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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지옥 복권 3화 - 사망 플래그 (2)
게시물ID : readers_338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인석(가입:2016-07-16 방문:687)
추천 : 1
조회수 : 3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6/11 23:56:15
“그래. 다음 주 월요일. 그날 절대 밖에 나가지 마. 밖에 나가면 죽어.”

“잠깐! 과거에서 사망 예언이라니 개연성이 부족하잖아. 미래도 아니고 과거에서 내가 죽을 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과거의 내가 그걸 알면 나도 당연히 알아야지. 아! 아니다. 일단 쭉 말해봐.”

태클을 걸던 도야가 입을 다물었다. 소재가 나올 때 제동을 걸면 나오던 소재도 들어가 버린다.

“아이디어 회의하는 거 아니라니까! 진짜니까 진지하게 들어!”

“알았다니까.”

웹툰 소재로 생각한다는 걸 안 ‘도야’가 짜증을 냈지만, 도야는 웃어넘겼다.

교통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이 장면 그리면 실감 나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던 도야다.

“휴우. 일단 너는 기억 못 할 거야. 지금 내 시간에서도 꿈에서 깨어나면 지금 알고 있는 걸 잊어버린다고 했으니까.”

“재밌네. 지금 과거의 꿈에서 미래의 꿈으로 넘어왔다는 거야? 과거의 난 꿈에서 깨면서 잊어버렸고?”

“그래.”

“꿈속에서 미래의 내가 죽는다고 했다는 건데. 누가 그런 말을 한 거야? 외계인? 귀신?”

“그건 말 못 해. 그런 계약이니까. 계약에 대해서 말하면 이 꿈이 기억 안 날 거야. 그러면 넌 지금 꿈을 기억 못 할 테고, 월요일에 밖에 나가서 죽어. 원래 그런 운명이라는데 딱 한 번 꿈으로 경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

“계약이라고?”

“그래. 다음 주 월요일에 밖에 나가지 마.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해. 그냥 하루 종일 잠만 자든가 해. 죽어라 만화만 그리다가 놀지도 못하고 죽을 순 없잖아.”

도야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입을 뗐다.

“...내가 예전에 꿈속에서 어떤 계약을 했고, 그 대가로 미래에 경고를 한다는 거야? 좀 약한데? 중간 과정이 너무 비었어. 조금만 더.”

도야는 여전히 이 상황을 흥미로운 소재가 나오는 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라니까. 사람이 말하면 좀 들어! 그러니까 애인이 없지!”

‘도야’가 짜증을 냈다. 도야와 ‘도야’ 둘 다 상처 입었다.

“윽.... 야.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 증거도 없이 무턱대고 월요일에 나가지 말라면 안 나가겠어? 3년간 옥살이하듯 갇혀 지내며 일만 했는데 놀아야지! 네가 나라면 꿈꿨다고 집에만 있겠냐?”

“그건.... 그렇지. 찝찝하다고 안 놀 내가 아니지....”

‘도야’는 빠르게 납득했다.

“그러니까 설득하려면 뭔가 증거를 가져와야지. 찝찝하게 사망 예고만 할 게 아니라 꿈에서 깨어나도 이거 심상치 않은데 할 만한 걸 알려줘. 내일 일어날 일이나, 복권 당첨 번호 같은 걸 알려주면 좋잖아?”

“내 말 들은 거 맞냐? 난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서 왔다고. 내일 일어날 일을 어떻게 알아? 그리고 복권은.... 하아. 아니다.”

“증거도 없이 월요일에 죽는다는 걸 믿으라고?”

“...몰랐는데 나 되게 피곤한 타입이었구나. 살아보겠다고 애써서 왔더니 죽겠다고 뻗대네. 정 PD에게 잘해줘야겠다. 아니, 난 기억 못 하지. 네가 앞으로 좀 잘해줘라.”

‘도야’는 웹툰 담당 정 PD에게 새삼 감사했다.

“지각 결석 없이 나처럼 성실한 작가가 어디 있다고?

도야가 투덜거렸다.

“좋아. 아슬아슬 할 것 같지만.... 어쩐지 명동에 돈 탑이 나타났을 것 같네? ‘지옥의 경쟁을 뚫어라!’ 이런 문구가 있을지도 몰라.”

“응? 말투가 왜 그래?”

‘도야’가 잠시 주변의 반응을 살피더니 말을 꺼냈다.

“이건 ‘사실’이 아니라 그냥 ‘추측’인데. 그 돈 탑 정체가 복권 당첨금이 ‘아닐까’?”

‘도야’가 말을 하자마자 안개 전체가 펄떡거렸다. 위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숨죽여 웃는 떨림 같기도 했다.

“...허용 범위 안인가?”

도야는 ‘도야’가 어떤 제재를 피해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마도 그냥 추측이 아니라 도야가 원했던 증거이리라.

