?/ 스테돌프는 그 의문을 떠올렸고 욕조 벽에 끈을 비비며 속박에서 벗어나려 애쓰기 시작했다. 본능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욕실에 문이 열리고 교회의 노란 로브를 쓰고 태양빛의 반원 장식을 한 수사자가 나타났다. 스테돌프가 집 앞에서 정신을 잃기 전 보았던 바로 그 수사자였다.
 “처음으로 바쳐진 신성한 제물이여. 죽을 때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복이 있기를.”
 수사자는 알 수 없는 한 마디를 하고는 스테돌프의 주둥이를 묶은 끈의 단단한 매듭을 정성스럽게 풀었다. 나이든 사자의 표정은 엄격함을 넘어 기이한 경건함까지 묻어 났다.
 “당신 나를 어디로 데리고 온 거죠? 그러니까 당신은-.”
 수사자는 스테돌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순수한 사자의 악력으로 스테돌프의 주둥이를 벌리고 붉은 색의 어떤 열매 같은 물체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혀에서 쓰고 따가운 느낌이 번졌다. 그리고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
 “지금 뭘 먹인 거냐고요? 그리고 나한테 여기서 뭘 하는 짓이에요. 당신은 사제지 납치를 하는 동물이 아니 잖아-.”
 스테돌프는 그때 깨달았다.
 교회에서는 신성모독을 피식자들이나 신성모독을 저지른 동물들을 태양을 위한 제물로 바쳤다.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은 온몸이 벗겨진 채 세정실이란 곳에서 깨끗하게 씻겨졌고 그런 순수한 상태로 제단에 바쳐졌다. 사자가 입은 로브, 교회의 것이 깨끗하고 수수한 방, 스테돌프는 희생제물로 바쳐지는 과정 그 한 가운데서 깨어난 것이다.
 스테돌프는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교회의 사제인 수사자는 재빨리 스테돌프의 주둥이를 붙잡고는 다시 끈으로 풀려지지 않게 묶었다. 그리고는 세정실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간 뒤 잠시 후에 희생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폭죽소리와 시끄러운 말소리들이 밖에서 들려왔다.
스테돌프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잘만하면 몸을 결박하고 있는 끈들을 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물론, 헛된 것이었다. 지금 몸 구석구석을 죄고 있는 가죽 끈들이 풀어 질리는 없었다. 애초에 힘으로 쉽게 풀어질 끈이었다면 태양의 사제가 스테돌프를 구속하는 방법으로 끈을 쓰지 않았으리라.
 워낙 정신 없이 욕조 바닥에 끈을 비벼대느라 스테돌프의 끈이 묶여진 주둥이에서 침이 거품을 이뤄 흘러 나왔다. 앞발을 묶은 끈을 푸는데 모든 것을 집중하느라 다른 감각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스테돌프에게 있어 포근한 욕조의 물은 작열하는 태양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몸에 묶인 끈은 그 태양빛을 받는 시뻘건 모래 가득한 생명 없는 사막이었다. 삶의 욕망은 강했다. 스테돌프는 절망적으로 끈을 욕조 벽에 반복해서 문질렀다. 욕조는 물로 차있고 아주 방대한 크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테돌프의 마음은 사막한가운데에 버려진 동물처럼 정처 없고 미쳐가고 있었다.
 떠들썩한 소리와 폭죽소리가 멈췄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희생제의를 시작 할 때가. 스테돌프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태양의 사제에 의해 심장이 꺼내지기 이전임에도 심장은 스스로 먼저 튀어나오려는 듯이 크게 피를 들이키고 들이킨 속도와 동일하게 그것을 내뱉었다. 누가 이 광경을 본다면 총구에서 뛰쳐나오는 납 탄의 속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마침내 신전 세정실에 문이 열렸다. 하지만, 스테돌프에게 찾아온 것은 죽음의 신호가 아니었다.
 
 “여기였군. 알려줘서 고마워. 이건 작별의 상징이라고 해두지.”
 “배교자-.”
문 뒤에서 나온 건 검은 옷 차림의 수사자 하나가 다른 수사자를 붙잡고 질질 끌고오는 모습이었다. 한쪽을 끌어당기는 검은 수사자는 멀쩡해 보였지만 끌어 당겨지는 쪽인 수사자는 온 몸이 노란 로브가 피와 엉켜버린 상태였다. 검은 롱코트의 수사자는 묶여있는 스테돌프와 쥐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자신이 목 부분의 옷자락을 잡아 끌고 있던 노란 로브의 다른 수사자의 이마를 리볼버 권총으로 쏴버렸다. 총소리와 함께 검은 수사자는 죽은 교회의 사제를 바닥에 거칠게 놓아버렸다.
 “뭐가 좋을까? 살고 싶어하는 너희 둘 다 제정신은 아닌 거 같고, 머리 위에 위협 사격 하는 건 내 사격 솜씨를 보다 좋지 않은 생각 같아. 게다가 그건 눈에 띄는 증거인 총알 자국도 남기잖아. 약을 투여하는 게 좋겠다.”
 검은 코트의 수사자는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어떤 포식자 하나를 시켜 세정실 욕조에 붙잡혀 광적으로 물을 첨벙대는 스테돌프를 단단히 붙잡게 했다. 그리고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매고 있던 가방에서 꺼내 스테돌프의 목에 망설임 없이 꽂았다. 기다란 바늘이 스테돌프의 목에 깊숙히 박혔다. 수사자는 그리고는 주사기의 철제 피스톤 부분을 빠르게 눌러 약물을 모두 스테돌프의 몸 속에 넣어버렸다.
