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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서 누들클럽 5
게시물ID : readers_32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신사k
추천 : 2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9/17 16:05:43

다국적 글로벌기업인 농약회사의 이름과 그 회사가 주력으로 팔고있는 제초제 이름이 꽤 멋있는 폰트로 적혀있는 베이지색 모자를 쓰고 있는 계둔3리의 늙수그렝하고 어딘가 세월의 모든 풍파까지는 아니어도 꽤 험하고 거친 풍파를 겪은듯한 깊게 패인 주름이 자글자글한 이마를 가진 74세의 전신득옹은 언제나 얼굴에 먼지가 내려앉은듯 얼굴이 칙칙했는데, 그 나이에도 음주를 좋아하여 소주한병정도는 글라스 두잔에 끝내버리고는 “어허 좋구나”를 낮게 읆조리곤 했다. 그의 아내되는 할매가 말하길 젊은 시절에는 “어허 좋구나“를 큰소리로 우렁차게 외쳤다고 한다.


그에게는 “어허 좋구나“말고도 또다른 특징이자 특이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꿈해몽을 기가 막히게 해내는것이었다.


그는 모든 꿈들을 해석하였는데 그 앞에서는 바다같은 무의식의 깊은곳에서 잠자고 있던 자아의 갈등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해체되고 발가벗겨져 그의 눈앞에서 놓였다가 적절히 편집되고 간추려져 포장되어서 놓였다.


표면적으로는 꿈의 해몽이었지만 그는 인생의 카운슬러였고 계둔의 영혼의 가이드 이자 영매였다.


이를테면 말벌에 쏘이는 꿈을 꾸었다는 74살의 계둔에 사는 고씨는 꿈을 꾸기 전부터 당뇨에 고혈압에 신장염을 앓고 있는 오래된 지병의 중증환자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장한 50대의 주봉문보다 훨씬 더 건장하고 멀쩡해보이는 칠십대 중반의 중환자였는데 그에게 내린 전신득옹의 꿈해몽은 다음과 같았다.

 

“말벌이 목위를 쐈다면 큰 병을 얻을 것이고 목아래를 쐈다면 횡재수가 있으니 재물이 늘어나거나 사업이 잘되거나 누가 돈을 갖다주거나 아무튼 돈이 들어온다는 것인데,자네는 나무아래서 낮잠을 자다가 젖꼭지를 쏘였다하니 이건 횡재수중의 횡재수요 ,길몽중의 길몽이니 염려라는것은 택도 없고 오히려 기쁜마음으로 꿈을 받아드리는 것이 좋다네“

 

“젖꼭지를 쏘인것이 어찌 하여 길몽인가?”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엄마의 젖꼭지라네, 젖꼭지를 통해 양분을 섭취하고 생명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는것인데 어느 정도 자라면 젖을 뗀다고 그러지, 젖꼭지를 떠나 독립이라네. 스스로 다른 젖꼭지를 찾기전까지 사람을 알고 세상을 알고 무엇이든 배우며 세상살이를 익히다가, 평생을 같이할 젖꼭지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젖꼭지는 양분섭취용이 아니라 위안과 위로가 되는 포근한 집 같은것이지.


말벌에게 젖꼭지가 쏘인것은 지금의 젖꼭지를 떼고 또 다른 젖꼭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게야,

거기에 재물까지 함께 들어온다니 얼마나 좋은가?

길몽이지! 길몽이야.“

 

“어허 참 그럴듯 하기도 하고.....,”

 

“자네가 상처(喪妻)한지 한 오년되었나? 이제 인연을 만날때도 되기는 했지.”

 

“십년이 뭔가! 벌써 7년째네, 그나저나 꿈이 그렇다면 내가 또 어떤 젖꼭지를...,아니 내가 어떤 여자를 조만간 만나게 된다는 거 아닌가?”

 

“그렇지. 곧 그렇게 될걸세. 거기다가 재물도 들어온다지 않나! 그 좋은 꿈 한번 믿어보게나.”


“허어 참 별스런 꿈도 다 있구먼 그려. 그나저나 말벌이 젖꼭지를 쏘길래 얼마나 놀랬는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식은땀을 다 흘렸는데 흉몽이 아니라 길몽이라니 자네 덕에 염려는 놓았네 그려. 자 이제 한잔하러 가세. 꿀같은 해몽을 들었으니 내 술한잔 사야되지않겠나?”

 

“자네 몸도 안좋다면서 무슨 술타령인가?”

 

“살면 얼마나 살고 못살면 얼마 못살것인가? 내가 오늘 기분도 좋고 먼저간 우리 마누라도 갑자기 보고싶고 지금 한잔하지않으면 언제 또 마시겠는가? 가세.”

