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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3
게시물ID : readers_31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길고양이
추천 : 0
조회수 : 40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6/22 10:06:06



나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오른손 엄지 손가락으로
왼손의 손바닥을 지그시 누르며 문질렀다.
손바닥 위에 동그라미 모양으로 
점점히 박혀있던 아홉개의 점은
이제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타임리프 기회는 단 한 번뿐인 것이다.

손바닥의 그 점을 보면서
나는 슬며시 웃음이 났다.
적은 기회였지만 소중하고 의미있게
그 능력을 사용한 것 같아서
나는 몹시 흐뭇했고 만족스러웠다.

이제 한 번 뿐이네.

나는 나의 지난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번은 나 자신을 위해
써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언제가 좋을까.
나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은.

나는 줄곧 평범하게 살았기 때문에
나에게 그런 과거가 과연 있기는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의 머리 속에서 수많은 추억들이
영화처럼 스치며 지나갔다.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속상한 일.
내 과거의 사건들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레 나의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있던
식스틴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는
아주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매주 수행해야 하는 미션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멤버와 경쟁해야 하는 대결에서도
나는 번번히 패배하고만 있었다.
내가 가장 자신있어하던 춤에서조차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은
나를 절망 속으로 끌어당기던 시절이었다.

그 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결국에 나는 중간에 탈락해 버렸다.
꿈을 이루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리던
3년 이라는 나의 시간이
산산히 깨어지고 부서지는데는
겨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탈락자가 되어서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참을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던 건, 
나와 함께 슬퍼해준 멤버들의 마음이었다.
울고 있던 나를 다독이던 손길.
내 이름을 부르며 울먹이던 목소리.
떨리던 내 몸을 감싸 안아주던 멤버들.

내가 가장 힘들어 했었던 순간에
나를 혼자 두지 않았던 소중한 친구들.
이 친구들의 마음에 용기와 힘을 얻어서
나는 끝내 꿈을 이루어 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간 후에, 
종종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며
멤버들에게 고마움의 말을 전했지만
정작 멤버들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멤버들은 어느 누구도 
그 때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울고 있던 나를 달래줬던게
너희가 아니면 누구겠냐고 말했지만
그런 적 없다고 말하는 멤버들이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이제야 그 일의 진실을 알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신음같은 탄성을 길게 내뱉었다.

그때 날 안아준 건 멤버들이 아니었어..
바로 나였어..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슴으로 모았다.
정신이 조금씩 아득하게 느껴졌다.

먼 곳에서부터 사람들의 환호성과
웅성거림리는 소리들이 작게 들려오다가
조금씩 그 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주하게 걸어가는 발소리.
두런 두런 속삭이는 소리.
어떤 기계가 부딪히는 소리.
그런 여러가지가 섞인 소리들 사이로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작게 들리고 있다.

나는 눈가의 눈물을 쓱 닦으며 눈을 떴다.
코를 한 번 훌쩍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복도에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로
바쁘게 북적거리는 풍경들이 보였다.

나는 숨을 조금 들이쉰 채
복도의 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이제 이 모퉁이만 돌면,
나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면서
나는 잊고 있던 느낌과 감정이 되살아나
마음 한 켠이 무너지듯 아파왔다.

내가 보였다.
상처입고 부서져있는 과거의 나였다. 
복도 바닥에 웅크리듯 주저앉아서,
벽에 머리를 기댄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서러운 울음소리, 어깨의 들썩거림.
온 몸으로 울고 있는 내가 너무 가련했다.
나는 울고있는 나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나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혀 흐른다.

[모모짱.]

나는 목소리를 삼키며 나를 불렀다.
하지만 울고 있는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곁에 앉아서 가만히 안아 주었다.
따뜻한 그 애의 체온에 짙게 밴 슬픔이
나에게 옮아와 눈물이 되어 흘러 나왔다.

[ 괜찮아, 모모짱. 괜찮아. ]

나는 목이 메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울고 있는 나 역시, 얼굴을 들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흐느끼고 있다.
나는 괜찮아, 괜찮아만 거듭 되뇌었다.
그리고 나와 나는 한참을 함께 울었다.

어느새 나는 현재로 되돌아와 있었다.
처음처럼 소파에 파뭍혀 앉아 
눈물 범벅인 얼굴을 하고 
멍한 느낌으로 벌어져 있는 내 팔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의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조금 전 과거의 나와 나눈 감정은
아직도 고스란히 나의 마음에 남아
눈물이 되어 뚝뚝 흘러 내렸다.

나의 왼손을 들여다 보았다.
마지막 남아있던 점은 흔적조차 없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지만 내 안의 감정과
눈물이 되어 흐르는 아픔은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다.

나는 양 팔로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잘했어 모모짱. 정말 잘했어.

출처
보완
2018-06-22 17: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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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목을 뭘 로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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