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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맹인 - 7
게시물ID : readers_322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knk1
추천 : 1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30 20: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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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특정 색깔이 완전히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네. 색약이랑 색맹은 다른 말입니다. 색약은 색을 잘 보지 못하고, 색맹은 특정 색깔을 완전히 보지 못합니다. 모든 색상을 보지 못하면, 그게 전색맹이고요.”

그 책에는 색맹과 색약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저 두 말이 얼핏 보기에는 비슷해 보여서 혼동되는 경우가 꽤 잦으며, 잘못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혼동되는 것과 잘못 사용하는 것을 고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책은 분명 맹인에 관련된 것일 텐데….”

다른 것도 폭넓게 알면 좋다고 색맹이나 색약 같은 걸 넣은 걸까?

거기서는, 색맹과 색약을 모두 합쳐 색각 이상이라고 불렀다.

“색각 이상자의 비율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숫자가 꽤 되는 편입니다. 주위를 보면 약간 드물게 색맹이나 색약인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거군요.”

“앞에서 설명하지 못했지만, 전색맹은 매우 드뭅니다. 평범한 사람이 찾고 싶어도 거의 못 찾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책에서는 다른 내용을 설명하다가 잠시 색각 이상 쪽으로 돌린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 이런 내용을 넣은 것 같았다.

앞서 내가 생각한대로, 폭넓게 알아두면 좋아서 이런 내용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책의 내용과 페이지, 두께를 봤다.

중후반까지 책을 읽었고, 페이지는 240 페이지 정도.
오늘 읽은 분량만 해도 100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

오늘 책은 여기까지 읽기로 정하고, 시간을 보니 오후 2시가 되어있었다.

오전 10시쯤에 도서관에 온 후 시간을 보지 않고 책을 계속 읽었는데 벌써 오후 2시가 될 줄은 몰랐다.

오랫동안 앉아있었는데도 뻐근하지 않아서, 어깨 돌리기와 같은 운동으로 적당히 풀어준 후, 책을 정리한 후 원래 있던 곳으로 두었다.

이 다음에는 뭘 할까?

전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경우가 잦았다. 아침에 나와서 폐장 시간인 오후 9시까지 있던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홀로그램 공연을 본지 정확히 한달 지났다.

병원은, 아빠한테 새로 들은 것에 따르면 1, 2, 3, 4분기로 나눠 가는 것이라고 한다.

1년에 4번 가는 것이 되는데, 전에 한 번 갔으니 다음에 가는 건 몇 개월 이후가 된다.

꾸준히 다니는 건 이걸 의미했다고, 당시에 설명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적당히 읽은 후, 집에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눈 감고 누워있는 생활만을 반복해왔다.

집에서 무언가를 할 것도 없고, 할 수도 없고, 흥미가 없다.
가만히 앉아서 책상을 보고 있으면, 한달 전 마술 공연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있습니까?”

이런 말이 계속 떠오르는 건 어떤 이유라서 그런 걸까?

그 공연을 보고 난 이후로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상한걸 붙여놓은 듯한 기분만 들고, 이유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기분이 뒤집히지는 않고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지만, 그 공연을 본 후에 이 말이 계속 떠오른다는 게 신경 쓰였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계속 이대로 겪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이유가 뭘까?

예전에는 어떤 것이 있으면 그 이유를 잘 찾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흐릿하고 애매해지며, 말을 못하기도 한다.

이유를 알 수 없고 길이 양쪽에서 틀어 막히는 것 같은 기분만이 강하게 들었다.

불편하다거나, 힘이 든다거나 하는 것도 없지만 역시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서고에서 나와 잠시 복도를 걷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하나하나 없어지더니 나중에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복도를 쭉 걸으면, 오디오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왔다.

점자 책은 다 읽었으니, 이제는 오디오 책으로 보자고 결정한 후 들어갔다.

들어왔지만 어떤 책을 읽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오디오 책 서고는 물질적인 책이 있는 곳과 다르게, 들어갈 때 입력 코드를 발급 받은 후 그 코드를 입력해 자유롭게 오디오 책을 읽을 수 있다.

오로지 독자가 편히 읽을 수 있는 시설과 도움센터만 있지, 책장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빈 공간은 없고 오디오 책 서고 나름 풍부하게 차있는 편인데, 어렸을 적 무수히 많은 책을 보고 뭘 읽어야 할지 해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도 아니고 그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때랑 똑같았다.

