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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연 적이 없는데 멀거니 있길래 가까스로 못 본 체 했다
게시물ID : readers_321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1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0 0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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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죽을 곳을 찾는 바람이 호시탐탐 비를 휘어 곡소리 흩트리는 밤이었다
미세하게 변한 집 안의 공기 밀도 때문에 코끝이 간질여 뒤척이다 깬 일이다
형광등 스위치가 있는 벽으로 휘청이다시피 가서 손을 뻗지만 익숙한 게 안 잡혀 초조할 때가 있다
피의 십자가, 강렬한 헤드라이트, 잠 못 드는 마천루, 노란 점멸, 조성된 LED가 어둠 속에서도 광기를 단속하지만
달도 별도 비추지 않는 테라스에 주룩주룩 매달린 절규가 야경을 모자이크로 덮는다
유리가 빛의 목을 꺾는 현장에서 삽시간 번쩍인 벽력 덕에 눈치챈
등 뒤의 그 어둠보다 검던 잔영은 소위 미신이라 불리는 물리적 오류였을까?
응달과는 별도로 깜깜한 테두리가 어쩜 가설로만 여겨진 음에너지로 이질감을 자아낸 터라
이유는 몰라도 돌아봐선 안 되는 본능적인 금기로 인해 몸이 굳었다
창이 덜 닫혔는지 미치광이 쑥대머리 같은 바람이 방정맞게 감돌아 세간살이가 시시덕거렸다
옷걸이를 잘못 본 거라 믿고픈, 마치 첨통에서 뽑힌 흉괘처럼 기분 나쁘게 덩그러니 있는 정체를
짐짓 헛것이라기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저온이 엄습했다
식은땀이 맺히고 확장된 땀구멍 하나하나를 다지류가 디뎌 오르듯 소름이 척추를 탔다
얼음장을 갖다 댄 입체적으로 그려진 손길이 촘촘한 손가락 걸음으로 양어깨를 왕복했다
갓 비에 젖은 눅눅한 머리카락이 바로 위라고밖에 할 수 없는 위치에서 내려와 눈을 찔렀고
그렇다고 미동이나 마른침이라도 삼키면 목이 잘릴 거 같은 암묵적인 분위기가 심박 수마저 지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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