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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이 없는 사람이었다
게시물ID : readers_319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7/13 0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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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구름이 마음에 드는 건 상상력을 아무렇게나 반영해도 돼서다

주사위, 알파벳, 아이스크림, 여러 가지 무연관성 기호를 하나의 범주로 압축할 수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인 구름은 곧 실체화된 동심이다.

과학 시간에 상승기류의 구름 생성원리를 배웠음에도 낭만적 기질은 공감각을 유발하고

저 조용한 솜사탕이 눈동자 속에 녹아 폭신한 당분을 음미했다

티 없이 하늘만 색칠하느라 유독 몽땅해진 파스텔 꼬나 쥐어 스멀스멀 저려본 손의 아련한 감각이

순식간에 치느꼈다, 흐느꼈다.

어릴 적 그다지 좋아하는 구름을 이제 와 호사처럼 죽치고 보려면

창자가 헐거워지는 것부터 무릅써야 할 신세로서

꿈꾸며 살기 이전에 배부르지 못한 나날들

순수한 상상력을 편린으로나마 건사하기엔 이 삶의 생존이 세포가 손상되는 통증으로 치밀하다

자나 깨나 느는 빚에 부종계약으로 묶인 출생신고서가 유전자 같은 가난을 대물림했으니

수명을 환전해 상속세 치러야 하며

나태는 죄악이라는 정당화로 노역을 버티는 게 한 푼이라도 아끼는 진통제였다

피로에 사무쳐 골면 천장과 바닥이 없는 빈부의 격차를 낙하하는 예지몽에서 허겁지겁 깼다

연금을 모범 납부하는 일 정도가 현실적인 야망이 됐고

가난이라는 유전병에는 모르는 게 약인 거이듯 하늘이 없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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