 

“그럼 읍내에 가서 청요리에 빼갈이나 한잔 할까?”

 

그 둘은 대낮부터 양장피에 빼갈을 세병이나 비우고 나서야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고씨는 꿈해몽을 들은지 열흘후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잠자는 도중에 사망을 했다.

 

사망한 고씨는 현모양처였던 그의 아내곁으로 가서 그녀의 젖꼭지를 빨면서 오랜만에 깊고 포근한 잠을 잤고 고씨의 장례식에는 계둔의 알말한 사람들과 아들들의 회사사람들과 며느리들의 교회교인들까지 와줘서 예상을 훨씬 웃도는 조의금이 들어왔다.

 

과연 전신득옹의 해몽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말벌에게 젖꼭지를 쏘인 꿈을 꾼 고씨는 편안하게 자신의 단짝 젖꼭지를 다시 찾아가게 되었고, 재물은 장사를 지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이 차고 넘치게 들어왔으니 이 어찌 길(吉)하지 않다 할수있겠는가?

 

전신득옹은 집에 없었다.

멀리 산너머 사는 아들네 밭에 일하러 갔다는데 해질녁에나 돌아올것이라했다.

 

남는 것이 시간인 주봉문은 발에 채이는 돌멩이나 걷어차며 동네를 서너바퀴 느릿느릿를 돌고 나서야 전신득옹을 만날수있었다.

전신득옹은 아들네에 갔다가 경운기에 콩더미를 잔뜩 싣고 왔는데 ,

아들네 밭두렁 어디엔가 심어놓은 콩들이 햇살의 틈사이로 머릿속을 채웠다 싶을즈음이면 전신득옹은 한결같이 아들네로 향했다.

 

언제나 콩타작은 전신득옹의 몫이라 아들네 마당에서 한나절 콩타작을 하다보면 구리빛 얼굴에 회색빛 콩싸래기 먼지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렇게 땀과 콩싸래기먼지들이 범벅이 되어 콩더미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욕구가 한낮 햇살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솟구치듯 치밀면 이제 그만하고 경운기에 시동을 거는 것이었다.

   농부의 삶이란 이렇게 고단함이 한결같았지만 그것은 그 나름대로 삶을 지속하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든다는 자연의 섭리가 나이가 들수록 수긍하게되고 고단하지만 재미가 있는 것이다.

 

반나절을 기다려 전신득옹을 만나게 된 주봉문은 반가움보다는 왜이리 집을 오래비워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지 짜증이 났지만 그것은 염치없는 짓이라는 생각에 과장된 반가움으로 자신의 짜증은 위장했다.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전신득옹은 반나절이나 기다린 주봉문을 본체만체 아는체도 하지않고 경운기에 잔뜩 실린 콩더미를 싣어내렸다.

 

무던하고 심성이 여린 주봉문은 눈치껏 콩더미로 달려가 전신득옹의 손을 도왔다.

 

“콩밭에 다녀오셨다 보네요. 아유 이놈의 콩들 여물기도 하다 허허허”

 

그제서야 전신득옹은 주봉문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온종일 누워만 있다고 하더니 이제 괜찮아 진건가?”

 

“예 형님 이제 탈탈 털고 일어나야죠 벌써 누워지낸지가 다섯달이나 됐는걸요 허허허”

 

“아니 어디가 어떻게 안좋아서 다섯달이나 누워지내? 물에 빠졌기로서니 어디 다친데도 없다고 그러더만 ...,얼마나 놀랬기에 그래? 물에 빠져 뭐라도 본게야?”

 

“어허 역시 형님이 뭔가 틀리긴 틀리군요. 제가 물에서 뭔가를 봤습니다.그 뭔가가 뭐나하면 말입니다.쩝쩝”

 

“뭘 봤는데 그래?”

 

“공룡을 봤습니다.”

 

“공룡?”

 

“예 공룡을 봤습니다. 공룡이 제게 형이라고 했습니다.”

 

전신득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봉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살짝 걱정되는 듯이 물었다.

 

“자네 지금 괜찮은가?”

 

“형님 저 진짜 정신 멀쩡하구요. 제가 지금 하는 말은 다 진심입니다.”

 

“음....,난데없이 공룡을 봤다고 하니 ...., 그리고 뭐 공룡이 자네더러 형이라고 그랬다고?”

 

“네 정말 그랬다니까요!”

 

“자네가 물에 빠진 얘기는 내가 들어서 잘 알고 있네, 근데 물에 빠지자 마자 바로 건져냈다고 하던데 무슨 공룡을 보고 공룡이 자네에게 형님이라고 그랬단 말인가?”

