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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의 여행 1~6
게시물ID : readers_327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럭키Louie
추천 : 0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2/05 21: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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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1_브라이언의 여행 1

물리학자들의 연구로 판 이론, 초끈이론, 다중우주론 등이
논의되고 연구될 무렵 한스는 엉뚱한 연구에 빠져있었다.

원자분자 물리학을 연구 중인 한스는
원자를 분리하는 도중 특정한 방사선을 쏘게 되면
신기한 전파가 잡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논문을 쓰려 했지만 실험이 너무 재미있어
좀 더 깊게 연구를 하려다 그만 빠져버린 것이다.

신기한 전파는 현재까지 총 12개가 발견되었고,
양자역학상 그 이상 발견되기는 어렵다.
한스는 전파를 확대하여 물건이 통과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판 안으로 물건을 던지면(예를 들면 지우개나 연필 같은) 물건이 사라진다.

판 너머로의 상황을 녹화하기 위해 핸드폰에 녹화 버튼을 켜고
끈에 매달아 그곳으로 던진 후 잡아당겨도 보았다.
하지만 판을 지난 그 시점에서 핸드폰과 끈은 사라졌다. 
판을 넘어 사라졌다.

한스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고, 지금까지의 연구를 학계에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동료 물리학자들에게 지금 하는 연구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이틀 후 찾아온 사람들에 의해 한스는 어딘가로 끌려가게 된다.


20181201_브라이언의 여행 2

8년이 지난 후 '판 여행'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다.
현재까지 12개의 평행우주가 발견되었고, 그중 4개의 우주는 멸망했다.
8개의 평행우주로 갈 수 있는 판이 개발되었고 실험의 결과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게 되었다.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문.
한스가 만든 판이 발전되어 현재 '판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판 여행으로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른다는 위험성으로 판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극비에 부치고 전 세계적 조약으로 금지하게 된다.


20181201_브라이언의 여행 3

브라이언은 무기력했다.
삶도 일도 싫다. 
내일 다시 일어나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인생이 정말 싫다.
성격이 느긋하지 않아 대충하는 건 싫다.
하지만 열심히 산다는 건 너무 힘들다.
성격이 좋지않아 대인관계도 나쁘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다.
좋은 집, 적당한 직장.
딱히 삶에 불만은 없지만,
더이상 삶을 유지하기가 싫다.
삶에 대한 의욕은 바닦을 찍었다.
죽음에 대한 동경은 하늘을 찍었다.
그래서 죽기로 했다.

브라이언은 판 여행을 통해
12개의 평행우주 중, 
6개의 평행우주에서 자신이 사는 것을 보았다.
4개의 평행우주는 멸망했고,
(제2 우주, 제4 우주, 제10 우주, 제11 우주)
2개의 평행우주에서는 자살했다.
제3 우주와 제7 우주에서이다.

제3 우주에서는 26살 대학생 때, 
학교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제7 우주에서는 30살 때, 
방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제1 우주에서는 갈탄과 번개탄을 이용해 자살할 요령이다.


20181205_브라이언의 여행 4

겨울은 죽기 좋은 계절이다.

우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기 위해서는 
갈탄이든, 번개탄이든 간에 불을 피워야 한다.
불은 열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때문에 여름에는 덥다. 하지만 겨울에는 따뜻하다.
생각해보라 추운 방 안 갈탄과 번개탄으로 인해 
차츰 따뜻해지면서 일산화탄소로 서서히 의식을 잃는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죽음인가.

둘째로 겨울에는 시체가 늦게 부패한다.
죽은 다음에야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시체를 처리하는 입장에서는 
썩어 냄새나는 몸뚱어리를 처리한다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20181205_브라이언의 여행 5

회사에는 3일짜리 연차를 냈다.
사표를 내도 상관없지만 그러면 수고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집에서 멀지 않은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펜션을 예약했다.
기간은 일주일, 가격은 하루 3만 원 총 21만 원이다.
집에서 자살을 해도 되지만 시체가 부패하기 전에
발견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간제 숙박업소에서 죽기로 했다. (숙박업소에는 미안하지만)

예약은 발코니와 바베큐 시설이 있는 곳으로 골랐다.
갈탄과 번개탄을 피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 두 개에 화장실 하나이다.
박스테이프로 막는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작은방이 좋다.
창문과 방문만 막으면 된다.