일단은 편히 앉았다. 편히 앉았지만 뭘 위해서 앉은 걸까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목에 걸친 장치를 이용해 들으면 언제라도 오디오 책을 볼 수 있는데,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

생각을 하자면 할 수 있지만, 내버려두면 천천히 사라지더니,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찾아보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을 수 없게 된다.

일단은 오디오 책 서고를 지나, 도서관 바깥으로 나왔다.

계속 도서관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보다는 집에 가서 잠을 자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 내부는 창문 쪽으로부터 햇빛이 들어와 은은하게 밝았다.

발걸음을 옮겨 내 방으로 가도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있어서 밝았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나고 눈 감고 싶은 기분을 누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보니 자기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밝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3시 20분으로 되어있었다.

집안을 둘러다 봤지만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이 쉬는 날이 아니면 아무리 빨리 들어와도 5시 정도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잠을 자고 일어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처럼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천천히 사라지는 건 없었다.

어떤 것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건 똑같아서 뭔지 알 수 없지만, 생각이 사라지는 게 없어지니 좋은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 난지 얼마 안된 탓인지, 전체적으로 멍한 게 있었다.

아직은 시간이 10시간 넘게 남아있으니, 무엇을 하든 간에 시간은 충분하게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꽤 된 것 같은데, 미래에 대한 것이라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많이 읽으면 미래가 좋아지는 걸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져 있지 않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도 백지인 상태이다.

아빠가 전에 말했다.

“미래에 무엇을 할건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엇이라도 해보는 게 좋아.”

무엇이라도 수없이 많이 해나가면서,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라고 아빠는 말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홀로그램 공연을 보고 관찰하면 무엇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얻은 것이라고 할 게 없다.

이것도 미래와는 무관한 것인데, 시간을 낭비한 걸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흥미를 강조했지만 나에게는 흥미가 거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영화를 좋아하거나, 음악을 좋아하거나 하는데 나한테는 그런게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멀리서 관찰하고 있으면 왜 저런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까지 한다.

책을 읽는 것에는 관심이 조금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해결책을 찾거나 하는 등.

하지만 그 내용도 대부분 맹인 쪽으로 집중되어있지, 그 밖의 것은 잠깐 읽어보다가 덮어버리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몇 달 전부터 여러 책을 읽었지만 대부분 맹인 쪽이다.

생각을 잠깐 바꿔보았다. 나는 맹인 쪽에 관심이 있는 걸까?

흥미를 가지고 읽기는 하지만, 무언가 목적의식 같은 건 없었다.

맹인이라는 것이 나한테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있기에, 자연스레 손이 가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덧 밖을 둘러다 보면, 해가 지고 있어 집안이 점차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는 어두운 곳이 낫지 않을까라고 문득 생각했다.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 먼 옛날의 기억이 있다.

기억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하나만큼은 알고 있었다.

이 상태가 악화되어서 점차 보이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완전히 시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떠올랐던 날, 시력을 잃기 싫다고 절규하듯이 울어버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울었는지,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차 모르지만 그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하나 더 떠올랐다. 부모님은 분명 의사로부터 이 이상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고 들었다.

예측조차 못한다는 건데, 그러면 언제든지 완전히 시력을 상실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든지 시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미래에 대한 것과 흥미를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기는 한 걸까?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 노이즈가 낀 상태로도 많은 것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많은 것들이 제약되는데, 완전히 잃어버리면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두 번 다시 세상을 볼 수 없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는 오늘은 집에 못 들어갈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어요?”

“일 관련 때문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야. 빨라 봤자 내일 오후에 들어올 것 같은데…..”

“전 괜찮아요.”

“그래, 밥은 집에 있는 현금으로 사먹거나 집에 있는 걸로 먹고.”

“네.”

“조심해서 지내고.”

일 때문에 오늘은 집에 들어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비관적으로 생각을 끝낸 후, 일단은 집안 정리 같은 것을 하기로 했다.

시대가 발전해 요즘은 사람이 손을 안 쓰더라도 기계가 대부분 처리해주지만, 부모님은 손으로 처리하는걸 선호해 집에는 청소 로봇 같은 것이 아예 없다.

나는 둘 중 어떤 것이든 좋지만 집안에 있는 건 빗자루 같은 것들이라서 그런 것들을 쓰면서 정리했다.

집에는 정리할게 많지 않다. 조금만 정리하면 금방 정돈된 모습이 나오기에 시간을 많이 쓴 적이 없다.

