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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서 누들클럽 2
게시물ID : readers_32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신사k
추천 : 1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9/13 11:27:43

 

계둔에서 나고 자란 53살의 주봉문(周鳳們)은 가방끈은 짧았지만 속이 깊었고 심성이 여려 무던하고 착하다는 항간의 풍문이 있었다.


읍내의 농기계공장에서 큰고모의 첫째 아들인 또래 외사촌 부사장의 운전기사 겸 비서겸 부사장 전용 심부름꾼이자 잡부를 8년간이나 하다가 평소부터 무작스럽게 공장의 사원들이나 거래처사람들이나 만만해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람취급인지 개취급인지 삿대질, 주먹질, 발길질도 보통 있는 일로 삐뚤어진 심성을 예사롭게 드러내곤 했던 부사장과 주먹다짐을 심하게 - 실상은 일방적으로 쥐어터지고 - 하고난 뒤 반강제적으로 퇴사하고 말았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라고 외사촌씩이나 되는 오랜세월 같이 보고 자란 녀석의 밑에서 8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마음을 다쳐가며 쥐꼬리만한 월급에, 말도 안되는 부당한 퇴직금을 생각하자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16파운드 볼링공이 내려가지못하고 어디쯤의 장기에 걸려 빙글빙글 돌고 있는처럼 답답하고 무겁기가 이루 말할수 없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다시는 그런 상종할수 없는 극단적 이기주의성향의 천하의 썩을놈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속이 시원한 일이기도 했다.


지금껏 평생 해온일이라는게 자동차운수서비스업뿐이었기에 봉문이 다른일을 찾을 선택의 폭은 아주 좁았다. 게다가 나이도 어중간해서 딱 아파트경비원이 제격이었는데 경비원이라고 자리가 쉬운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계둔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자동차로 40분거리에 있었다.


무던하고 성실하고 심성이 여렸던 주봉문은 일이 없다고 마냥 놀수는 없었다.


농번기에는 얼굴이 새까맣게 타도록 남의 농사일도 하며 일당을 벌고 또 어떤날은 멸치잡이 통통배도 타가며 소일했었는데, 어느 날좋은 푸르른 날 오전부터 배를 타고 나가 푸르른 바다에 그물을 내리는 작업중에 그만 바다속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길고 긴 그물에 발이 걸려 함께 바다속으로 쳐박히고 말았다.


주봉문은 아차! 싶었고 빠른 물결을 따라 포말속으로 그물과 함께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낀 1초후에는 이거 참 큰일났구나 싶었다.


그리고 비명을 질러야 했는데 왠지 어색해서 소리가 나오질 않았고 이대로 별일 아닌것처럼 누군가 손을 뻗어 구해줄수 있을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짠물을 코로 한사발 들이키고 나서는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저 멀어져가는 물위의 아른아른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배의 엔진이 꺼지고 선장이 뛰쳐나와 화가 엄청나게 난 표정으로 꽥꽥 소리를 지르고 봉문은 거꾸로 쳐박혀 그물과 함께 물에 가라앉고 ....,있었다.

 

바다를 보며 자란 인생이었다.


바다에서 수영을 배웠고 바다에서 나고 자란것 들을 먹으며 성장했었다.


바다는 언제나 심심했고 별다를게 없어서 지겹기도 했다.


하지만 바다를 떠나서 살아본 젊은 시절의 수년간은 그 눈앞의 심심하고 고요하고 넓은 바다가 너무 그리웠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심심한 바다에서 심각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서 놀랍고 당황스러워 그렇지, 그다지 고통은 없었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건 그냥 견딜만한 것이었고, 정작 온몸을 감싸안는것은 의외의 편안함이었다.


숨이 끊어질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아도 이런 상태라면 큰 문제없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 끝의 순간을 견뎌낼수 있을것 같았다.


눈을 뜨고 바닷물을 마시기도 몇 번해봤는데 , 더 이상은 배가 불러서 마시지 못하겠어서 그냥 조용히 입을 벌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가라앉고 있는것인지 떠오르고 있는것인지, 눈을 감고 있는것인지 눈을 뜨고 있는것인지

의식이 있는 것인지 의식이 없는것인지,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것인지 기억이 더욱 또렷해지고 있는지 아침에 먹었던 홍합을 넣은 미역국과 커다란 생선구이 한토막이 눈앞에 떠올랐고,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여보 내가 미안하오.