 날카로운 철조망 조각 같은 액체들이 스테돌프의 몸을 파고 들었다. 액체는 빠르게 혈관을 타 스테돌프의 몸 속을 돌았다. 스테돌프는 몸이 내부에서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테돌프는 몸을 벌벌 떨었으나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고 주둥이가 묶인 입으론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었다. 심장이 이글거리면서 불타올랐고 스테돌프는 그 느낌에 정신이 미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
 “제사장 녀석들 괜히 풀기 어려운 어려운 매듭이나 묶어뒀군. 적어도 몇 주 동안은 먹여야 할 텐데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묶어둬서야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검은 코트의 수사자가 스테돌프의 포박을 모두 풀어주면서 말했다. 스테돌프는 지금 욕조에 반쯤 잠겨있는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사자는 옷이 젖는 걸 감수하고 욕조에 들어가 스테돌프의 뒷발을 풀어줘야 했다. 스테돌프는 저항하지 않았다. 대신 머리가 맑았고 시야가 흐렸다.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스테돌프는 스스로에게 차분히 질문해 보았다. 수사자는 아까 스테돌프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데려온 포식자의 도움을 받아 쥐의 몸을 붙잡고 주사를 놓고 포박을 풀었다. 얼마 전 지겹게 봐왔던 그 쥐였다. 스테돌프는 그 쥐가 같은 욕조 안에 있다는 것에 놀랐다.
 “벌써 열매를 먹인 건가? 쥐 녀석에게는 다행히 먹이지 않았나 보군, 신장 차이가 두 배 나는데 늑대한테 먹이는 걸 먹였다가 치사량이 나왔겠지.
 자, 늑대야 비명도 지르지 말고 질문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이건 해치려는 게 아니라 네 눈 상태가 좋지 않을 테니까 안경을 씌우려는 거야. 원래 내가 쓰던 거라 초점이 약간 안 맞아도 내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을 거야. 동물들과의 대화에 앞서선 서로 잘 볼 수 있어야 하잖아. 문명 생활에 찌든 우리들에게 냄새를 맡는 건 별 소용없는 짓일 거고.”
 수사자는 코트 속에서 옷과 클립으로 연결된 물건을 분리해 스테돌프에게 씌웠다. 스테돌프의 회색 볼과 뒷머리로 매끈한 끈이 지나갔고 테 위 아래에 기다랗게 돌기가 난 렌즈가 왼쪽 눈에 끼워졌다. 눈이 약간 아팠지만 스테돌프는 이제 주변을 좀 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스테돌프는 약물의 빠른 부작용 덕분에 신장이 있는 곳을 쥐면서 검은 코트와 서너 개의 가죽 끈, 네 정의 권총과 한 정의 소총, 검은 조끼에 마찬가지로 검은 스카프를 맨 수사자를 바라보았다. 외알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안경을 쓰지 않은 오른쪽 눈이 어지러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쪽 눈으로 수사자를 바라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너희 둘을 구해 주려고 여기 온 사자지. 물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
 검은 코트의 사자가 쉿쉿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왼쪽 눈썹에 맨 살이 드러나게 파인 드러난 흉터가 있는, 사자치고는 어두운 털의 수사자에게서 스테돌프는 흥분과 싸움으로 지친 표정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수사자는 특이하게도 깨끗하게 잘라버린 것처럼 갈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주둥이 아래 기다란 삼각형으로 자라난 털은 마치 염소의 수염처럼 깎여있었다.
 “다른 사자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불리는 내 모습 때문에 늑대 너는 내가 누군지 미리 알아봤을 수도 있겠구나. 내 모습은 조합 소식지에도 자주 묘사되고 여우들의 뉴스 종이 삽화로 그려지기도 하니까. 내 이름은 크레스야. 프라이드 랜드시의 치안장관을 역임하고 있고 어제부터는 재정 장관도 역임하기로 한 사자지. 국왕이지만 불행하게 사망 한 내 형의 동생이기도 하고 말이야.”
 검은 수사자가 아까의 쉿쉿 소리 보다는 조금 또렷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몸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가진 노란색 배경의 초록색 눈동자에는 지울 수 없는 흥미로움이 묻어있었다.
“왕위 찬탈자.”
 스테돌프 옆에 있던 쥐가 놀라 외쳤다. 스테돌프도 그 별명을 들어본 적 있었다. 이 사원으로 끌려오던 날 아침 조합 길드 홀에서 들어본 별명이었다. 스테돌프의 어머니와 모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사자왕인 자신의 형을 살해한 그 사자 말이다. 하지만 스테돌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자 왕 그 자신은 아니었지만 왕실의 가장 중요한 인원 중 하나인 이 수사자가 왜 여기 제단에 바쳐질 희생제물을 씻는 세정실에 들어와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스테돌프가 저런 높은 신분의 사자를 볼 기회는 축제 분위기의 희생 제단에 끌려가 심장이 뽑히는 그 순간이어야 했다.
 “러쉬하트 가의 둘째 스테돌프가 맞지? 네 어머니 하고는 예전에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지. 내 기억이 맞는다면 네 어머니는 일반적이지 않은 범위에서 대담한 동물이었어.
 지금 나한테 물어볼게 많은 것 같은데 질문해 보는 건 어때?”
 크레스는 물에 젖은 검은 바지와 코트 자락에서 물기를 털어내며 말했다.
 다양한 채도의 검은 색 옷을 입고 X자 모양으로 양쪽 허리에 두 개의 갈색 가방을 맨 수사자 크레스는 사자왕의 동생이자 프라이드 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권력을 가진 동물이었다.
 지금 왕실에서 직계 혈통을 가진 수사자는 단 둘이었으므로 스테돌프도 크레스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비뚤어졌으며 자신의 얼굴에 갈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양심이 없었다. 그리고 방탕함과 탐욕에 찌들어 있는 사자였다. 그는 젊었을 때 웨이 포인트(Way Point)라는 2만 마리가 넘은 동물이 사는 도시를 불태우고 살육한 적이 있었고 방탕한 생활으로 왕실의 재정을 바닥낸 동물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사자왕과 그 아들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려 하고 있었다.
 “날 죽이러 온 건가요?”
 스테돌프가 물었다. 스테돌프의 어머니와 는 계약을 했고 그 뒤처리를 직접 하려고 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아니야, 전혀 반대야. 아까 말했잖아. 구해주러 온 거라고. 늑대와 쥐 둘. 너희들을 구하기 위해서 난 목숨을 걸었다고.
 세상은 불공평해 그렇지? 나도 알아. 너희들은 갑자기 끌려와서 태양을 위한 재물이 될 뻔 했잖아. 교회가 너희들을 조금 마음에 들어 했다고 말이야. 그래도 구하러 온 동물이 있으니까 계속 질문해 보는 건 어때?
