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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맹인 - 6
게시물ID : readers_32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knk1
추천 : 0
조회수 : 1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9 13: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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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모인 사람들을 보다가, 한 가지 새로 떠올랐다.

이번 건 전체적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목적이지만, 공연비도 결제했겠다, 홀로그램 공연이라도 보면 더욱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홀로그램 공연 같은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더욱 크게 돋보이는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한 가지를 시작하면 출발점을 밟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하는 건 바로 이런걸 의미하는걸까?

공연까지 남은 시간 5분정도 지나가는 도중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멀리 있기 때문에, 눈으로는 사람 모양의 형체 수십 명이 들어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고 저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여기에 왔으니, 분명 기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공연 시작까지 남은 시간 3분쯤 남았을 때, 한 사람 상세하게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웃고, 떠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600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떠들고 있으니 자세한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웅성웅성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많이 떠들었던 걸까?

이윽고 모든 사람이 들어오고, 대기 시간도 지나 공연이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밝았던 공연장이 갑작스럽게 어두워지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했음을 알렸다.

공연이 시작하자, 방금까지 떠들고 있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조용해져 거의 들리지 않는수준으로 바뀌었다.

이렇게까지 어두워질 줄은 몰랐는데, 이러면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 조차 불가능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홀로그램 공연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목적이었는데, 어두워져서 이제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관찰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고민하고 있을 때, 어두워졌던 공연장에 주황색으로 빛나는 원 모양의 고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 모습이 보이자,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환호를 냈다.

홀로그램 공연장에 가기 전 사람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것이 홀로그램이라고 부를 수 있냐고 할만큼 엄청나게 생생하다고 말했다고, 엄청난 공연이다라고 했다.

자리에 앉을 때 앞쪽으로 가깝게 앉은 지라, 너무 작아서 안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두운 공연장 내부에서 주황색 색으로 빛나는 고리가 제자리에서 물 흐르듯이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는 선명하다 못해 빛날 정도로 잘 보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노이즈가 끼어있어, 전체적으로 검은 무언가가 섞여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환호가 천천히 잦아들 때, 주황색 고리 옆으로 파란색 고리가 새로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녹색, 빨간색이 차례차례 나타났고,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는 더욱 커져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수준이 되었다.

이런걸 홀로그램 공연이라고 부르는 걸까?

시작한지 얼마 안됬지만, 아직까지 보이는 건 각기 다른 색깔의 큰 고리 4개뿐이다.

저 네 개가 등장한 것만으로 사람들은 놀라운 듯이 한 명도 빠짐없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주위가 어두운지라, 사람들의 세세한 모습은 관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홀로그램 공연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런 공연에 크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예상외의 것들이 많이 발생해 많은 계획이 틀어졌지만, 이 한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주황색 고리가 조금씩 흔들리더니 갑작스럽게 커졌다.

주황색 고리 내부에 공간이 생기듯이, 무언가 다른 공간이 있는 듯한 형태로 변하고 잠시 뒤에 그 공간 사이로 사람이 한 명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공간을 넘어 도착한 듯이 보이는 그 모습은 공연의 화려함을 덧붙여주는데 충분해 보였다.

뚜벅뚜벅, 사람이 걸을 때 마다 그 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환호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꽤나 가까이 있지만 얼굴 같은 것은 잘 볼 수 없다. 하지만 대략의 복장이나 체형, 신발 등을 봐도 남자인 것은 확실했다.
키가 키고, 비율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생긴 사람이었다.

몇 걸음을 더 걷다가, 그 사람은 손가락을 튕겼다.

손가락을 튕기자, 놀랍게도 손가락을 튕긴 그 장소에서 마이크가 새로 생겨났다.

튕기는 소리와 함께 마이크가 나타나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더욱 큰 함성을 질렀다.

