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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서 누들클럽 3
게시물ID : readers_323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신사k
추천 : 1
조회수 : 21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9/14 12:37:09

뽈록 뽈록 뽈록 하얀 공기방울인지 빛인지 헷갈리는 그것에서 머리같이 생긴것이 보이더니 뽈록 뽈록 툭 튀어나왔고 팔다리같은게 보이더니 뽈록 뽈록 툭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어주는 거대한 몸통이 보였다.

순백색의 하얀 빛으로 된 형체가 눈앞에서 점점 또렷해졌다.

그건 아무리 봐도 사람의 형체가 아니었는데 주봉문은 처음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혹시 공룡인가?

 

하얀 피부를 가진 공룡같이 생긴 그것은 누가봐도 공룡이었다.

쥬라기 후기에서 백악기초기까지 지구에서 활동했던 약25m 크기에 50톤정도는 너끈히 나갈 거대한 몸집에, 기린처럼 목이 길게 뻗은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르스였다, 하지만 우리 주봉문씨가 그 따위걸 알 리가 없다.

그에게는 그냥 공룡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하얗고 무섭지 않은 좀 순하게 생긴 공룡!

 

-근데 도대체 공룡이 지금 이 시점에 왜?

 

하얀 공룡이 그 긴 목을 내려 주봉문을 보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거리고 눈을 껌벅거렸다. 그리고는 입을 벌려 길고 긴 하품을 했다.

기나긴 만겁(萬劫)의 시간을 벗어던지는 듯한 가늘고 긴 하품은 그렇게 몇분이나 지속되었다.

 

-뭐.....뭐....야!?

 

공룡은 주봉문의 존재를 실눈으로 확인하였고 하품은 마무리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하품을 마친 공룡은 주봉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긴 모가지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던 공룡은 할 말이 있는데 해도 될지 말지 망설이는 듯 잠시 딴곳을 보는척 하더니 마침내 주봉문에게 고개를 돌려 말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8000만년 전 쯤에 이 동네에 살지않으셨나요? 제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요.”

 

살다살다 이렇게 신선하고 뜬금없는 소리는 처음이다.

길에서 눈이 마주친 처음 보는 사람이 “저 실례지만 수중에 돈이 다 떨어져서 그러는데, 혹시 8000만원만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꼭 갚겠습니다.” 라는 개소리와 별다를게 없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주봉문에게 하얀공룡이 재차 말을 걸었다.

 

“제가 연도는 정확히 모르는데 사람들이 백악기쯤이라고 그러더라구요.”

백악기라는 걸 들은지는 저도 얼마안되서 자세하게는 모르는데 그게 아마 8000만년 전 쯤이래요.“

 

주봉문은 기가 막혔으나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딱 부러지게 한마디 해보기로 작정하고 말을 받아본다.

 

“백악기? 8000만년?......,흠.....,

나는 그딴거 모릅니다. 사람 잘못보신것 같은데요.“

 

꼭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짜증이 난 주봉문은 빤히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붙이고 있는 하얀공룡이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고 딱히 할 말도 없었다.

갑자기 공룡이 나타나 자신에게 말을 붙힌다면 어느 누가 무슨 말을 하리오?

근데 이 공룡은 도대체 무엇인가?

 

“근데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소?” 주봉문이 공룡에게 물었다.

“잠을 자고 있었어요.”

“이 물속에서 말이요?”

 

공룡은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더니 조금전 잠에서 깨어난듯한 바보같이 커다란 눈망울을 눈을 껌벅껌벅 거리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여기는 물속인가요?”

“허허 , 정신없는 친구로구먼. 여기가 그럼 물속이지 땅속이란 말이요?”

“아 제가 지금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안되서 정신이 없어요. 미안해요.”

“아 뭐 미안할것 까지는 없소. 아주 곤히 잔 모양이구만....,”

“근데 그런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죠?”

 

주봉문은 약간 난처하다는 듯 표정으로 입을 실룩거리며 공룡을 쳐다 보았다.

 

“쩝....,나는 멸치잡이배를 타고 나왔는데 그물을 내리는 중에 물에 빠지고 말았소.”

“어이쿠 저런! 어디 다친데는 없으시구요?”