 그리고 그 욕조에선 직접 빠져 나와서 물기를 털어.  너흰 당분간 교회의 재물이 될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멀쩡히 일어서서 행동해도 돼.”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던 스테돌프는 일단 크레스가 시키는 대로 했다. 욕조에 늑대 하나가 앉을 수 있는 턱을 벗어나 세정실 바닥으로 올라와 몸을 털었다. 물기가 튀었고 그 중 일부가 검은 사자 크레스의 몸에 튀었다.
 “그래요. 당신이 날 살려주러 왔다고 쳐요? 그럼 그 이유가 뭐에요? 우리 집안과의 거래?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사원 깊숙이 침투하는 신성모독을 저지를 수 있나요?”
 스테돌프가 물었다. 교회 사제들에 의한 죽임 당할 거라는 아까의 공포는 물러갔고 그 자리를 장대한 의문이 차지했다.
 “내가 너의 어머니와 시간을 내서 만났던 그 내용을 묻는구나? 그건 어떤 의미에선 별 것 없는 일이었어. 너희 가문은 작위를 가지고 있지. 그건 고양이과 포식자처럼 사업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네 어머니는 이 도시의 인스머스란 지역에서 자신이 직접 방직 공장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뒤를 봐줬으면 해서 한 번 만나본 거고. 봐, 별 것 아닌 내용이잖아.
 물론, 나도 알고 있어. 프라이드 랜드 전체를 통틀어 봐도 평범한 포식자가 작위를 가지는 경우는 몇 없지. 그리고 그 작위들이라는 것도 상징적일 뿐 실제론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도 말이야. 너희 어머니가 하려고 했던 일은 감히 낮은 피를 가진 조합의 노동자인 포식자가 사자들과 고양이과 귀족들의 특권인 사업을 할 권리에 도전했다는 거지. 일반적으로 특권이 깨지는 건 위험하게 여겨져. 사자와 귀족들은 반발 할 태고 네 어머니를 죽여 본을 보일 가능성도 있었지. 그래서 그걸 내가 막아보겠다고 한 거야. 내 생각에 지금 프라이드 랜드에는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필요하거든.”
 크레스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반쯤 웃고 있었다.
 조합 담당자 코요테 레리가 숨기고 있던 일이 무엇인지 밝혀졌다. 노동자가 아니라 소유주가 되는 일은 야심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엔 먼저 자리를 차지한 고귀한 동물들의 위협이 있었다. 스테돌프는 조합에서 외 이 일을 쉬쉬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중요하지 않은 일 때문에 너와 쥐를 구하러 온 건 당연히 아니야. 내가 너희를 구하러 온 건 너희가 옛 길에서 그 혐오스러운 존재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으며 더욱 이상한 건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고도 죽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지. 거기에 그런 특이한 동물인 너희들을 교회가 이번 의식에 희생제물로 삼았으니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있나?”
 크레스는 참으로 태연하게도 그 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그냥 길가에 떨어진 돌이라도 되는 양 아무 감정 변화 없이 설명했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어지럽고 머리가 정신 없이 돌다가 터져버릴 것 같이 미쳐버리게 하는 존재를 말이다. 그것의 이야기를 듣자 스테돌프의 반쯤 비어있는 마음에 다시금 공포가 스며들었다. 스테돌프는 갑자기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넘어지지는 마.”
 수사자가 자신을 따르는 어떤 포식자를 불러 스테돌프를 붙잡게 하며 말했다. 스테돌프는 갑자기 다리가 풀려 쓰러질 것 같았다.
 “당신이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알죠?”
 스테돌프가 겨우 목소리를 내 물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알고 있지. 그 존재는 원래 사악한 드래곤이나 고귀한 그리핀처럼 전설이었어. 하지만 그건 결국 너희들에 의해 목격되고 말았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게 무엇이든, 심지어 그게 추상적이 개념이라고 해도 한 번 존재한 이상 그건 현실이야. 환상도 악마가 부리는 사악한 마술도 아니야. 그건 단지 현실이고 실제하고 분명한 것일 뿐이지.
 열매와 진정제의 약효가 충돌하는 건가? 늑대 너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데?”
 사자 크레스의 부하는 무너지는 스테돌프는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너무 심하게 잡아서 아까 몸을 묶고 있던 끈보다도 더욱 심하게 당겨지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스테돌프가 물었다. 스테돌프는 외알 안경이 껴져 있는 왼쪽 눈으로 사자를 노려 보였다.
 “효과가 급격하게 전달되는 진정제를 썼지. 당연히 그런 약물이 멀쩡하지는 않아. 장기적으로 신장, 간 그리고 뭐가 있었지? 아, 콩팥. 그런 것들이 망가질 위험이 높지.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너희들이 내가 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제단으로 끌고 가는 신관으로 생각하고 내 말도 듣지 않고 날 물어뜯고 비명을 지르는 꼴을 한참이나 내버려둘 수도 없으니. 그렇다고 설득하려 들면 진정될 때까지 30분은 넘게 걸리겠지. 별 수 없었다고.”
 수사자는 태평하게 말했다. 스테돌프는 수사자가 아직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내 눈이 왜 잘 안 보이는 거에요?”
 스테돌프가 약간 악을 쓰면서 물었다.
 “교회에서 흔히 열매라고 부르는 둥그런 약의 부작용 때문이야. 아까 교회의 제사장들이 네게 뭔가 먹인 건 기억하겠지? 그게 열매야. 그 약은 먹은 대상이 이성을 잃게 하고 신체 감각을 혼란 시키게 만들지. 그렇게 그 약에 중독되면 대상은 환상을 보게 돼. 교회의 제사장들에겐 좋은 도구지. 대상이 본 환상을 종교적인 것이라고 포장하고 대외적으로 공표하면 되거든.
 물론 신체의 감각기관이 영구적으로 망가지는 부작용이 있어. 네 경우엔 그게 눈일 거야. 그래서 너는 이제부터 평생 안경을 써야 할 거고.”