 서울에 올라가 있는 첫째녀석 회사는 잘 다니고 있는지? 전화도 한통없는 야속한 녀석.

내가 너를 대학보낸다고 얼마나 고생고생을 했는데 니 녀석이 그럴수 있냐?

 

아들아. 아버지가 미안하다.

 

강원도에 있는 둘째딸은 남편이 군인이라 앞으로도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할 것이라고 아내와 재잘재잘재잘 . 오랜만에 집에 왔으면 아버지와도 이야기좀 하고 재잘대면 좋겠구만 , 그저 아내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하루 종일 같이 붙어서 재잘재잘.

 

나의 이쁜 딸아. 아버지가 미안하다.

 

사위를 처음 봤을때부터 탐탁치 않았던 것은 생긴게 딱 너구리상이었다.

능글능글한 너구리상이 어느 누가 봐도 좋아보일리 없다.


첫인상이 안좋았던 그 놈이 그냥 지금도 싫다.


중사월급 뻔하것은 알지만 일년에 한번 올때마다 군납마크 찍힌 캔맥주 한박스를 들고 오는것도 맘에 안든다.

군납맥주는 맛이 없다구! 너나 많이 처먹어라.


우리 이쁜 딸이 왜 이런 너구리를 만났을까?

 

너구리야. 그래 내가 미안하다.

 

점점 빠르게 많은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지나간다 해도 기억들은 점점 더 생생해진다.

초등학생의 봉문은 비를 맞고 다니기를 좋아했다.


우비를 입고 일부러 비를 맞고 다니는 내가 보인다. 우비모자위로 후드드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좋았다.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왔다. 월남전에 다녀와 제대한 이후로 시장에서 리어카를 놓고 순대장사를 한 아버지는 매일저녁 팔다남은 순대와 소주를 드셨다.


술을 드시면 내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아버지의 술냄새나는 미소.

공부열심히 하고 그래도 건강이 최고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태권도도 배우고 싶으면 내일부터 당장 도장에 다녀라.

그리고 엄마를 팼다. 코피가 나서 엉엉엉 흑흑흑 울고 있는 엄마.


엄마는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곧이어 순대를 엄마의 이마에 명중시킨 아버지.

 

-아 뭐야 이거 ....,

 

갑자기 주위가 흐려진다.

그리고 점점 또렷해지는 것은 가운데의 하얀선이다.

그 선은 점점 번져가서 점점 두꺼워진다.

그리고 계속 번져가며 커다래진 빛이 두근 두근 발광을 한다.


흡사 심장이 뛰는 것처럼 밝은 빛이 엄청나게 더 밝아졌다가 살짝 소멸하는 듯하다가 다시 눈부시게 밝아지다가 했는데 그것 참 신비로운 찬란한 태초의 빛 같았다.

이때쯤 주봉문은 이제 가는구나 하고 저절로 알게되었다.


마음은 더욱 편안해지고 정신은 흐릿해지면서 위내시경직전 우유빛 주사을 맞은듯 살짝 기분이 들뜸을 느꼈다.

 

-이제 2-3초후면 언제 의식이 있었냐는 듯이 의식자체가 없어지겠지.

생각해보면 좋은것보다는 속상한게 많았던 고단한 인생이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썩 나쁘지는 않았어. 성실하다는 소리 들으면서 욕안먹고 지긋하게 살아왔잖아. 그럼 된거지 뭐.


뭐 달리 할말은 없고 모두들 안녕히 잘 있고 건강들 해.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라구.

이제 나는 졸려서 이만.....,

 

입에서 공기가 나온다. 뽀글 뽀글 뽀글

 

-마지막 숨인가?

 

입에서 나온 공기방울이 하얀빛과 만나 합쳐지더니 빛이 더욱 크게 발광을 해 점점 커져 무슨 형상처럼 변해갔다.

 

-어라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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