“뭐 좀 놀래기는 했다만 이럴때는 우황청심환좀 개어먹고 하루이틀 푹 쉬다보면 괜찮아질꺼요. 걱정할것도 없어요.강원도 사는 딸이 원방으로 지은 거라며 보내준 청심환이 세 개였는데 두달전에 한 개를 먹고 아주 효과를 제대로 봤거든요. ”

“아....,따님이 참 효녀신가 보네요.”

“뭐 자주 이것 저것 보내주는데 어렸을때부터 아빠 엄마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애가 참 착해요.”

“착한 딸 두셔서 참 좋으시겠습니다.저도 딸이 열아홉명이나 있었는데 다들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열 아홉명이요?........, 열아홉...,살이 아니고?”

“근데요.....! 아까 잠결에 얼핏 들은거 같은데 따님에게 미안하다고.....?

“들으셨소? 끄응....., 사는게 뭔지 이리저리 열심히 산다고 살와왔지만 세상사가 열심히 산다고 다 뜻대로 되는게 아니지 않소? 아들 딸 하나씩 낳아 키우면서 그래도 남들한테 손가락질 안 당하게 성심껏 키웠다오. 애들도 어디 나무랄데없이 잘 커줬구요. 그래도 애비된 마음에 항상 그네들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늙어서 그런지 못해준것도 자꾸 생각나고....,

아까는 그냥 마지막 가는길이다 생각하니 보고 싶기도 하고 후회되는 일도 떠오르고 막상 마지막으로 할말이라는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딱히 떠오르지가 않더이다.”

“음....,다 그런거죠, 뭐 . 저역시 가족들과 헤어질때는 미안한 마음만 한가득 들더라구요. 그런데 아.....! 그럼 당신이 저를 깨운거 같군요.

깊은잠에 빠져 언제부터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게 아주 죽은듯이 자고 있었거든요.

근데 첨벙소리가 나면서 이런 저런 중얼중얼대는 소리가 들리길래 얼핏 눈을 뜨게 되었는데 제 앞에 당신이 있었어요.“

“음...., 내가 잠자는 공룡을 깨우다니 이거 참 영광입ㄴ..,아니 실례하게 됐습니다.”

“실례는 무슨요. 그런데요, 볼수록 어디서 많이 본것 같아서 다시 여쭙는데요, 옛날에 이 동네에 사신적 정말 없었나요?”

“아 그렇지않아도 나도 당신이 낯이 좀 익긴합니다만....., 이 동네 사셨던 분이셨소?”

“저야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지요.”

“예전에 무슨 일을 하셨소?”

“일이요? 저는 일같은거 한 적없습니다. 그냥 평생을 놀고 먹고 자고 사랑하고 그러면서 지냈지요.”

“흠 ....,팔자좋은 분 이였군요. 그래도 젊었을때 부지런히 일을 해야 우리같은 사람들은 먹고살수있어요. 집이 좀 있는 집이라면 당신처럼 유유자적하면서 사는것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하긴 하다만, 근데 그렇게 놀기만 하면 지겹지않소?”

“노는게 지겨운거는 노는방법을 잘 몰라서 그래요. 노는게 얼마나 다양한지 아직 모르시군요. 정말 지겨울 틈없이 놀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잘 수있어요.”

“에이구, 당신같이 팔자편한 분들이나 그렇게 놀고먹고 살수 있지요. 저같이 재물복없이 흙수저들고 박복한 사람은 평생을 뼈빠지게 일만 해오다 이렇게 가나봅니다.”

“오! 이런 ! 이제야 생각났어요. 당신도 우리와 함께 놀러다녔던 거 기억안나세요?”

“예? 제가 당신네들과 놀러다녔다구요?”

“네 당신도 한때 저와 같은 공룡이었거든요.”

주봉문은 눈앞에 있는 공룡이 믿어지지않았고 공룡이 하는 말은 더욱 믿어지지않았다.

-그래 내가 죽었나보구나 아니 죽어가고 있나보구나 그러니 이런 헛것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는 게지.아이구야 내가 죽는다니 아이구 아이구

 

"자자 진정하시구 ~여기보세요."

 

"보긴뭘봐요."


"이제 확실히 생각났어요.당신이 누구였는지...."


공룡은 빙긋 웃음지으며 주봉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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