 스테돌프의 심리 상태와는 상관없이 크레스는 묵묵히 말했다. /영구적으로 눈이 안 좋아 졌다고?/ 스테돌프는 그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교회가 외 우리를 제물로 삼으려 했죠?”
 스테돌프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욕조 반대편에 있던 쥐가 외쳤다. 선수를 빼앗겼기 때문일까? 스테돌프는 이상하게도 묘한 수치심을 느꼈다.
 “혹시 드로우(Draw)라는 이름의 의식을 아나? 아니 너희들은 알지 못하겠지. 그건 너무 오래되었으니까. 그렇다고 거대한 만찬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지는 못했겠군. 쥐 너는 포식자가 아니니 제외하고 늑대 넌 늙지 않았으니까 모르겠지. 그 소문은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다 죽어가는 연장자가 후대에게 남기는 그런 경고니까 말이야.
 수십 세기도 전인 고대에 의식이 있었어. 프라이드 랜드의 환경이 나빠지고 살기 어려워지면 포식자를 포함해 동물들의 절반을 희생해 그들을 고기로 삼고 동물들의 숫자를 줄여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는 희생제의 말이야.
 교회의 사제들은 지금 시점에 다시 그 희생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너희들을 그 장대한 희생제의의 첫 제물로 결정한 거야.”
 자기가 입밖에 내 담는 말이 혐오스럽다는 듯이 사자 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미친 이야기를 하는군요.”
스테돌프가 사납게 말했다. 그런 의식은 가능하지 않았다. 불가능한 가짜였다. 어떻게 해서 동물들의 수를 반으로 줄이고 포식자들끼리 잡아먹는 게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사실이야. 역사를 추적할 수 없는 고대에 이루어졌고 지금까지 행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야. 아직도 살아남는 자는 자신의 몸무게 보다 많은 고기를 먹는다는 의미에서 거대한 만찬이라는 전설이 남아있기도 하고 태양의 교회 최상부의 사자들은 그 희생제의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나도 수천만이 되는 프라이드 랜드의 동물 수를 반으로 줄여버리는 의식을 한다는 게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생각인지 잘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야.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교회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걸.
 우선 흔적 하나만 남기고 여기를 나갈 준비를 하자.”
수사자 는 오른쪽에 맨 가방에서 작은 금속 상자를 꺼냈다. 그 상자 안에는 플라스크와 증류기 같은 연금술 도구들이 있었다. 사자는 병 몇 개를 꺼낸 뒤 기다란 유리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약물들을 넣어 섞었고 사자 앞발보다 조금 큰 증류기에 그걸 넣고 끓였다. 사자는 증류기 아래 철제 스텐드에 작은 불을 피웠는데 정제된 알코올 종류를 이용한 것 같았다.
증류기의 액체는 곧 펄펄 끓어 잠시 기체가 되었다가 액체로 바꿔 미리 준비해 둔 비커로 한 방울씩 떨어졌다. 떨어진 액체는 선홍 빛 붉은 동맥의 색이었다. 수사자는 그 액체가 충분히 모였다고 생각하자 증류기의 불을 끄고는 욕조 가운데에 솟아나와 있던, 황동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줄기 위에 그걸 부었다. 순식간에 물줄기 전체가 붉게 변하더니 핏물이 욕조 안으로 퍼져나갔다. 비커에서 흘려져 나온 몇 방울의 핏물 이라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욕조 전체에 피가 넘실거렸다.
 “별거 아니야. 일종의 기술이지. 사자의 피를 모방해 만들어진 가짜 피가 며칠 동안 분수처럼 수도관 밖으로 새어 나오게 한 거지. 진짜 사자들을 수백 마리 죽일 수도 없거니와 그 시체들이 눈에 띌 태니까 이렇게 속임수를 쓰는 거지.”
 크레스가 쥐와 스테돌프의 놀란 눈을 각각 한번씩 처다보았다.
 “내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선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어. 세정실에는 총알 한발도 쏘지 않고 그냥 피로만 경고를 해놓는 거지. 이런 기술은 교회에서만 은밀하게 전해지는 비밀이라서 교회는 내부자가 그랬다고 생각할거야. 그들은 걸핏하면 신성모독을 저질렀던 방탕한 사자왕의 동생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못하겠지.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거야.”
 크레스는 자신의 도구들을 가방에 챙겨 넣고 자신의 부하인 포식자에게 발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수사자는 쥐를 잡고 아까 들어왔던 곳과는 반대의 문으로 향했고 스테돌프를 붙잡은 포식자 역시 그렇게 했다.
 문밖에는 다시 두 개의 문이 존재하는 작은 복도가 있었다.
 “내가 한 일이 조금 놀라웠나? 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질은 내가 방금 한 일도 너희들이 본 그 끔찍한 것과 같다는 거야. 분명히 실제로 일어났으니 그건 현실이라는 거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너희들이 믿어야 할 건 다른데 있어. 바로 아까 내가 말한 부분이야. 교회가 프라이드 랜드의 모든 동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며, 절반이 희생되는 의식을 교회가 지금 준비 중이라는 거야.”
 크레스가 두 문 중 하나를 열었다. 크레스가 연 문 안 넓은 방에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날카로운 도구부터 조리용 스토브와 그릴까지 다양한 장비들이 있었다. 스테돌프와 쥐가 끌려온 작은 사원의 주방이었다. 크레스는 일행을 이끌고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교회가- 포식자까지 포함되는-, 그런, 의식을 치를 수 있다는 거죠? 엄연히 왕실이 프라이드 랜드를 지배하고 있는데?”
 스테돌프가 겨우 입을 열어 수사자에게 물었다.
 “괜찮은 질문이야. 네가 교회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면 더 좋은 질문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만족해야지.
 왕실은 상관이 없어. 드로우라고 불리는 이 의식에서 왕실과 모든 사자들은 예외 대상이거든. 사자들은 무엇이 벌어지던 지켜보기만 하면 돼. 게다가 내 정보로는 그게 뭔진 몰라도 교회가 왕실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내세운 것 같거든.
