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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죽은 자들의 노래 Chapter.1 전조
게시물ID : readers_32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민욱
추천 : 1
조회수 : 19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8/15 16: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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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
 
 맥리르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다.
 그것은 재앙이었다. 영혼마저 불태울 지독한 화마의 재앙.
 
 “이건······.”
 
 숨이 막혔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선을, 그리고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흔들리는 두 눈동자를 숨기는 것조차 잊었다.
 눈앞의 광경에 압도된 나머지, 냉철하던 사고가 마비되었다. 이윽고,
 화르르.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그을음만 남아 순백의 대지를 검게 물들였다.
 그곳에 잔해 같은 건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을 것들은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성벽이 무너지고 마을은 스러져 검붉은 잿더미 위로 사그라졌단 말인가.
 분명 며칠 전만 하더라도······.
 
 “하, 하하.”
 
 헛웃음이 나온다. 믿기 힘든 현실 앞에 소리 없는 탄식이 흐른다.
 로렌스.
 그 앞에 서있으면서도,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저벅저벅.
 정신이 혼미하고 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걷는다.
 믿기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기 위해서.
 그렇게 무너진 성벽을 지나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읍!”
 
 갑작스레 코끝을 스치는 썩은 내에 흠칫 걸음이 멈춘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살을 태우는 역겨운 냄새가 분명했다.
 그것을 알고 서둘러 숨을 참았지만 한 번 들이킨 공기에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파왔다.
 그때 성벽이 무너지는 듯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음.’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박사박.
 마냥.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 걸었다.
 잿더미 위로 드문 피어오르는 불길을 피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멈췄다.
 
 ‘이쯤이던가.’
 
 지금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로렌스 백작의 고성이 있어야 할 도시의 중심부.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돌린다.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이제는 검은 들판이 되어버린 지평선이 사라진 도시의 전경으로.
 
 “아······!”
 
 그 순간 넉을 잃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일었다.
 천년의 제국, 엘마이어.
 그곳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로렌스는 지금 이 순간 저 밤하늘만큼이나 어두운 곳이 되었다.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았구나.’
 
 사람도, 마을도, 추억도 전부 다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단 한순간에······.
 허리를 숙여 한 움큼 재를 쥐자 속에서 은은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이 화마가 남긴 열기인지, 그들이 남긴 온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절로 숙연해지는 기분을 막을 순 없었다.
 그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부디 하늘에선 평안하길.’
 
 신이시여, 부디 그들을 따스한 햇살 아래 보살펴 주소서.
 그러길 잠시.
 스산한 밤공기에 두통이 일었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불길이 잦아들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엔 별빛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돌아가자.’
 
 스미는 추위에 흐트러진 옷을 여미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내딛는다.
 툭.
 그런데 그때 발이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우습게도 바닥에 깔린 잿더미 덕분에 충격을 면했다.
 
 “이건······?”
 
 어두운 탓에 한참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것이 작은 사람의 형태,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이란 걸.
 
 ‘이런 어린 아이마저도.’
 
 그 모습에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아이의 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것은 곧 검은 재가 되어 바람에 날린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에 그는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도대체?”
 그것은······.

 
 그리고 멀리서 그를 지켜보는 것이 있었다.
 수천만의 분노, 수백 년의 한을 온몸에 휘감은 그것은,
 다시 한 번 복수를 다짐했다.
 
 /////
이 곳에 올리면 조언도 많이 해주고 좋다고 해서 글 올립니다.
전에 여러 일 때문에 자주 연중 했었지만, 맘 잡고 글 올릴 테니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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