집안 정리를 끝낸 후, 집에는 혼자 있고 배도 고프지만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는 바깥에서 먹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해보지도 않았던 산책을 해보면 좋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새로 시작했다.

바깥으로 나가 길거리를 걸으면, 한달 전 걸었던 광경과는 다르게 보였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으로 가본 것도 있겠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맑은 하늘이 기다린다고 했다.

아까 최악에 가까울 정도로 비관적인 생각을 끝마쳤는데, 이게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하고 추측했다.

현재 상황이 저 말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닮았다고 느꼈다.

“집으로부터 몇 km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다만, 몇 km 정도 떨어져있는 곳으로 나왔는데 이걸 산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 산책이라고 하면 가까운 거리를 걷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걸어다니는 걸 산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소리 없는 전차에서 내려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을 보았다.

계단이 있다. 계단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 길거리 전체에 계단이 지어져 있다.

계단이 멈추면 어두운 블록으로 장식된 길이 이어지고, 계속 이어지다가 지형에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길이 쭉 이어지거나 했다.

일단 무조건 멀리 나왔지만 이런 곳이 있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계단에서 내려가고, 쭉 이어진 길을 걸으면 계단으로 이어진 길에서 갈라져 음식점이나 오디오 기기 판매점으로 갈리거나 하는 것들이 있었다.

길을 계속 걸으면, 계단길과 건물 하나하나가 기하학적인 모습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생긴 곳은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매우 유명한 관광지 겸 판매소 같았다.

판매소 말고 다른 것도 많을지도 모르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제일 많이 보이는 게 판매소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매우 많았는데,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걸지도 모른다.

“일단 밥부터 먹어두자….”

멀리 나오기는 했지만 산책하러 나온 건 맞다. 하지만 바깥에서 밥 먹으러 온 것 또한 있었기에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지형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계단길을 계속 걸으면, 음식을 파는 거리가 나왔다.

거리로 들어가면 전부다 먹거리였는데, 너무 많아서 끝도 안 보일 정도로 거대했다.

여기는 모든 음식을 파는 것 같으니, 여기서 밥을 먹고 산책을 하기로 결정했다.

거리로 들어서기 전에도 음식 향이 났지만, 거리로 들어서자마자 향이 강하게 났다.

어떤 음식을 먹든 간에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향이 강한 음식들이 많았다.

물론 겉모습도 먹음직스러워서, 그런 생각을 한층 더해갔다.
“여기 맛있는 음식 팝니다 ~ ! 가격 싸게 해드립니다 !”

“이 거리 대표적 먹거리 드시고 가세요 ~”

주위로부터 끝도 없는 가게 광고가 들려왔다. 그 끝도 없는 광고에 휘말려서 무엇을 먹을까 하나하나 관찰하는 사람, 향과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이끌려온 사람까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쓸 생각은 없었기에, 아무 거라도 좋으니 먹고 가기로 했다.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는 않는다. 어떤걸 먹을까?

멀리 나오느라 시간이 많이 늦어지기도 했으니, 많이 간단하면서 맛있는걸 찾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

끝없이 이어지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걸 찾았는데, 그 가게에는 닭고기와 채소, 과일이 꽂힌 꼬치부터 시작해 돼지고기 등등 수많은 것을 파는 가게였다.

이 거리에는 인기가 없는 가게가 없어서 어딜 가든 사람이 가득했는데, 여기는 다른 곳에 비해서 사람이 많았다. 다들 꼬치를 좋아하는 걸까?

엄청 큰 도시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걸 선호할지도 모른다.

“닭고기 꼬치와 돼지고기 꼬치 7개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꼬치는 만드는 방법부터 매우 간단해, 긴 막대기 같은 것에 재료를 꽂은 뒤 화로에 올리고 기계가 자동적으로 돌려주는걸 좀 기다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성됐다.

“여기 주문하신 꼬치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술도 드실 건가요?”

“술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이로는 성인이기에 술을 마셔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았기에 마시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면 제대로 산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꼬치를 집어서 먹어봤지만, 역시 먹음직스럽다.

가리는 것 없이 모든걸 잘 먹기에 특별한 감상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맛집 같은 곳에 가면 매우 맛있다,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라는 말을 한다고 하지만 내가 먹으면 하나같이 전부 맛있다라는 감상만 할 뿐이다.