 교회는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난 그 조건을 몰라. 여왕은 답을 알 텐데 그녀는 내가 자기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실종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난 그녀에게 질문을 할 처지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지금 프라이드 랜드를 둘러싼 세계의 상황이 과격한 방법이든 온건한 방법이든 그 의식을 벌여 다음 세기를 버터야 할 만큼 좋지 않다는 거야.”
 크레스는 주방에서 둥그런 나무의자 두 개를 구해 스테돌프와 쥐를 앉혔다. 스테돌프는 여전히 몸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크레스의 명령을 받는 포식자가 그의 등을 받쳐주었다. 수사자는 스테돌프와 쥐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자 자신도 의자를 찾아 그들 앞에 앉았다.
 “혹시 동물들이 밀이 풍년이라고 말하는 건 들어본 적 있나? 아님 우리가 알고 있는 포유류와 조류 말고도 다른 이국적인 동물이 머나먼 땅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나? 그것도 아니라면 요새 배부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나?”
 스테돌프는 크레스가 던진 모든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이 세계는 지금 죽어가고 있어.”
 수사자가 운을 띄웠다.
 “왜 역사로 기록되지 이전 시기에 우리 동물들이 숲을 떠나 문명이란 걸 만들었는지 아나? 그건 한 때 모든 동물들의 삶의 터전 이었던 숲에서 생명력이 사라지는 신호를 감지했기 때문이야.
 옷도 있고, 무기도 있고 법률도 있어. 문명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릴 보호해 주지. 하지만 우린 그 동안 세상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걸 잊었어.
 분명한 징후들이 있어. 우리의 다른 친구들인 파충류들은 너무 오래 전에 멸종해서 이제는 모두가 전설이라고만 생각하지. 12세기 전에는 어업이 과거의 역사가 되고 바다에서 물고기와 해양 동물들이 사라져버렸지. 5세기 전부터는 해마다 겨울이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흉년이 지속되기 시작했지. 그래서 풍년이란 단어는 이제 죽은 언어가 될 지경이 되었어.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던 곤충들도 없어지기 시작했지. 엄중히 지켜지는 사자들의 온실 외에 다른 곳에 벌 때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 당연히 들어본 적 없겠지. 우리는 뜨겁게 덥힌 온실에 벌을 가두고 겨우 그것들을 보호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우리 차례가 올 거야.
 그래서 교회가 수많은 동물들을 희생하는 의식을 치러서라도 프라이드 랜드의 몸집을 줄이려는 거야. 수천만의 동물들은 너무 많아. 심지어 그 절반도 많지. 하지만 일단 절반으로 줄고 나면 다음 두 세 세기 정도는 버틸 수 있지. 그건 분명해.
 여기서 물어보자. 사자인 나는 교회 계획하고 있는 일을 좋아할까 아니면 싫어할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그것이 뭔가 설득시키려고 하는 듯 끈임 없이 말을 하는 수사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도 말이다. 사자의 대답에 답 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 아무리 교회를 미쳤다고 생각해도 당신에게는 별 관심 없는 일이어야겠죠. 당신은 가장 고귀한 혈통의 사자님이니까요.”
 스테돌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예상과 비슷하게 답하기는 했네.
 난 교회의 방법이 과격함을 넘어 잔혹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에도 동의해. 만약 교회가 수십 년에 걸쳐 산아 제한 정책 같은 걸 펼칠 생각이라면 내가 지금처럼 교회가 하려는 일을 막으려 들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난 교회의 동물들을 죽여가면서까지 여기에 침입했지 너희가 괴물이라 칭할만한 존재를 봤기 때문에 말이야.”
 스테돌프는 괴물이란 단어에 잠시 속이 울렁거렸다.
 “너희가 본 존재는 다른 동물들의 생명을 빼앗고 훔치는 존재야. 남은 부산물인 고기에는 관심도 없고 그것을 먹지도 않지. 그리고 그 존재를 정면으로 바로 본 동물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냥 죽어. 생명력 그 자체를 빼앗겨 버리거든. 하지만 너희들은 살아남았지. 비록 기억을 잃기는 했지만 말이야.
 간편하게 괴물이라고 부르도록 하지. 왕실 서고의 기록상으로 보자면 그런 종류의 존재는 대규모 희생제의 같이 많은 생명들이 사라질 때 주로 나타나. 태양을 위해 바치는 의식에 침입해 생명력 몇을 빼앗는 게 그게 하는 일이야. 그리고 옛 관습을 철저하게 따른다면 그런 존재에게 생명력을 빼앗기지 않는 특이한 동물들은 교회에 의해 철저히 보호받고 칭송 받아야만 하지. 생존의 상징인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잖아. 교회가 섬기는 태양 그 자체의 축복을 받았다 할 수 있지. 너흰 생존을 위해 벌이는 희생제의에서 가장 상석에 앉아 희생당한 동물들의 고기를 먹으며 여유를 부려야 해. 그럴 권리가 있어. 하지만 교회는 너희들을 가장 먼저 희생시키기로 했지. 대체 왜일까? 뭘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앉아서 목숨 건 총 싸움을 하고 너희를 구하러 온 거야.
 내가 아는 한 교회는 고집불통이어도 극단적이지는 않아. 교회는 30세기가 넘게 유지된 왕실보다도 더 오래되었거든. 보통의 교회라면 반드시 개체 수 조절 같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일을 진행 했을 거야.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었으니 새끼를 적게 낳아 균형을 유지합시다.] 많은 동물들이 받아들이고 타협할 수 있는 모토지.
하지만 교회는 동물들의 가장 격렬한 저항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어.
그게 내가 너희들에게 괴물을 찾는 일을 맡기려는 이유야. 괴물이라는 실타래를 풀다 보면 교회가 이런 정신 나간 희생제의를 벌이려는 이유도 알 수 있겠지.”
 수사자 크레스는 자신의 의자를 치우고 일어나려고 했다. 스테돌프는 그때 비틀거리며 일어나 수사자의 검은 코트를 잡아 당겼다. /강대한 사자가 겨우 동물 둘을 목숨까지 걸어가며 구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 일을 시킨다?/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진실을 말해요. 사자.”