“이번 홀로그램 공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홀로그램 공연일텐데,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만들어낸 마이크는 실제 마이크와 똑같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공연을 시작한지 어느덧 30회가 넘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매우 작은 공연으로 시작했지만,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공연에 비하면 많이 작은 편이지만, 이렇게까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게 정말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감사를 표시하는 그 사람에게, 사람들은 그 사람에 맞춰 박수와 환호를 지었다.

만일 그 사람들의 표정이 보인다면, 놀라움과 함께 기쁨에 가득 찬 표정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전과 크게 다른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공연을 위해서, 매일매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그 노력이 오늘 공연에 잘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던 도중,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 아이들 몇 명이 큰 목소리로 그 마이크 진짜에요 ?! 라며 큰 소리를 지르며 무대 위에 서있는 사람한테 물었다.

“네, 방금 굉장히 재미있는 질문이 갑작스럽게 들어왔는데요. 이 공연은 홀로그램 공연이지만, 이 마이크만은 진짜 마이크입니다.”

그 사람이 진짜 마이크임을 증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탁탁쳤을 때, 울려 퍼지는 소리가 실제와 똑같아서 실제임을 확인한 순간 사람들은 놀라움과 박수를 보냈다.

표정이 보인다면 하나같이 놀란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제가 마이크를 만들어낸 것도 색다롭고 많이 발전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선보였을 때 열정적인 반응에 저도 놀랐습니다. 저희로써는 영광일 뿐입니다.”

가볍게 웃으며 감사를 표시하자, 그에 맞춰 웃음이 공연장 내부를 가득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울려 퍼졌다.

반응을 보니 오랫동안 출연한 사람인 것 같았다. 오랫동안 출연했으니 저렇게 사랑받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 노력에는 저도 있었습니다.”

공연장 전체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리더니, 빨간색 고리는 공중에서 구멍이 뚫린 것 같이 변했고 그곳에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한 여성이 뛰어내렸다.

마치 마법 같은 광경에 사람들은 환호를 질렀다.

공간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갑자기 나타나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하나하나가 놀라울지도 모르겠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보조 진행자를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여자가 인사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것 같았다.

“오늘 공연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잘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로써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열심히 준비했으니, 분명히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진행자로 보이는 두 사람은 서로 가볍게 대화를 하면서, 주의사항이나 유의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같이 보실까요?”

남자가 허공에서 손을 올렸다가 확 내렸더니, 그 움직임을 따라 위쪽에서 설명판 같은 것이 내려왔다.

“원할한 공연을 위해서, 조금 귀찮더라도 협조 부탁 드립니다.”

“공연 중에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그리고 전화를 받는다거나 사진 촬영 같은 행위들은 자제해주세요.”

“또한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눈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 또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가면서, 설명판을 가르키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한편 설명판에는 문장이랑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실물로 보이지만, 저건 홀로그램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물로 보이니, 사람들은 얼마나 놀랄까라며 문득 생각했다.

설명도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는데, 예전에 한 사람이 전부 말하는 것보다는 저런 것이 효과가 좋다고 들은 적이 있다.

“주의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설명이 조금 길어졌지만, 그리 어렵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할한 공연 진행을 위해서 아까 말한 것들을 유의해주세요.”

설명이 끝난 뒤에, 남자가 이번에는 설명판을 실제로 있는 것처럼 잡은 뒤 위쪽으로 올렸는데, 그 모습에도 사람들은 한 번 더 놀랐다.

처음 관람하면, 하나하나가 신비한 것들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공연이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홀로그램 공연을 관람할 준비되셨나요?”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관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나가 된 것처럼 “네 !!!” 라며 소리를 질렀다.

“뜨거운 환호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이제 공연이 시작됩니다 !”

“와아 ~”

공연장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공연 안내에 사용한 홀로그램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물로 보여서 놀랐는데, 본격적인 공연에는 어떤 것이 나올까?

