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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인생의 황금기를 바친 대가 #3
게시물ID : readers_327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디
추천 : 1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2/05 23: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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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http://todayhumor.com/?readers_32707
 
#2화 : http://todayhumor.com/?readers_32714
 
3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너무 힘들었던 개인적인 취업준비가 떠오르네요.
 
다들 우울한 경험이 있으시겠죠
 
가장 우울한 것은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절대적 외로움입니다.
 
친구, 가족, 공동체, 국가, 우리는 많은 공동체 속에 살고 있는 나약한 개인일 뿐이죠
 
하지만 취업준비생은 그 어디에도 속하기 어렵기에 가장 외로운 사람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을 겪은 분, 그리고 지금 겪고 계신 분들, 곧 겪으신 분들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3.
 
 아주 차가운 복도였다.
사방은 온통 무채색으로 덮혀 개미지옥에 빠져가는
먹잇감이 된 것만 같은 공포마저 들었다.
최신식의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엘리베이터 액정화면이 유일한 탈출구인..
 
“아 동민씨 이리 들어오세요. 잠시 여기 앉아서 쉬고 계시면 됩니다”
인사담당자는 아주 어려보이는 여자였다.
나보다 적어도 세네살은 어린 듯한 외모였지만,
커리어우먼의 분위기로 나를 압도했다.
단 한마디의 안내였지만
적당히 짧은 정장 스커트과 하이힐로 인해
왠지 모를 야릇한 느낌을 풍겼다.
 예상과 다르게 면접장은 여러명이 와 있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한명 채용하는 인턴이었는데.
관음증 환자처럼 다른 사람을 보고싶지만 보지 않으려 애썼다.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머리가 길고 누가봐도 공대생인 남자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듯 멀끔한 짙은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어깨를 쭉 펴고 앉아있었다.
역설적으로 긴장한 듯한 느낌이 물씬 났다.
정장은 조금 커보이고 과도하게 다림질이 되어있어서
자주입는 느낌이 전혀 안났고,
넥타이색은 너무 새파랗고 무늬가 정신이 없었다.
맞은편에 앉아서 기다리는 여자는 나와 또래인 듯 했는데
머리를 하도 뒤로 당겨 묶어 눈썹이 올라갈 지경이었다.
H라인 스커트와 정장재킷은 어찌나 딱 맞는지 자로 잰 듯한 반듯한 모습이었다.
또 손은 과도하게 배에 붙이고 있었고 다리는 모아서 옆으로 뉘어있었다.
너무도 가지런한 그 모습이 오히려 거북해 보일 지경이었다. 
 
세명이나 불러놓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교수님의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며 차례를 기다렸다.
“네 세분 다 들어오세요”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는 동시에 일어나서
마치 제식연습을 하듯 병정인형처럼 또각또각 발맞추어 방안으로 들어갔다.
교수형을 앞둔 죄수의 심정으로 곧 목에 밧줄이 걸릴 것 같은 텅빈 공간에
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세 개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모진 고문을 견뎌낼 시간이었다.
 
 
.
.
.
 
단지 그들이 건네는 몇 마디의 물음은 내 머릿속을 하얗게 침투했고
1시간에 걸쳐 내 폐에 쌓여갔다.
폐가 새하얘지고 난 후에야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회사 문밖을 나서자마자 나는 하얀 한숨을 뱉어낸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나는 내정자라고, 취업에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떨떠름한 느낌은 현실이 되어 고통스럽게 머릿속에서 반복을 거듭했다.
면접비로 쥐어진 3만원을 오른손에 꽉 쥐었다.
 
“엄마. 나야~”
“응 아들 공부는 잘하고 있고?”
“아 걱정말고 그런건. 집은 별일 없지?”
“응 아들 집은 걱정마 뭔 할말이 있길래 아침부터 전화를 했어?”
“엄마 딴게 아니고...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아들.. 돈은 있구? 밥은 잘 챙겨먹고 사는지 모르겠다.
연구실 무슨 연구한다더니 그건 잘되어 가니?
요즘 회사 3,4년 준비하는 건 흠도 아니라더라.
혹시나 싶어서 그러는데 교수 너무 믿지는 말고”
왠지 모를 죄책감에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던져 버렸다.
취직을 시켜줬다는 생색이나 내고 싶으셨는지 모를 교수님이 원망스러웠다.
겨우 한 시간 전에 나는 오늘로 드디어 온전히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로 완전히 고독한 초인이 되었다.
 
 
그냥 알만한 회사다니면서 정장에 코트 입고
왼손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목에는 사원증 차고 모여서
재잘재잘 조잘조잘하며 걷는 그 생활을 나도 해보고 싶다.
언제까지 아침10시에 3천원짜리 학식에 계란 하나 더달라며
당이모와 언성 높이기도 싫고
여자친구와의 데이트에서 언제쯤 메뉴를 왼쪽에서부터 보는 날이 올까
머릿속으로 통장 잔고 계산하는 일도 힘들다.
 
씨발.  
 
불현듯
우리 과 톱이었던 준호가 선망하는 3곳의 기업에 합격한 후
선배, 후배, 동기 할거 없이
계단식 강의실에서 취업에 관한 강의를 한것이 생각났다.
그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사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에요
나는 취업준비할때를 떠올리면 가장 행복하고 치열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라는
개 쓰레기같은 소리이자
그 자리에 앉은 우리 모두를 열등감의 도가니로 빠뜨렸었던 말을 뱉어냈었다.
옆의 여자 후배들의 멋있고 잘생겼다는 소리가 아직 맴돌고 있다는 것이 괴롭다.
 
 
씨발. 좆같네
 
 
뜨거운 태양에 대해서 꿈을 꾸었다.
나는 태양이라는 용광로의 불꽃이 되었다.
그래 내이름은 홍염이었다.
 
새까만 흑점이 옆에 생기면
나는 어김없이 그 속에 빨려 들어 갔다.
차갑고 어두운 터널같은 그곳에서
나는 허우적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렁텅이에서
나는 벗어나려 고함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러다 나는 그 홍염이 되어
크고 광대한 홍염의 불줄기가 우주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를 반복했고 목이 쉰채로 꿈에서 깨어났다.
 
.
.
.
 
 
 
“귀하의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모집인원으로 인해 금번 인턴채용에서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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