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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일기(4) / 들풀
게시물ID : readers_341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3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14 1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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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들풀

     늘 지나다니던 등산로라 길 주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익숙한 곳은 눈길이 잘 닿지 않는 법이다.

그러다 문득 발아래에 눈길이 가 닿자 이름 모를 들풀들이 반긴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데도 들풀은 빈자리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강풍이 불면 바람과 함께 엎드려 숨을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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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가 퍼부으면 숨을 죽이며 온몸으로 감당할 뿐이다.

순응의 미덕이라는 게 본시 그런 것이리라.

그러므로 순응은 포기나 굴욕이 아니다.

바람은 멎게 마련이고, 소낙비는 그치게 마련이다.

들풀은 그런 풍파를 자양분으로 부지런히 짧은 나이를 먹고,

그러다 찬바람 불면 누런빛을 띠다가 마침내 대지로 돌아간다.

새봄이 오면 제 어미의 땅 위에서 새 생명으로 피어난다.

불가에서 말하는 윤희가 혹 이런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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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은 처음이 아니라 본디 있던 것의 영속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인간이 반드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태어남의 진위를 입에 담는 것은 종교의 영역이므로 삼가자.

다만, 이것이 우리가 선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것만으로 족하다.

불가로 가는 길이 어두운 탓인지 몇 걸음 못 가 발을 헛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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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에서 내 무지가 버둥거린다.

그곳 발끝 주위에도 들풀은 가득했다.

한 무리 바람이 스치자 들풀이 약속한 듯이 드러눕고 일어선다.

이미 바람과 약속이라도 된 듯이 한 마디의 불평도 없다.

아직도 어느 장관 후보자의 안타까운 자기변명이 귓가에 가득하다.

하찮은 풀만도 못한 삶이 아닌가 싶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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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도 드러눕지 못한다면 꺾일 뿐이다.

부족함과 무지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고개를 숙이는 일은 더욱 힘들다.

처음부터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릇 사람을 일러 어리석다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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