“좋아. 만일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나도 그날은 하루 종일 집에 있고 싶어 질 것 같아.”

도야의 말에 ‘도야’는 정말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도야는 자기와 같은 얼굴에 묻어나는 진심을 보며 기분이 조금 묘해졌다. 지나치게 생생한 꿈이다.

“하나만 묻자. 아까 계약했다며. 계약을 해서 목숨을 구한다니.... 내가 기억 못하는 사이 영혼이라도 판 거야?”

“걱정 마. 영혼대신 일 좀 해줬을 뿐이야. 줄 건 주고 그 대가로 미래의 나에게 경고 한번. 내 영혼은 무사해.”

‘도야’가 웃으며 말했다. 안개와 ‘도야’가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깰 때가 된 거야?”

“응. 꼭 명심해서 오래 오래 잘 살아보자. 맞다! 나도 하나만 묻자.”

“뭔데?”

“지금쯤이면 마지막 화 작업 끝났겠네. ‘괴수 살해’는 잘 끝났어?”

“물론.”

‘도야’의 물음에 도야가 엄지를 들어보였다. 지각 펑크 없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끝냈다. 인기가 많진 않지만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도 있다.

“수고했다.”

“...너도.”

예상치 못한 말에 묵직한 뭔가가 가슴 속에 파고들었다.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로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도야는 지난 3년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 묘하네. 야. 사라지기 전에 다음 작품 아이디어 회의 좀 같이하면 안 되냐? 이런 기회가 흔하겠어?”

도야가 한결 진지하게 ‘도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후. 나와의 회의라니 재밌긴 하겠지만 건호랑 해. 시간이 없어. 그것보다는.... 기억해. 나라면 앞으로 복권을 사고 싶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도야’가 묘한 어투로 말했다. ‘도야’는 아까처럼 제재를 피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것처럼 말하며 경고하고 있었다.

“복권을? 왜?”

“이 이상은 위험해. 아무것도 기억 못하고 깨어날지도 몰라. 아무튼 기억해. 그리고 만약에....”

* * *

도야는 잠에서 깨자 메모부터 했다. 평소 꿈에 나온 소재를 잊지 않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메모를 해온 터라 습관적인 행동이다.

-과거의 내가 나와서 경고.
-월요일에 밖에 나가지 마. 죽음.
-복권도 사지 마.
-명동 돈 탑은 복권 당첨금?

‘적어 놓고 보니 개꿈인 것 같기도 하고....’

개꿈치고는 지나치게 생생하기도 했다.

반지하 창밖은 어두웠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20시간 정도 잔 건가?’

이틀 밤을 새우고 잠들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형. 일어났어?”

건호가 라면을 먹으며 말했다.

“고기 먹자니까 웬 라면이야.”

“형이 안 일어나니까 그렇지. 걱정 마. 고기 배는 따로 있어. 아! 형! 명동 돈 탑 그거 광고 떴어. 6시가 되니까 TV랑 인터넷을 광고로 아주 뒤덮어 버리더라.”

그러고 보니 지금은 8시. 6월 6일 6시가 지났다.

“혹시 그거 정체가 복권이야? 666억이 복권 당첨금?”

“어? 어떻게 알아?”

건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도야는 핸드폰을 켰다.

<지옥의 경쟁을 뚫어라!
666억 원! 1등이 모두 갖는다!
6월 6일 6시에 전격 공개!>

<666억의 주인이 될 유일한 방법.
지옥 복권!>

<6개의 숫자를 맞추면 666억의 주인이 됩니다.>

<오천 원, 만 원을 위해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까?
지옥 복권은 오로지 1등이 모두 갖습니다.>

<제세공과금? 신경 쓰지 마세요. 모두 처리해 드립니다. 상금을 나눌 사람은 오직 같은 1등뿐 입니다. 순수 상금 666억 원!>

<지옥 복권은 단 하루! 매주 월요일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월요일 6시까지 1게임당 천 원에 판매합니다.>

<일요일 6시에 첫 승자를 발표합니다!>

<지금 전국 지옥 복권 판매점을 검색하세요!>

광고는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명동 돈 탑을 배경으로 안내문이 천천히 올라왔다. 영화 엔딩 크레딧 같았다. 성의 없고 조잡해 보이기까지 했다.

‘666억 짜리 복권이라고?’

한국 역대 최고 복권 당첨 액은 407억이었다. 세금을 제외한 실 수령액은 317억.

현재 당첨금이 1등 10~20억 수준인 것을 생각해보면 차이가 크다.

당시 처음 생긴 번호 추첨형 복권에 대한 열풍이 일었고.
한 게임에 2천원 이었고.
한차례 이월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당첨자가 1명이었다.

