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잠 못 들고 달만 보면서 한탄하더이다
게시물ID : readers_324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1
조회수 : 1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12 21:34:33
옵션
  • 창작글

날갯짓 소리가 의식 깨우더니 꿈에서 탁 트인 하늘에 머무르고 있었소

정신 못 차릴 때 구름 한 점 아른거리길래 오호라 내 저 구름이 됐구나 싶어

내 멋대로 흘러가나 보자 하려니 쏜살같이 시야가 넓어지고 바람이었단 걸 퍼뜩 안게요

꿈에서 바람이 되었소. 어디 한 번 일어본 속도가 어찌나 자유자재였는지

손발이 가벼워서 디디고 닿는 초록과 담장마다 부드럽게도 쓸면서 날렵하게도 쓸면서

아득하고 드높은 가운데 신나게 세상 구경하였다오

무슨 눈이 있어 세상을 둘러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꿈이려니 그러오

봄이 보고 싶으면 봄 있는 데로 가고 겨울 보고 싶으면 겨울 있는 데로 가고 국경 없이 사는 꿈을 꾸었소

양반처럼 갈지자로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면 나도 모르게 홀리고 다닌 꽃씨가 만개하더군

정적을 동적으로 전령 자처하면서 고요를 깨는 게 업이라서 안 간섭하는 데 없이 하늘을 대변했소

그러던 중 늦은 밤 문전 서성이는 백발노인 위로 성큼 지나치려다가

낯이 영 기시감 들길래 머리를 낮게 숙이고 살살 맴돌아 봤는데

웬 사연이고 하니 잠 못 들고 달만 보면서 한탄하더이다

먼 데 두고 온 유년 시절의 추억보다 이후 산 것이 많아서 바뀐 터전이 더 익숙해질 법도 했다 건만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안부 묻는 데로 멀리 가 있다며 잠 못 들고 달만 보면서 한탄하더이다

어버이 산소를 못 가져왔다던 타령이, 끊어질 듯 안 끊어지는 야윈 달보다 애절해서

파고드는 연민 느낀 내 기를 쓰고 만리타향에서 띄운 전언도 돼줘 봤소

묘한 우연인지 그 노인 숨소리 멎으면서 나라는 바람도 멎더이다

그리 착한 일 수두룩이 하고 신나게 노는 꿈 꿨는데도

깨고 보니 눈물만 흐르더이다

같은 달 보고 있으려나 바라마지않은 그쪽 영토는 바람 한 점 안 부는지

바람이 되어도 못 만나는 사람이 있더이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