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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연재] 문라이트워커
게시물ID : readers_32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밤의작가들
추천 : 1
조회수 : 2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8/17 17:14:34
촌 할매들은 달빛만 비춰도 밭에 나가 일을 한데이.
낮에는 읍에서 하는 공공근로 쌔가 빠지게 하고 와가지고도, 맹물에 밥말아 한숟갈 묵고 
밤 하늘에 달 비치면 밭으로 나가 허리 굽히고 땅에서 하는 일을 한다.
그기 그 평생해온 습인거라.

먹순할매는 얼마전에 노망이 들은 할맨데.
일하던 그 습은 안까묵어지는지 밤마다 나가 일을 한다.

그 집 큰아들래미가 그리 하지말라꼬, 하지말라해도 할매 고집이 원캉 쇠고집이라.
뭐 젊을때부터 그 할매는 기 쎄다고 소문이 자자했지.
그래서 젊은나이에 서방 잡아먹었다고 욕도 마이 묵었다.

인자는 똑바로 서서 하늘도 못 볼만큼 허리가 꾸부라졌어도, 저 할매는 보통내기는 아이라.
저 쨍한 승질머리에 치매가 걸릴줄은 아무도 몰랐제.

그런데 아이고 어짜꼬.
할매가 그래 아끼던 새끼 손가락같은 막내이 아들래미가 서울에서 
차 사고로 마, 세상을 베맀단다. 나머지 손가락같은 자식들은 우야꼬, 하면서 할매한테
사실을 숨겼제, 정신이 성한것도 아이고 알아 좋을기 뭐있겠노.

근데 할매가 막내 아들래미를 그래 찾는다.
할매 혼자 만삭에 밭에서 일하다 낳은 아들래미라꼬 수박같고 호박같이 
알이 성성 차고 토실하게 품어키운 막내아안데. 

그날 밤에도 할매는 밭에를 나가서 막내아들래미를 캐낼라고 땅을 이래 뒤집고
저래 뒤집고 있는데, 뭐가 덜거덩 걸리는게 있드라.

이기머고? 하는데.

어무이, 내다. 하더라.

아이고 막내야. 니가 여기 왜 호박맹키로 맺혀있노. 하니까.

어무이, 어무이 하면서 빨리 내를 좀 캐내서 숨겨주이소. 하고 그놈의 덩어리가
애지간히 통통거리더라.

먹수이 할매는 그 호박덩어리 같은기 다칠새라 손으로 얼른 더듬어 누가 볼새라 굽은허리위에 업어가지고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에도 막내는 토실하게 자라서 할매 등이 점점 더 굽어가더라.

막내가 어무이는 내를 세상에 놓기만 해놓고 돌보지를 않았제. 하니까 
그래도 자식중에 니를 제일 이뻐했다 하면서 올라가는데.

할매는 막내가 무거워서 내려놓고도 싶었지만은 산에는 막내를 어디 다시 
심을 곳이 없드라.
산에 심으면 할매가 자주 보러 오지도 못하는데 밭에서는 왜 캐왔을꼬.

산으로 가다가 가다가보니 할매 발밑에 뭐가 설걱 하고 밟히는기 있더라.

아이고 여보, 먹수이. 내요.

먹수이. 오랫만에 듣는 할매 이름이네.
먹순. 먹다못해 기억까지 먹는 까먹순이 되았지만은. 오래전 남편 목소리는 안까먹었드라.

아이고 하면서 먹순이는 한걸음 물러나 허리 위에 막내를 지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맀네.

코 앞에서 먹수이. 내가 미안하네. 내가 산에 너무 일찍 심어져 오랫동안 
자네를 보지 못했네. 하니까 할매가 뭉툭해진 손으로 젊은 아낙처럼 입을 가리고 
흐윽흐윽 울기 시작하네.

먹수이. 여보. 울지말고 내를 쑥 끄집어내 양지바른데 다시 심어주소. 하니까
먹순이 할매는 엉엉 울면서 남편 옷자락같은 칡뿌리를 손으로 파내다가
꼬부랑 허리에 힘주고 잡아 당기다가 한참을 도깨비 씨름을 하고나서야 남편 한토막을 끊어냈네.

먹순할매 꼬불한 허리 위에는 막내를 지고 허리춤에는 젊어 곪은 남편을 한토막 묶고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네. 

오르고 오르는 중에도 막내는 계속 자라 원망이 더 무거워지고 젊은 남편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해싸드니 더이상은 어쩐 말도 없이 힘도 없이 땅으로 툭 떨어지고 또 주우면 툭 떨어지고.

할매는 자꾸 힘이 드는데 할매 허리가 꼬부라지다못해 고개가 무릎까지 닿일 지경인데
막내랑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할매만 의지하고있제.
부질없이 하늘은 비를 부실부실 쏴대기 시작하제.

아이고마. 하늘 오줌싸네.
먹순할매 말을 하니.

어무이. 아부지는 여기 떨구고 얼른 내를 아래로 숨겨주소. 얼른.
막내가 닥달하네.

아니 막내야. 애비가 그래도 여기 있거늘 어째 그런 말을 하느냐. 먹수이. 여보, 막내를 내버려두고
내랑 같이 내리가오.

뭐요? 아부지가 대체 내한테 뭐를 해줬소. 나는 이 세상에 혼자 맺혔다 죽었소.

부자지간에 넘사스럽지도 안한가 쨍그랑 쨍그랑 싸우기 시작하는데.
비는 세차게 내리고 먹수이 할매도 승질이 승질이. 한승질 하는 할매인데.
한다면 하는 할매인데. 더는. 더이상은 못하겠는거라.

비가 오니 산골짝 웅덩이에는 물이 더 차고 그 위로 달빛이 환하게 비추던
그런 이상한 날인데.
달빛이 웅덩이에 할매얼굴을, 그 쭈그렁 얼굴을 웅덩이에 비추드라고.
먹순할매, 달빛따라 웅덩이를 쳐다보이 할매도 인자는 늙었는기 실감이 나는거라. 

아이고엄마야. 내가 언제 이래 늙었노.

먹순할매는 지치고 서러워서 눈물이나고 콧물이 나고 그자리서 애처럼 
으왕으왕 울드라고.

내가 이래 늙을 동안 막내야 니는 어디서 뭐를 했노.
내가 이래 늙을 동안 당신은 어째 그래 무심했는교.
아이고 엄마. 엄마. 어매요.

쭈그렁 애기가 된 먹순할매는 그렇게 엄마엄마 찾으면서 울다 잠들었다 하데.

근데 참 웃기제.

아침되고 해가 쨍 뜨니 먹순할매. 아이고 여어가 어디고. 
하면서 다 까먹고 맨몸으로 홀홀 산에서 내려갔다는 이야기.


written by 쏘피 / 밤의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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