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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할머니와 괴물
게시물ID : readers_341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디펜히드라민
추천 : 1
조회수 : 2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9/03 10: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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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옛날 한 옛날 어떤 해변가 마을에 한 할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할머니가 젊은 시절 살았던 마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병이라기보다 기생충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뇌에서 행복을 느끼는 물질이 분비되어 평생 이 기생충을 위해 살게 되거든요.

심지어 이 기생충에 조종되어 전 재산을 날리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기생충에 감염되어 자신을 잃고 기생충의 노예가 되어

평생 그 기생충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기생충이 없는 해변가의 동굴에 집을 짓고 도망쳐 와서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매우 평온하고 안락하고 기생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해변가에 사람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와주려고 다가가보니 갈색 털로 온 몸이 뒤덮여 있었고 검은 입술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팔과 다리가 괴이하게 길고 특히 눈동자가 사람과 달랐습니다. 손톱도 검고 날카로웠습니다.

한 눈에 봐도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혹시라도 괴물이 자신을 해칠까 걱정이 되었지만 

쓰러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집으로 그 괴물을 데려갔습니다.

할머니는 괴물을 집으로 데려와 잘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었습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괴물이 할머니를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쭉 혼자서 살아왔던 할머니는 문득 괴물이 없어지면 외로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물이 혹시 떠나고 나면 혼자가 될거라는 생각이 슬퍼지곤 했습니다.


괴물의 몸에서는 가끔 냄새가 났고 할머니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을 먹어치웠지만

할머니는 괴물이 떠날까봐 두려웠고 그 괴물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괴물이 떠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혹시 몸에서 냄새가 나면 목욕을 시켜주었고, 검고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면 조심스럽게 다듬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것이 무서워 가지 않았던 마을로 가서,

잡은 물고기를 팔고 괴물을 위해 소고기와 닭고기를 샀습니다.

괴물은 할머니가 사온 소고기와 닭고기를 허겁지겁 먹어치웠습니다.

할머니는 늘 괴물에게 더 많은 고기를 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괴물에게 만약 자기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시점이 오면,

자신의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더 의미있고 보람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괴물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는 기생충에 감염될까봐 두려워 혼자 살던 해변가의 할머니가 죽었고,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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