특별한 감상은 없지만,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먹거리를 나오면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현재 시간은 8시 30분. 먹는 것 자체는 몇 십 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도착한 시간 때문인지, 시간이 많이 늦어진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만 1시간정도 걸린 것 같았는데, 속도가 매우 빠른 열차로도 1시간정도 걸린 거면 얼마나 멀리 온 걸까?

대략 몇 km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열차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리고 1시간이 걸렸다. 이 둘을 합하니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옛날에 비해 전차는 속도가 매우 빨라져서,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들어본 적이 있다.

“.....”

그래도 일단 산책하러 왔다. 거리로는 너무 멀리 왔을지는 몰라도, 시간은 1시간정도 밖에 안 된다.

일단은 계단길을 계속해서 걸어보기로 했다.

“이 마을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어폰 같은 전자기기를 작동시키고, 휴대전화와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하면, 기계가 내 음성을 인식해 정보를 찾아준다.

이어폰 같은 건 만일에 대비해 들고 온 것이지만, 밤인데도 주위가 매우 시끄럽고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도 해서 정말 다행으로 여겼다.

「마을의 이름은 화룡 거리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관광지이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검은색의 아름다운 계단길, 그 계단길을 따라 기하학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큰 호평을 받는 도시입니다.」

“규모는 어느 정도로 돼?”

「이 마을의 총 크기는 200km2로, 매우 큽니다. 무엇보다 이런 계단길과 건물이 모든 지역에 있습니다. 관광 도시지만 주거지도 매우 많아 150만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200km2면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큰 거리임을 의미했다.

무엇보다, 이런 계단길이 도시 전역에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려준대로라면, 걸어도 걸어도 계단길은 끝없이 이어지며, 이 도시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 될 것이다.

산책을 목적으로 나온 것이지만, 너무 큰 곳에 온 것 같다.

이 정도면 산책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여행이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까?

밤새도록 걸어도 계단길은 계속 이어질 정도로 엄청나게 길지만, 이 길 자체가 산책에 매우 좋은 길이기도 하니 일단은 계속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저것 좀 봐 ! 동그란 호수 같은 게 그대로 있어 !”

길을 걸어가던 남자와 여자가 멀리 보이는 원 모양의 호수를 보고 감탄사를 냈다.

“저런 건 요즘 보기 매우 어려운데….. 저런 것이 남아있었구나.”

그 여자는, 환경은 매우 좋지만 저런 곳은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드물어서 찾기도 어려운데 관광 도시인 여기에는 완전히 보존되어있으니 굉장하게 느끼는 모양이다.

밤이 되었지만 계단길은 하나도 어둡지 않았는데, 어두운 주위와는 별개로 계단길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주변이 어두워도 어느 정도는 잘 보인다고 할 정도였다.

주변이 이런 것도 있지만, 계단길 자체에 매우 약한 발광 기능이 있는 것 같다.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약하게 발광하면서 계단길을 눈에 꽤 잘 보이게 밝혀준다.

노이즈가 껴서 잘 안 보이지만, 나도 잘 보이는걸 보면 구상을 잘 해둔 것 같다.

길을 계속 걸어가면, 불이 꺼진 기하학적인 건물이 계단길과 잘 어울리게 배치되어있는 모습이 하나 둘씩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다시 생기기 시작할 때, 밝기는 점차 밝아져서 처음 열차에서 내렸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다른 지역에 온 것 같은데, 전에 있던 곳과는 완전히 단절된 곳이 아닌 것 같았다.

단순히 거리만 조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조금 더 걸아가서 들어가보면, 기하학적인 건물이 있는 건 같지만 여기에는 다른 건축물이 달려있었다.

옛날에나 볼 법한 나무로 된 목재 시계, 멀리 보이는 거리의 중심으로부터 솟아오른 탑 같은 것이 있었다.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는걸까?

걸은 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닐 텐데, 이번엔 다른 풍경이 나왔다.

운이 좋아서 조금만 걸았는데도 다른 풍경이 있는 거리가 나왔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 도시는 매우 크기도 하니, 비슷한 지역 하나하나가 매우 클지도 모른다.

방향을 조금 다르게 걸어보면 아까 봤던 원모양의 호수는 보이지 않고, 기하학적인 건물과 어울리게 있는 계단길이 끝도 없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계속 걷는 것에 빠져 시간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현재 시간은 오후 10시 30분이 되어있었다.

2시간 정도를 쉬지도 않고 걸은 것인데, 힘들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만큼 푹 빠져있는 상태에서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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