 스테돌프가 요구했다. 크레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늑대야, 그건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야. 난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부하들은 다 동원해서 나에게 근거 없는 복수를 하려 드는 여왕으로부터 내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어. 그와 동시에 여왕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중이지. 그리고 교회가 저지르려는 희생제의를 방해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쓰고 있지. 내가 얼마나 사악하든, 무슨 짓을 저질렀든 그리고 얼마나 방탕했든 이번만큼은 이 사태를 부드럽게 처리하려고 해. 모두가 굶주리는 건 뾰족한 방법이 없는 미봉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동물들의 목숨을 빼앗을 순 없다고 믿고 있다고.”
 스테돌프는 수사자의 앞발을 다시 붙잡으려 했지만 이번엔 그가 더 빨랐다. 크레스는 코트의 소매를 당겨 옷을 다듬었다.
 “동물이 희생당하는 걸 막겠다고요? 날 가지고 장난치는 건 아니고요?”
 스테돌프가 따져 물었다.
 “내 결정은 분명해. 난 동물들을 살릴 거고 그걸 바꿀 생각은 절대 없어. 난 너희들이 필요해.
 교회가 너희들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44개의 팀을 꾸려서 이 사건을 조사하게 했어. 그리고 하루 만에 42개 팀이 지금 내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여왕이나 자기들이 희생물을 잡은 사실에 날이 선 교회에 의해 추격자가 붙었지. 그래서 이미 나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내 부하들을 쓰는 건 좋은 방법이 될 수 없어.
 그리고 난 내가 바쁘다고 했지.”
 크레스는 여기서 잠시 뜸을 들였다. 그가 스테돌프와 쥐를 바라보던 흥미 가득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가움이 그 표정의 빈자리를 채웠다.
 “도박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확실하게 상대가 성공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뭔지 아나? 그건 테이블을 뒤집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영하의 온도처럼 차가워졌다.
 “내가 현실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그거야.
 교회는 저항 없이 이 살육을 깨끗하게 진행하기 위해 마치 톱니 하나라도 빠졌다간 완전히 망가지는 정교한 시계처럼 일을 진행하고 있어. 사병을 모으고 군부가 자신들의 명령을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이게 계획하고 있지.
 난 교회가 만든 그 게임의 정교한 테이블을 뒤집을 거야. 동원할 수 모든 방법으로 내 행동을 비밀에 부치고, 가명으로 편지를 쓰고 그리고 그들 내부를 분열시킬 거야.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자. 일반적으로 정상인 집단에도 완벽하지 않게 미친 동물들이 한 둘 있듯 미친 교회에도 똑같이 완벽하지 않게 정상인 동물들이 한 둘 있겠지. 그런 동물들을 망설이게 만들거나 회유하게 만들면 마치 자신이 산 세련된 옷자락에 다리가 걸리 넘어지는 것처럼 엇박자를 낼 수 있겠지.
 군부? 내가 알기론 23세기하고 35년에서 + - 10년 동안 같은 다섯 가문이 사령관들을 나눠서 해온 집단? 그들은 연대는 부서지지 않게 단단한 것처럼 보여도 시간은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어. 수많은 승리와 패배, 개틀링 건, 바늘 총, 연발화기 그리고 백 수십만까지 늘어난 거대한 규모. 한줌의 포식자 전사들이 아닌 기술적으로 가장 발전하고 거대한 집단을 가지고 있는데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여전히 균형을 유지할 만큼 똑같을까? 그걸 파고들면 돼. 그 가문들과 장군들이 서롤 의심하게 만들면 돼.
 이 모든 게 완성되면 혼돈이 벌어지겠지. 서로 충돌하고, 무너지고, 그리고 사회가 부서질 거야. 교회는 태양을 위한 거대한 희생제의를 드린다는 사실을 프라이드 랜드 전체에 공포하고도 정작 그걸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겠지. 이미 서로를 견제하는 게 더 큰 목적이 된 군부는 교회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할 거야.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깊은 혼돈이 탄생하는 거야. 모든 것은 결국 존재하는 만큼 끝이 있겠지만 당사자들에겐 그렇게 느껴지지 않겠지.”
 사자 크레스가 무거운 말을 마쳤다. 이상하게도 얼음처럼 차가워졌던 그의 목소리엔 스테돌프와 쥐에 대한 흥미감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교회가 이 의식을 하는 근윈 이나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원인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나라면 그걸 행운이라고 부르겠어. 도박에서 돈을 딸 수 있다는 헛된 희망 말이야.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난 너희들이 특별하다고 운을 띄웠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지금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괴물의 시선을 바라보고도 살아남아 저항할 수 있는 동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 그런 피의 형질은 오직 십 수 차례의 근친혼을 통해 피가 썩어버릴 대로 고여버렸을 때 발현되는 것이거든.
 난 순수혈통이 고귀하다기 보다 새로운 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패하는 늪 같은 것이라고 봐. 그런 면에선 남들하곤 다르지. 피가 타락했기에 그 괴물을 보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아니러니 한 특징이야. 원래 그런 독특한 형질은 새로운 피가 유입될 때 생겨야 하니까.
 난 너희들이 괴물이라고 말할 그 존재를 보고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어. 멀리 조카들끼리 결혼시키는 걸 떠나서 형제와 자매끼리 결혼하다 보니 왕족이 열 몇 마리 밖에 남지 않은 그런 좁은 웅덩이의 고인 혈통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럼 왜 왕실의 다른 사자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 거죠?”
 스태돌프가 갑자기 끼어들어 물었다. 마치 그가 처한 상황에 저항하는 것처럼.
 “나는 내 가까운 친척인 여왕이나 다른 왕족들과 친하지 않아. 난 여왕에게 반발하고 있고 프라이드 랜드시의 대부분에 내게 시선을 기울이고 있어. 그런 상태에서 여왕의 편일 게 분명한 다른 왕족들에게 내가 설득을 시도하는 건 너무 눈에 띄지.
