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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롤로그(5)
게시물ID : readers_328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폴딩
추천 : 2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12/24 03:30:25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프롤로그.

-

  남은 탄알은 세 발.

  남은 몬스터는 다섯 마리.

  하지만 부족하지는 않다. 나는 정면을 향해 힘껏 방아쇠를 갈긴다. 총성이 빗방울을 가르고 날아간다. 이미 한껏 젖어있지만 화약을 걱정할 염려도 없다.

  “리체인지(Re-Change)”

  명령어 구동과 함께 다시 형태가 변환된다.

  남은 탄알은 다시 세 발.

  남은 몬스터는 네 마리.

  아직도 부족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능력에는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 쏠 수 있는 건 한 발이 한계이지만 그 한계는 찾아오지 않는다. 능력을 한도까지 쓰지 않는 이상은.

  탕.

  메마른 총성이 고요한 골목을 적신다. 아니, 사실 고요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울어야만 하는 밤이고 누군가는 울었을 밤이며, 또 누군가는 울게 될 밤이기 때문이다. 그 흐느낌을 외면할 수 없는 이상 이 새벽은 고요하지 않다.

  “하성아.”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짤막하게 대꾸한다.

  “예.”
  “그 능력 아직까지 어떻게 안 되냐?”
  “……예.”

  내 목소리가 빗소리에 녹아들어간다. 무어라 더 말할까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기로 한다. 처음에는 가랑비였던 것이 어느새 소나기가 되어 있다. 이런 빗속에서는 목소리가 잘 투과되지 않는다. 하물며 울적한 목소리는 더더욱.

  “그것만… B급… 텐데.”

  빗소리 때문에 상대의 목소리도 뭉개진다. 하지만 나는 다시 짤막하게 예, 하고만 대꾸하는 쪽을 택한다. 리더의 말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 헌터’라는 애매한 호칭만큼, 실력도 무척이나 애매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 단독으로서는 화력을 기대할 수도 없고 기동성도 기대할 수 없다. 서포터로서 특출 난 것도 아니다.

  굳이 손에 꼽을 만한 걸 찾자면 능력 자체의 활용도.

  타고난 능력 자체가 ‘모방’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헌터와의 시너지가 좋다. 제약이 있는 능력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투 안정성이 높다.

  거기에 변수를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허울.

  복제라는 능력은 일장일단이다.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곧바로 한 가지 단점이 따라붙는다.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능력을 사용하면 변신 시간이 압도적으로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능력 자체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안정성을 크게 저하시킨다. 결국 능력으로 인한 이점이 단점으로 다시 상쇄되는 셈.

  거기에 이론적으로는 가장 강한 헌터의 능력을 복제하면 좋겠지만, 정작 복제의 대상이 되는 헌터가 꺼려하는 편이다.

  당연한 이치다. 어렵사리 키워놓은 능력을 빼앗기는 기분일 테니까. 모르는 바는 아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짐짓 그렇게 말해보지만, 그 목소리가 리더에게 닿았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참방거리며 뭉개지는 빗물이 애처롭다고 여길 뿐이다.

  “가자.”

  빗속에서도 그 말만큼은 선명하게 들린다. 나는 주검이 된 헌터 한 명을 마지막으로 기억에 담고 등을 돌린다.

  또다시 누군가가 울어야만 하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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