하나하나 구별할 수도 없이 실물로 보이는 홀로그램 공연. 계획을 바꿔 홀로그램 공연을 관람하기로 했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 무언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아빠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완전히 어두워진 공연장에서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지금까지의 공연은 30회가 넘었다고 했는데, 전과 크게 다른 공연을 선보인다고 하니 특별한 주제나 장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비슷한 것이나 같은 공연을 여러 번 하는 것 정도는 했겠지만, 여러 번 하면 전과는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추구하는 공연인 듯 했다.

이 공연은 처음 보는데, 그 전까지는 어떤 공연을 했을까하고 생각했던 그 때, 어두워졌던 공연장 무대에 원 모양의 빛이 비춰졌다.

단독 주인공을 소개하는 듯한 원으로 보였지만, 조명으로 보이는 물건은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도 본 적이 없다. 저것도 홀로그램일까?

홀로그램으로 저런 조명과 같은 효과를 손쉽게 낼 수도 있는 걸까?

빛이 계속 비춰지더니, 어디선가 뚜벅뚜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술 공연에 잘 오셨습니다.”

뚜벅뚜벅하는 소리와 함께 관객을 환영하는 말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근데 소리가 들리는 방향이 앞이 아니였다.

분명 앞에 있는 무대가 보이는데, 뚜벅거리는 소리는 그쪽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많이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대 앞에 빛이 비춰져 있는데 먼 뒤쪽으로부터 소리가 들리는 걸까라며.”

뒤쪽으로부터 들려온다면, 대체 어디서부터 걸어오고 있는 걸까?

뒤쪽에도 무대장이 있을까 하며 뒤돌아본 순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무대로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전 여기에 있습니다.”

그 남자가 있는 곳에 빛이 비춰지고, 그 소리와 함께 놀란 목소리와 함께 감탄사가 쏟아졌다.

매우 가까운 위치라서, 어느 정도 남자가 잘 보이지만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분명 공연 시작 전까지는 허공만 있었던 곳이 이번에는 공연장으로 쭉 연결된 길로 변해있었다.

“마술 가게는 이전보다 훨씬 진보했기에, 이런 마법과 같은 일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가능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요.”

남자는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무대장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뚜벅뚜벅거리는 소리가 앞에 있는 무대장까지 계속 이어졌다. 

남자가 앞쪽 무대장에 비춰진 빛에 섰을 때, 방금까지 있었던 길이 빛을 내며 사라지고 남자는 가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마술 공연을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본 관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놀라움으로 가득한 박수를 보냈다.

남자가 인사를 했을 때 눈치챘지만,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저는 이 마술 공연에서 제가 이루어낸 것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기존 마술과는 다른, 색다른 마술을 기대해주세요.”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어떤 것을 보여줄까라며 눈여겨 보았다. 마술은 눈 속임을 이용한 것들을 말한다고 했다. 그런 것과 다른 색다른 마술이라면, 대체 어떤걸 의미할까?

“우선 가볍게 시작할 겸, 긴장을 풀기 위해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남자는 옷 주머니로부터 하얀 장갑을 끼고, 하얀 구슬을 꺼냈다.

하얀 구슬이지만, 빛에 빛나는 신기한 구슬이었다.

“여기 조명을 좀 더 강하게.”

말을 한 것과 동시에 남자를 비추는 빛이 더욱 강해졌다.

“이 구슬은 하얗지만, 여기에 비추는 빛에 따라 반짝반짝 거리며 빛납니다. 멀리서도 잘 보일 정도로 선명합니다. 잘 보이나요?”

반짝거리며 빛나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남자가 하얀 장갑을 낀 채 하얀 구슬을 손으로 잡으며 보여주었다.

“보통 하얀 장갑과 하얀 구슬을 보면 손을 한 번 쥐면 구슬이 이동해서 다른 손에 구슬이 쥐어져 있는 마술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죠?”

내가 어떻게 생각할지 궤뚫린 건지, 사람들은 가볍게 웃었다.