 그렇다고 그 괴물에게 저항할 수 있는 형질을 가진 다른 동물들을 찾기는 어려워. 내게 만약 6 개월이 있다면 프라이드 랜드를 뒤져 너희들과 비슷한 동물 대여섯을 찾아내겠지. 1년이 주어진다면 십 수 마리의 동물들로 이루어진 두어 개의 팀을 짜 사건을 조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 교회가 의식을 시작하지 전까지는 6주 하고도 3일 그리고 3시간 밖에 남지 않았어. 교회가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던 일을 너무 늦게 파악한 건지도 모르지. 어쩌면 내가 내 형인 사자 왕과 함께 갔던 머나먼 곳을 향한 원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버린 건지도 모르고.”
 사자 크레스가 잠시 말을 끊고 앞발을 움직여 모두가 자릴 떠나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자의 부하인 포식자는 스테돌프를 지탱하던 의자를 강제로 치워버리고 다시 스테돌프의 어깨를 잡았다. 사자 일행은 스테돌프와 쥐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할 계획인 게 분명했다.
 “스테돌프, 늑대 넌 지금 상황에서 조금은 특별한 존재지. 넌 오랜 흉년이 시작된 5 세기 전, 돼지들의 반란이 있던 그 해의 전투에서 패배한 조상들을 가지고 있지. 죽은 밀의 기사란 흥미로운 이름이야. 네 조상들이 패배했기에 죽었다는 단어가 붙었고 밀이란 이름은 기묘하게도 흉년을 상징하지. 어쩌면 모두가 죽어가기 시작한 이 세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넌 분명히 친척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삶을 살았겠지. 너희 가족은 그 조그만 작위를 지키겠다고 남매들끼리 결혼하면서 피를 진하고 또 고인 것으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니 근친에서 발현되는 형질이 절반이라도 생겨난 건 이해할 수 있어. 그게 나에게도 유용 할 테고.”
 크레스는 잠시 녹색눈으로 스테돌프를 바라보다가 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넌 어느 정도 이유가 설명되는 늑대보다 더 이상하단 말이야. 넌 비열하고 사악한 도둑질로 고기가 되지 않은 채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너희 가족은 원래 오래된 부채 때문에 자신의 살로 빛을 갚아야 하는 운명이었어. 그런 운명이 너에겐 결국 고기가 되는 다른 피식자들처럼 온 갓 난잡한 혈통이 뒤섞였을 텐데도 네 옆의 늑대에게서나 나올만한 순수한 피가 가질 수 있는 형질을 가졌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야.
 같은 형질을 가진 너희 둘이 옛길에서 그 괴물을 만났다는 것도, 같이 살아남아 교회의 눈에 띄게 되었다는 것보다도 말이지.”
 크레스는 뒷발로 문을 걷어차더니, 주방 밖 만찬장으로 향하는 그 부서진 문을 거치게 밀어 젖혔다.
 “늑대와 쥐 너희들에게는 한 쪽이 다른 쪽을 죽이고 싶어할만한 다른 우연 같은 인연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크레스가 주방을 벗어나 만찬장으로 향했다. 그의 몸이 곧 문 너머로 사라지고 사자의 부하는 스태돌프를 밖으로 거칠게 이끌었다. 스테돌프는 문득 쥐를 살펴보았고 쥐는 스테돌프 만큼이나 비틀거리면서도 스스로 일행을 따랐다. 스테돌프의 쥐의 얼굴에는 혼돈이상의 표정을 얻어내지 못했다.
 만찬장의 일부는 노란 로브를 입은 죽은 동물들이 자치하고 있었다. 급하게 만찬 장으로 도망친 듯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몸뚱이들엔 총상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사자 크레스는 그 시체들엔 관심도 가지지 않고 사원의 홀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좌우로 큰 문 두 개가 연결 된 홀에는 더 많은 시신들과 총알 자국 그리고 여기저기 떨어진 총들이 흩어져 있었다.
 스테돌프는 그제서야 아까의 심한 폭죽소리가 총성과 비명이었음을 깨달았다. 사자 크레스는 자신의 말대로 사원에 있는 모든 동물들을 죽여가면서 스테돌프와 쥐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자신이 총알에 맞아 죽어갈 가능성을 수십 번이나 감수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와 사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사원의 문은 온갖 종류들의 가구들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로 막혀있었다. 사원 밖에는 불빛과 함께 떠들썩한 싸움소리가 들렸다.
 “내가 너희들을 구원하러 이 사원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가짜 편지를 써서 사원을 지키는 감시 인원들을 1/4 로 줄였어. 그들은 자신들이 교단의 더 큰 임무를 하기 위해 강 건너 도시 서쪽으로 향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알아채고 돌아오고 있겠지. 자 여기 너희들의 물건이 담겨있는 석제 상자가 있어. 원래는 너희들을 제물로 바치고 납골당에 대신 넣어 둘 물건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너희들이 상자 속 물건을 되찾아 써도 될 거야.
 그리고 독성이 있지만 이걸 좀 먹어. 초콜릿 덩어리야.”
 사자는 사원 입구에 세워진 카트에 놓인 두 상자를 가리켰다. 상자엔 스케호프라는 쥐의 이름과 스테돌프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다.
 스테돌프는 크레스가 준 초콜릿 덩어리를 겨우 삼키곤 석제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의 물건들이 안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스테돌프는 그것들을 챙겨 입었다. 몸은 여전히 비틀거렸지만 초콜릿의 온기가 흔들림을 줄어주었다.
 급조된 바리케이트 넘어 사원 밖에는 시끄러운 싸움의 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스테돌프는 크레스의 말을 떠올리며 심장이 철렁 했지만 사자는 거기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곧 내놓았다.
 “내가 가짜 편지들을 많이 쓴다고 하지 않았나? 그걸 위한 위조 인장도 수십 게 가지고 있지. 걱정하지마. 교회의 감시자들이 벌써 돌아온 게 아니야. 내가 시선을 끌기 위해 금속 조합원들을 분열시켜서 사원 입구 앞에서 서로 싸우게 한 거지. 원래 그들은 뜨겁게 달아올라 합금이 되지 않는 이상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의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존재들이잖아. 방직조합처럼 단단한 실로 얽혀져 유지되는 친구들이랑은 다르지.”
