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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같은 시]노인네에게 45만원 드리다
게시물ID : readers_318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꾸는저녁
추천 : 1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26 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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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인네에게 45만원 드리다



장마라면서 비는 안오고 날만 찐다.
장하신 일곱살 아드님은 슈퍼마리오의 신인줄 알았건만,
자세히 보니 치트키의 신이었다.
아들에게 죽는 걸 무서워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말했다.
"치트키 써도 낭떠러지 떨어지면 어차피 죽어요"
내 속이 찐다. 쪄.
용하다는 보리암 올라가다 퍼진 2006년식 쏘나타 엔진 교체비용 200만원.
씨X. 부처님은 왜 이런 미장센에서는 자비가 없었나.
아버지는 그 고물을 아직 '까리하다'는 찬사로 성수를 부으시고는 수리하라 돈 쥐어주셨다.
이제 그 고물을 더 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자신을 측은하게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니 소름끼치게 미안했다. 구제불능 이 새끼.
머지않아 책 출간 계약하고 돈이 생겼다.
자기 써! 아내에게 줄까했더니 퇴짜.
나 써? 정말 약소하다, 나 쓰기에도 퇴짜.
애초부터 그에게 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퇴짜맞은 돈이 익숙한 전화번호 눌렀다.
마약판매상이라도 된 듯 낮은 음성으로 말할까? 고민하는데
엄마가 받았다. 젠장.
엄마가 깨운다. 농사짓고 피곤한 아버지를.
계좌번호를 모르는 것이 내 멋진 계획을 흩날려버렸다.
이제까지 흡혈귀처럼 쪽쪽 빨아먹고 살았으니,
아비 어미 계좌번호를 알리가 있나.
이런 생각을 하니 오늘부터는 그가 노인네로 보인다.
어제까지는 아버지였지만, 오늘부터는 노인네다.
그깟 45만원 돈에, 노인네를 깨웠다.
"돈 없을텐데 그냥 쓰지"에 가장 알맞는 대구는 무엇일까 모르지만
"돈 없어도 내가 벌어쓸께유"라고 말하고 끊었다.
담날 오전에 부칠 걸, 한숨에 저녁 공기가 더 찐다.
담배 피우고 싶어도 끊은 지 10년이 넘었다.
비야 좀 와라.
쩌죽을 것 같다구.
이럴 때 쓰는 치트키는 없는건가.
아차. 그거 써도 낭떠러지에서는 죽지 참.
그런데 마리오. 왜 그리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죽었니.
노인네가 되지 않아 기뻣냐.


2018.06.26


출처 불 꺼놓은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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