마술은 모든걸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보는 사람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허점을 이용해서 상상도 못한 결과를 이끌어낸다.

완전히 밀폐된 유리 상자 내부를 멀리서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안의 물체를 세우거나, 접거나 하는 등.

“제가 어떤 마술을 할건지는 벌써부터 말하면 모두 눈치채실 것 같으니, 아무 말 없이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 마술은 가볍게 하는 거니까요.”

남자가 가볍게 웃으며 관객들에게 답하자, 관객들도 남자에게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갑자기 남자가 하얀 장갑으로 구슬을 쥔 채, 힘을 주어 손에 쥐고 있는 하얀 구슬을 박살냈다.

작은 구슬에 비해 소리가 매우 큰지라, 어떤 기술을 써서 멀리까지 들릴 수 있게 소리의 크기를 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얀 장갑을 다시 펼치며, 부숴진 하얀 구슬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말했다.

“제가 빛나는 하얀 구슬을 고른 이유는 만에 하나 있을 법한 속임수를 모두 차단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빛나지 않으면 분명 손을 움켜쥐었을 때 무슨 속임수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렇죠? 요즘 시대에는 마술이 꽤나 잘 알려져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생각을 연속해서 찌르는 발언에, 사람들은 이번에도 가볍게 웃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나름대로 속임수의 비밀들이 모두 부숴지는 것을 분명히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빛나는 부숴진 구슬을 보면 이렇게 대답하실 겁니다. 저렇게 대놓고 보여주는데 대체 어떤 마술을 보여주는 걸까? 라며.”

이번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기에 사람들의 정곡이 찔렸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런 것도 분명히 생각하고 있었기에 대답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너무 기대감을 키워서 죄송합니다. 말로 말하면 어떤 마술을 할지 곧바로 알겠지만, 이 마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흥미롭게 지켜봐서 남자는 당황한 건지, 사과를 하며 관객들에게 설명을 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요? 라며 남자는 말했고, 남자가 말한 순간 한 손에 움켜쥐었던 하얀 구슬 조각을 전부 떨어뜨리는 것과 동시에 다른 한쪽 손을 펼쳤는데, 놀랍게도 하얀 구슬 조각은 다른 한쪽 손을 향해 하나도 빠짐없이 움직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한쪽에 아까와 같은 빛나는 하얀 구슬이 있었다.

빛나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듯이, 다른 손으로 잡으며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환호와 비명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사실 이렇게 간단한 마술인데, 너무 깊게 생각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원래 가볍게 시작하기 위해 준비한 건데, 이렇게까지 흥미롭게 지켜보실 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 공연을 관람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공연은 생각보다 매우 길지 않습니다. 저희들도 관람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최대한 길게 하려고 했으나,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가 이 공연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남자가 뜻밖의 말을 하자, 사람들은 괜찮다는 말을 박수로 표현한 건지 남자를 향해 다 함께 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준비한 것을 잘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 후 박수와 환호가 계속해서 이어져서, 공연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가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기억에 남은 건, 홀로그램 공연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것이라는 것.

마지막 공연 때였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관람해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 사고가 발생한 건지, 아니면 공연 계획상에 있던 건지, 여자 진행자 한 명이 실수로 남자 진행자로 넘어졌는데, 남자 진행자가 같이 넘어지는 건 보이지도 않고, 여자 진행자만 넘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걸 목격한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놀랐다. 남자 진행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다는 건, 진행자 본인 또한 홀로그램이라는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자 진행자는 말했다.

“원래는 공연 어느 때에 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해야 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서 공연 마지막에 실수로 발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남자 진행자에게 본인도 홀로그램이냐고 물어봤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여기에 있는 전 홀로그램이 맞지만, 저 본인은 홀로그램이 아닙니다. 실존하는 인물이죠.”