 그것이 후에 끼칠 독성과는 상관없이 초콜릿은 스테돌프의 마음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 스테돌프는 쥐가 자신의 석제 상자에서 물건과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자 크레스는 그들이 함께 일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생존이란 명분하에 둘을 엮었지만 아직 쥐와의 거리는 수십 블록 떨어진 건물처럼 멀게 느껴졌다.
 “나와 내 조수가 만들어 놓은 바리케이드 때문에 정문으로 사원을 나가기는 어려울 거야. 또 그건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날 따라와. 나는 여길 조용하게 나가는 길을 알고 있지.”
 크레스가 겨우 옷가지를 차려 입은 스테돌프에게 말했다. 사자가 가진 흥미롭다는 표정은 여전히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크레스가 일행을 이끈 곳은 사원 지하의 막다른 통로였는데 크레스는 근처에 있는 기둥 장식을 만져 돌렸다. 막다른 통로의 회 칠 된 벽이 위로 들어올려졌다.
 “왕가의 직계 후손들만 알고 있는 통로야. 나와 사자왕인 내 형이 만들었고 알다시피 내 형은 죽었지. 누구도 모를 거야.”
 크레스는 어두운 통로로 일행을 이끌었다. 크레스는 어두는 비밀통로 반대편에 튀어나온 레버를 당겼는데 그러자 곧 벽에 아래로 내려가며 제자리를 잡았다. 사원 지하의 횃불에서 나오던 빛이 끊겼다.
 “왕실의 일원들은 사자를 제외한 모든 걸 고기로 취급해. 포식자들이 피식자와 다른 건 살아있는 게 더 유용한 고기 자원이라는 것뿐이지. 내 형은 이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 건축가 동물들을 키워서 자라나게 했고 통로가 만들어지자 그 쓸모 없는 고기들을 죽였지. 아무도 알지 못하도록 말이야.”
 어둠 속에서 크레스가 계단을 오르면서 말했다. 사자의 부하는 일행의 맨 뒤에서 스테돌프와 쥐를 감시했다.
 한참이 지나자 계단은 끝났고 간간히 여러 가지 크기의 창문이 뚫려 저녁의 보랏빛을 통과시키는 통로의 다른 부분이 나왔다.
 “통로의 사원 부분은 신실한 내 형이 만든 작품이지만 이 지붕과 지붕을 퍼즐처럼 가로지르는 통로의 상층부는 내가 주도해 만든 거야. 그리고 난 건축가 출신 동물들을 죽이기 보다 최면 같은 방법으로 그들이 가진 통로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보다 더 먼 방향으로 보내버렸지. 몇 몇 동물들이 꾸는 악몽을 재외 한다면 거의 모든 동물들은 프라이드 랜드의 국왕이 백성들을 조심스레 둘러보기 위해 도시를 비밀 통로를 만들었다는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지 못해.”
 스테돌프가 앞발을 위로 뻗어 사자의 어깨를 잡았다. 기운이 돌아온 것이다.
 “난폭하기로 유명한 당신은 이미 교회의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회를 혼돈으로 이끌기로 해놓고 왜 우리들에게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거죠?”
 스테돌프가 물었다. 크레스는 몸을 돌려 스테돌프를 바라보았다.
 “세상이 죽어간다고 해도 어디엔가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지. 어쩌면 항상 도박에서 져온 내가 멍청하게도 행운이란 것을 믿고 있기 때문 일 수도 있고.”
 사자의 눈에 있는 흥미감이 드디어 그리고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간격을 엄격함이 채웠다. 그들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이 통로를 걸었다. 사자에게는 그렇게 할 위압감이 있었다. 통로의 마지막에 있는 문에 도착했을 때 사자는 그것을 열었고 거칠게 밀어 넣듯이 사자는 스테돌프와 쥐를 골목길 바깥으로 내몰았다.
 스테돌프는 이제까지 사자를 도왔던 부하 포식자를 외알 안경으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프라이드 랜드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그 존재는 하이에나 인 듯 했다. 너무 단호해서 초원을 택한 채 아직도 프라이드 랜드의 복잡한 문명 사회에 들어와 살지 않는 그 종족이 왜 여기에 있을까? 스테돌프는 의문이 생겼다.
 “여기에 놓인 가방에 너희가 당분간 써야 할 물건들을 가져다 놓았어. 화폐, 치안장관의 이름으로 발부된 증명서류 그리고 가방에 넣긴 너무 길어서 옆에 놓아둔 총이지.
 늑대 넌 눈이 안 좋아 졌으니 워터 홀(Water Hole)가의 옵슬 수정 세공사에서 안경을 맞추는 게 좋을 거야. 쥐 너는 한 번도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을 테니 아무 사진관에서나 증명 사진을 찍고.
 그럼 난 내 충실한 조수와 함께 먼저 가보지. 우리가 서로 만났다는 증거가 없어야 하니까 내가 떠난 지 5분 뒤에 출발하도록 해.”
 사자 크레스가 부하 하이에나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내디뎠다.
 “당신이 한 말이 모두 옳다면 교회가 날 노리고 있는데 결국 그들이 날 찾아내 다시 붙잡을 거 아닌가요?”
 이제는 머릿속에 부담감을 느끼며 스테돌프가 뒤에서 소리쳤다.
 “교회의 감시망은 넓어서 언제든 너희를 다시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의식이 시작되기 전 6주 동안은 그냥 너희가 뭘 하는 지 지켜보겠지. 희생제의 날 너희를 잡으면 되니까.
 교회는 너희를 잡아 고문으로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어. 하지만 고문이란 건 진짜 정보가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정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은 일이니 그 방법을 쓰지는 않을 거야.
 나는 이런 말은 쓰지 않지만 어쨌든 너희들의 운이 빌어주지. 그럼 잘 해봐.”
 크레스와 그를 따르는 하이에나는 꺾어진 골목에서 사라졌다. 스테돌프는 옆에 있는 쥐나 사자가 남기고 간 가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머리속은 바빴다.
 교회의 희생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6주 안에 정체도 알지 못하는 교회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니. 갑작스럽게 그리고 급격한 조류의 흐름이 바뀌듯, 스테돌프는 생존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P.S 전 그러면 조언을 기다리면 나머지 3화를 수정하러 가봐야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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