 

“아이고 형님 제 말 좀 들어주시고 믿어주십시오. 제가 물에 빠진것도 사실이고 물에 빠져서 공룡을 본것도 사실이고, 공룡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공룡이 제게 형이라고 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만나자고도 했다니까요.”

 

“흠...., 봉문이 자네말을 들어보니 내가 자네말을 안믿는다기 보다는 안믿겨진다는 얘기네. 그러나 필시 자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구만, 그러하니 그 말도 사실일걸세. 그런데 그것이 사실일수는 없는게 공룡을 바닷속에서 만났다고 하면 누가 그런말을 믿겠는가?그러하니 자네가 보고 경험한것들이 다 꿈이라 해두세, 자넨 꿈을 꾼것이야. 물에 빠지자 마자 건져올렸으니 자네가 지금 이렇게 살아서 나와 얘기를 하고 숨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찰나의 순간에 공룡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보자는 작별인사까지 건넸다니 그건 찰나의 꿈이라는 게야”

 

“찰나의 꿈이요?”

 

“그래 찰나의 꿈! 찰나란 뭔고 하니 즉 순간(瞬間)을 의미하는데 불교에서는 시간으로도 나눈다네.거의 눈한번 깜빡이는 시간을 몇분지 일로 나누는데 그야말로 순간을 말하는거지.“

 

“오호!”

 

“그러니 자네는 물에 빠진 30여초의 시간동안 찰나의 꿈을 꾼게야. 우리가 죽어가는 찰나의 순간에 인생의 파노라마같이 눈앞에 많은 시간들이 영화처럼 펼쳐진다는 것을 자네가 경험을 한거지.자네도 죽을뻔했으니까 그런 찰나에 꿈을 꾼것이라고 .“

 

“아 예 맞는것같습니다. 제가 꿈을 꾸었겠죠. 근데 그게 얼마나 생생한지 그 공룡의 음성이며 피부색깔이며 눈빛들이 아직도 그렇게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해요.그래서 이 공룡이 꿈에 나타난 것이 뭔가 필시 내게 뭔가를 말하고 싶었던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는거에요.근데 그게 뭔지 알듯하면서도 모르겠어서 형님을 이렇게 찾아온거 아니겠습니까?”

 

“음 공룡이라면 용의 일종이니까 자네는 용꿈을 꾼거야. 물속에서 용꿈을 꾸었으니 아주 제대로 꾼 용꿈이겠구만.”

 

“네 형님말대로 용꿈은 용꿈입니다. 근데 그게 뭘 뜻하는걸까요?”

 

“용꿈은 길몽이나 태몽이거든 근데 태몽이 아니라면 길몽일거야 그렇다고 용꿈이 다 길몽은 아니라네.그냥 개꿈일수도 있는거야, 자네처럼 공룡꿈이라던가 그런게 바로 개꿈인거지 ”

 

“아이고 형님 그렇게 생생한 용꿈을 개꿈이라니요? 필시 제게 말하는 뭔가가 있단 말입니다. ”

 

“자넨 논지 꽤 됐지?”

 

“예? 아 예. 물에 빠진 뒤로는 쭈욱 놀았지요. 뭐 좋은 일거리라도 들어올까요?”

 

“예로부터 용꿈을 길몽으로 해석하자면 사업이 번창하거나 좋은 일자리가 생길 꿈이라고 했네. 그리고 공룡이 자네에게 형님이라고 그랬다며?”

 

“예 맞습니다. 공룡이 제게 형이라고 했죠. 그리고 조만간 찾아온다고 까지 했습니다.”

 

“로또나 하나 사게 그리고 로또맞으면 내게 한턱 크게 사고 알겠나?”

 

“로또가 안맞으면요?”

 

“그래도 걱정은 없네. 용꿈하면 사업운이라네,

용이 찾아온다고 했으니까 사업을 하게. 뭘해도 잘될걸세.“

 

“사업이요? 가진돈도 없는데 무슨 사업을 합니까? ”

 

“조그만 짜장면 집이라도 하나하게. 어떤가 우리동네에도 중국집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않겠나?”

 

“아이고 형님 이런 촌구석에서 무슨 중국집을 합니까?”

 

“이사람아 이 동네 사람들만 바라보고 하라는게 아니지. 대로변을 보게 차타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 사람들을 상대로 하라는거지.”

 

“음....,중국집이라 하긴 우리동네에도 중국집하나 있으면 좋긴하겠네요.

멀리 읍내까지 나갈필요도 없고.”

 

“하면 무조건 잘될걸세 용꿈까지 꾼 사람이 못할게 뭐가 있나?”

 

“짜장면이라.....,!”

 

주봉문은 어린시절 짜장면의 악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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