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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작은 그리움에 목이 멘다.
게시물ID : readers_320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4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7/26 21:53:33
 
 
 
꽃무늬 벽지에 그려진 녹색 선들은 아마 꽃의 줄기일 것이다.
그 선을 따라 예쁜 꽃 세 개를 지나 마침내 바라본 곳에는 새하얀
천장만이 시선에 가득 담긴다. 그것은 마치 꽃처럼 달콤한 시절을
보내왔던 나의 모습과도 같다. 그래서 더욱 공허해진다.
 
특히 오늘처럼 술을 한 잔 마신 밤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목을 멜 만큼 비참하게 날 떠나보낸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
또 떠올려 마침내 스스로 중얼거리게 되길 '보고싶다'
 
술을 많이 마시고 토했다.
쉼 없이 나오는 토악질에 나는 거의 질식할 뻔했지만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혼자 죽을 수는 없어. 그러다 문득 눈물이 차올랐다.
등을 두드려 줄 사람이 없구나!
깨닫기 시작한 후에 나는 더욱 힘차게 토를 했다. 고작 이정도 술기운에
토했다고 죽을 수는 없었다. 나는 비참하게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참하게 또 외롭게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
 
가소롭게도 다 토하고 나니 이제는 배가 고팠다.
나는 참 어리석게도 '모든것을 게워냈으니 아침은 맛있게 먹을 수 있겠구나' 하며
안도했다.
 
정신의 끄트머리만 겨우 잡아당긴 채 문득 다시 떠오른 생각
'등을 두드려 줄 사람이 정말로 없구나'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내 살갗에 부드럽게 닿던 어쩌면 가식적이었을지도 모를
그 손길이 나는 너무도 그립다. 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인가 떠나간 흘러간
그녀를 그리워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지 누군가에게 기대 응석부리고 싶은 것인가
 
수많은 생각의 방황 결론을 내지도 못한 채 나는 오른손 팔뚝을 들어 눈을 가리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일어나길 반복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것들, 책에 담긴 지식들은 요원한 지평선
너머의 실체없는 것으로 보이고 전날 먹다 얼음이 녹은 날파리가 빠져죽은 일회용 커피잔.
지폐 몇 장이 간신히 들어있는 지갑과 목이 달랑거리는 이어폰, 끈이 떨어지려 하는 작업화.
 
내 소설속에 나오는 김형 이형 박형 내 말을 들어주시오.
혹은 제프리, 모건? 당신들은 혹시 답을 알고 있지만 내가 더 이상 당신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
않아 토라진 것은 아니오?
 
오늘따라 괜찮냐고 물어보는 그 가식적인 어쩌면 진심이었을지도 모르는 그 예쁜목소리가 참으로 그립다.
또 신물이 올라오는 위장이 토하라고 재촉한다.
내가 더 이상 울지 못하는 이유는 조금의 수분이라도 몸 속에 온전히 남아 이 빼빼마른 감성과 함께
비루한 몸뚱이를 지탱하기 위한 저항이리라.
 
나는 아주 조금 더 어른에 한발짝 다가서려 했지만 소년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어른이였던 적도 없지만 소년이였던 적도 없는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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