화재경보기는 부엌에 있기에 울릴 위험이 적다.
하지만 혹시 몰라 박스테이프로 막기로 한다.

갈탄과 번개탄은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갈탄 16kg과 아래로타 숯날 2개에 15,130원.
번개탄 1박스 40개에 13,130원.
배송비는 3천 원이다.

번개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 판매자가 팔고 있기에 같이 받으려고 주문했다.

일주일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했다.
팬션에 오기 전 도수가 높은 보드카도 한 병 샀다.

펜션비 21만 원.
갈탄과 번개탄 3만 원.
수면제 1만 원.
보드카 4만원
총 29만 원.
나의 죽음을 위해 드는 비용이 29만원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이상하다.

준비는 끝났다.


20181205_브라이언의 여행 6

펜션에 도착했다.
수면제와 보드카를 마실 테지만 숙면 가운데 죽기 위해
자살은 12시가 넘어 실행할 예정이다.

자살하기로 마음먹은 후 식욕이 별로 없다.
간단히 사과 한 개와 오늘 길 마트에서 산 복숭아 통조림을 조금 먹는다.

티비를 보려고 틀었지만, 눈과 귀가 아프다.
가지고 온 책을 읽기로 한다.
최근에 멘부커상과 산클레멘터상을 받은 화제작
한강의 채식주의자다.

쉽게 읽히는 문장에 남자와 여자가 자는 장면도 나온다.
인기 있는 글의 주요요소이다. (하루키 소설처럼)

글을 다 읽고 해설을 읽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 문장도 이해되지 않는다.
어렵고 특이한 표현의 연속.
순간 바보가 된 기분이다.

주인공인 여자도 그렇지만 소설 속 남자들은 모두 정신병자다.
아내를 이해할 마음이 전혀 없는 남편.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폭력적인 아버지.
언니의 남편마저.

책의 초판이 2007년에 발행된 걸로 보아
지금 유행하는 페미니즘과는 무관한 것 같은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녁 10시가 넘었다.
슬슬 자살해도 될 것 같다.

작은방은 도착해서 박스테이프로 창문을 막아두었다.
갈탄과 번개탄을 가지고 들어와서 방문만 막으면 된다.

수면제 10알을 가루 내서 물에 섞어둔다.

발코니에 있는 바베큐 그릴에 가지고 온 번개탄 5개 중 2개를 깐다.
그 위 아래로타 숯날 두개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갈탄은 적당히 부었다.

부탄가스에 토치를 결합한다. 
불을 붙이기 전 보드카를 들고 한 모금 마신다.
불을 피우는데 넉넉히 30분.
지금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될 것 같다.

불이 잘 붙지 않는다.
구석구석 종이를 넣으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 읽은 책이 보인다.
책을 찢어 넣고 다시 토치로 불을 붙인다.
번개탄과 숯날의 화력이 올라오면서 불꽃을 낸다.
책으로 부채질을 꾸준히 하니 갈탄에도 불이 붙기 시작한다.
불을 피우면서 중간중간 보드카를 마신다.

30분쯤 지났으려나 갈탄에도 충분히 불이 붙었다.
하지만 아래에 있는 번개탄이 다 탄 것 같다.
일산화탄소가 부족할까 봐 갈탄 위에 번개탄 두 개를 더 넣는다.
다시 보드카 한 모금.

불이 잘 붙었다.
갈탄을 조금 더 넣는다.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신다.
다시 보드카 한 모금.

취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랐다.
수면제도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정신이 몽롱하다.
바베큐 그릴을 들고 방으로 옮겨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불이 나지 않게 조심히 그릴을 방안으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박스테이프로 방문 주위를 막는다.
너무 취했다.
더 이상 보드카는 마시면 안 되겠다.
정신을 집중해 방문이 잘 막혔는지 확인하고는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일부로 보일러는 틀지 않았다.
서서히 따뜻해 지면서 죽으려고.
춥다. 
따뜻해지는 것도 느낄새 없이 술과 수면제 때문에
정신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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