거기에 이어, 아까 했던 마술 공연자는 누구인지, 그 마술 공연자도 홀로그램이었냐고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남자 진행자는 흥미를 돋보이듯이 말했다.

“글쎄요. 거기까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홀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면 홀로그램인 거고,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사람인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웃으며 말하니, 사람들은 아쉽다는 듯 탄식을 자아냈다.

왜 가면을 썼는지 아시겠죠? 라며 여자 진행자가 일어나고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그 후, 여자 진행자가 본인도 홀로그램이었다고 고백한 후 사람들의 극찬 속에 공연이 막을 내렸다.

진행자 두 명은 처음부터 홀로그램이었지만, 마술 공연자는 홀로그램인지 아닌지 결국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처음 시작했을 때 보인 두 명이 홀로그램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이크를 만들어낸 것이나, 소리가 실물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교했지만, 설마 그걸 시행한 사람 본인도 홀로그램일 줄은 몰랐다.

공연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이니까 만지는 것도, 소리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저 똑같이 홀로그램에 씌우면 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만큼 정교한 물건이 만들어진다.

바깥으로 나오면 아까 공연을 관람했던 사람들이 앉아서 음료수 같은 것을 마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응을 들어보면, ‘저게 홀로그램이었어? 믿겨지지가 않아.’, ‘이런 규모의 공연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오랫동안 시간을 썼을까?’ 라는 것 등등.

대체적으로 이번 홀로그램 공연은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반응을 관찰한 후, 공연장에서 나오고 시간을 봤지만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기에 길을 더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홀로그램 공연을 봤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을 더 할 수는 있지만, 일단은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다른 걸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아까와 같이 걸어보면 무언가 새로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걸어보는 거지만, 아무리 걸어봐도 특별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광고판이 보이고,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에, 분수대나 꽃들이 있는 거리나 여러가지 장식품들.

걸을 때 마다 이런 것들이 보였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노이즈가 낀 것으로만 보인다.

어렸을 때에는 이런 것들을 보고 절규했던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을 했다’ 라는 것만 남아있고, 구체적인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시스템 로그 같은 단순한 것만이 남아, 신기하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노이즈가 낀 것들을 보고도 옛날과 달리 이제는 특별히 느껴지는 것이 없어졌다.

옛날 기억은 희미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원인에는 결과가 있다. 이 말은 매우 유명한 말이라 나도 알고 있다.

그러기에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음이 분명할텐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을 반복할 때, 옆쪽에는 강이 있고 강 너머로 불빛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밤이 되면 낮에는 보이지도 않던 불빛 장식물이 보인다. 이것 때문에 밤에만 돌아다니는 사람 또한 많다고 할 정도인데,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낮에는 햇빛이 겹쳐 보이는 광경이지만, 밤에는 어두운 하늘과 불빛이 겹쳐서 보인다.

대체로 밤의 광경이 훨씬 아름답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나와 달리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볼 수 있기에,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세세한 것이 안 보이고, 불빛만이 보인다.

불빛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온전히 보이면 좋겠건만 다른 물체와 똑같이 검은색이 아닌 노이즈가 섞여있다.

이렇듯 항상, 괴리감을 매우 심하게 느꼈던 적이 언제일까?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렸을 때에는 이런 것들을 지독할 정도로 겪고 다닌 적이 확실하게 있다.

강 너머로 찬 바람이 불어왔는데, 찬 바람이 시원하다기 보단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분명 언제는 그렇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게 언제인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고.

아까 전, 공연을 할 때 마술 공연자가 이렇게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100% 확실한 것은 아니라며,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냐고 관객들을 통해 공개적으로 물어보면서 마술을 진행했다.

그 마술은, 눈을 속이는 마술이라는 듯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서 여러 번 떠올랐는데, 떠오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 현재 상황하고 마술 공연자가 말한 것을 동시에 생각하니, 맞지 않는 것들만 모아둔 것만 같은 이상한 느낌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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