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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적어본
게시물ID : readers_321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2
조회수 : 31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8/12 02: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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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용설란


용의 혀가 여의주 굴린다. 또르르


물똥이 무거워 고개 수그리는 비비추야


비 맞는 날도 내내 어여쁘느라 고생이 많구나



# 유채


월세계라도 베껴온 너른 유채꽃밭에서 행방 감추련다


짐도 옷도 없이 태어날제 살갗 그대로 날 비우련다


실실 쪼개면서 저 등에도 나도 집 되짚는 길 까먹고 말련다



# 아카시아


아까시나무 그늘이 오뉴월에서 도드라지게 달콤하다


거리낌 없는 단내 솔솔 스며오자


깊이 둔 응어리에 또한 꿀 묻는지 쓰린 속 낫는 기분이다


살포시 눈 감고서 있던 만으로 흔쾌히 해장이다



# 벚꽃


벚꽃이 오달지게 만개하니 


덧없이 바라본 마음 무르고 물러져


원수랑 마주쳐도 하여간 사랑하겠다



# 백등나무 숲


별이 진 만큼 꽃 알 맺힌다면 백등나무를 보여주노라


은하서 떠내려간 유실물이 곁가지마다 붙매여 십 리의 숲 달했네


봄볕보다 해말갛게 하느작거리는 교태에 홀려


무중력 딛듯 별길 속을 거닐었네



#이팝


가난해서 이팝나무를 먹었다


고 참 다보록하니 고봉밥이 선해서 번번이 봐왔다


주린 내장 줴짜다가 졸음 닥치면


기왕에 배부른 꿈 꾸려 고자


이팝나무 아래 잠들고 싶었다



#물망초


'날 잊지 말아요'


그 꽃말이 애절한지라


뒤돌아서 멀어질수록 아쉬운 꽃이다


기약으로 발자국을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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