이런 여러 요소가 합쳐져서야 300억 대의 상금이 나왔다. 다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지옥 복권은 매주 1등에게 666억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광고가 성의 없든 조잡하든 무슨 상관인가? 666억을 준다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련 기사마다 댓글이 만여 개씩 달렸고, 커뮤니티, SNS 모두 지옥 복권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벌써 지옥 복권 판매처라고 공개된 곳에 텐트를 가지고 줄을 서는 사람까지 나왔다.

“어떻게 안 거냐니까?”

건호가 대답 없이 인터넷 삼매경에 빠진 도야의 어깨를 짚었다. 어느새 라면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끝냈다.

“건호야. 내가 꿈을 꿨는데 말이야....”

도야는 건호에게 꿈 내용을 설명했다.

“되게 신기한 꿈이네. 그런데 잠결에 듣고 그걸로 꿈꾼 거 아냐?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내가 이거 보면서 복권이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은데.”

“응? 잠결에 듣고?”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무의식중에 들은 내용이 꿈에 나타날 수도 있다.

“진짜 월요일 날 밖에 안 나갈 거야? 지옥 복권도 월요일 날만 판매한다는데?”

“월요일....”

꿈속의 ‘도야’가 강조한 월요일과 복권이 긴밀히 엮여 있었다.

‘이것도 잠결에 듣고 꿈에 나온 것일까?’

“다른 사람이 사주지도 못한데. 복권 뒷장에 이런 걸 찍어서 일치해야 상금 지급한데.”

건호는 돈 탑 사진 위에 손바닥 인장이 찍혀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마치 돈 탑을 손바닥으로 쥐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저장은 안한다고 하는데.... 찝찝하지만 지문이 찍히는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건호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가 뭐지?”

도야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응? 갑자기?”

“열지 말라는데 여는 캐릭터, 가지 말라는데 가는 캐릭터, 사망 플래그가 딱 섰는데 무시하고 죽을 길로 가는 그런 캐릭터가 싫어.”

건호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루 정도 밖에 안 나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뭐, 그러던지.”

“내가 그런 멍청한 캐릭터가 될 수는 없지. 다음 주 월요일 하루는 집에서 꼼짝도 안하겠어. 좋아! 그건 됐고! 그 전에 중요한 일이 있다!”

“연재도 끝났는데 중요한 일?”

“오늘 고기 먹자! 하루 종일 굶었더니 배고프다!”

“좋지! 고기!”

도야는 다음 달부터 고정 수입이 없다. 얇아질 지갑을 위해 건호가 라면을 먹은 틈을 노리고 약속했던 고기 회식을 선언했다.

‘치사하지만 네가 엔간히 먹어야지....’

하지만 라면으로 따뜻하게 예열을 끝낸 건호의 위장은 고기를 삼키는 블랙홀이었다.

처참히 패배한 도야는 앞으로는 고기 마시는 하마에게 고기를 외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 * *

월요일이 되었다.

건호는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밖으로 나갔다.

지옥 복권을 사기 위해 며칠 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렇게 극성이라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건호는 1등 보다는 SNS 인증에 관심이 있는지 아예 DSLR을 챙겨 들고 나갔다.

‘꿈속에서 복권도 사지 말라고 했지? 여러모로 이상하긴 해.’

도야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 한국 1등 복권의 하루 판매액은 60억에서 100억가량이다.

그만큼 팔린다고 보면 일주일 판매액을 모아도 순수 상금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보다 많이 팔아도 운영비와 홍보비를 제외하면 적자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복권 열풍을 가져왔으니 처음 몇 번은 흑자를 볼지도 모르지만 그게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월요일 하루만 판매하는 것은 대체 무슨 배짱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사업이 허가가 났다는 것부터가 이상하긴 해.’

의심이 가긴 했지만....

‘겨우 복권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음모가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다. 지옥 복권이 의심스럽다는 사람도 많았다.

조목조목 따져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돈을 뺐는 것도 아니고 준다는 데!

조금 의심스러워도 사람들은 지옥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당장 명동에 666억이 있으니 돈을 못 받을 염려도 없어 보였다.

‘모르겠다. 일단 밀린 드라마나 정주행해야지.’

도야는 늘어지게 누워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시청 중 소재가 생각 날 때를 위해 노트북 준비도 완벽!

드라마를 5편 연속으로 봤다.

‘아, 배고프다. 벌써 점심이네.’

복권만 사고 바로 돌아온다던 건호는 아직 소식이 없다.

‘설마 아직 줄을 서는 거야? 복권 사는 데 몇 초나 걸린다고 이렇게 오래 기다려? 밖에서 밥 먹나?’

도야는 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라면을 끓이는 중간에 들어오면 두 번 끓이기 귀찮다.

“아! 여보세요?”

낯선 목소리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 서건호 핸드폰 아닌가요?”

“서건호 환자분의 지인이신가요? 환자분이 많이 다치셔서 지금 병원으로 와주실 수 있나요? 안되면 가족들에게 연락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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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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