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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05
게시물ID : readers_34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임스james
추천 : 3
조회수 : 2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4 01: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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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몇 반인지 알려줬어야지~ "

"한참 걸렸잖아~ "


나는 말없이 서 있었다. 교실의 아이들도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무슨 일로... "


"아 다른 게 아니라 너 집 좀 살잖아."

"우리가 6학년이라 중학교가기 전에 좀 놀아야 하거든"

"돈 좀 보태라고~"

"오락실엔 그동안 왜 안 왔어?"


"돈 없는데요? "


" 이 새끼가 어디서 구라를~ "

" 야, 5천 원짜리 들고 다니는 새끼가 어디서... "


" 그게 그날 아버지한테 용돈 받은 날이라 그런 거고 이제 진짜 없어요."


"야, 그럼 또 받았을 거 아냐? 좀 나눠쓰자~ 우리가 좀 가난해서 그래~ 응? "


" 아니 진짜 없다니까요. 저희 집도 가난해요~! "


갑자기 주먹 하나가 내 가슴을 때린다.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게 분명 진수형이다.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마침 선생님 소리가 들린다.

"야 이놈들아 6학년들이 여기 왜 있어?! "


"아니 그게. 동생 만나러 왔어요~"

6학년들이 급하게 돌아간다. 진수형이 한 마디 한다.


"내일 또 온다! "

 

모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어떤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형한테 말해볼까? 선생님께 이야기해볼까? 아니면 부모님께…

그 무엇도 해결책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 따끔한 주먹의 느낌이 가장 먼저 와닿았다.



저녁밥을 먹고 책상에 가만히 앉았다.

형은 시험이 끝났다며 일찍 잠들었다.

덩치도 작고 순하기만 한 형이지만 의지하고 싶었다.

형을 깨웠다.


“형.. 일어나 봐.. 아, 좀 일어나라고~”

형은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아 왜??”

“형 나 큰일 났어..”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형은 잘 울지 않던 내 모습에 당황을 한 듯 되물었다.

“야, 너 뭔 일 있어? 왜 그래??”

 

나는 울먹이며 진수형과의 일들을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형에게 어떤 해결책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형은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형을 찾았지만 형은 이미 등교하고 없었다.

매일 1시간씩이나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형은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집 밖을 나섰다.


수업이 시작했지만 선생님의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복도 쪽 창문만 힐끔 바라볼 뿐이다.

쉬는 시간이면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대변을 보는 곳에 들어가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간혹 몇몇 친구들이 무슨 일이냐며 묻기도 했지만

나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둘러댔다.


그렇게 며칠을 반복적으로 보냈다.



친구 중에 동훈이라는 놈이 있다.

덩치는 큰 놈인데 성격이 온순하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숫기가 없던 나와 어느 순간친해진 녀석이었다.

내가 짱이라고 불린 다음부터는 한동안 만나질 못했던 녀석인데

오늘 갑자기 찾아와 용돈을 받았다며 떡볶이를 같이 먹자고 했다.

나는 그러기엔 요즘 너무 불안한 상태였다.


“오늘 내 생일인데....”


동훈이의 가족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집에 가면 항상 혼자라고 했었다.

가끔 우리 집에 와서 너무 늦게까지 집에 가질 않아서 어머니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결국 동훈이랑 떡볶이집을 찾았다.

다행히 6학년 형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우리는 놀이터에 가서 모레 바닥을 뒤집으며 조개껍질을 찾았다.

동훈이랑 예전에 많이 하던 놀이다.

오랜만에 동훈이랑 놀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해가 질 녘에 우리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불안한 감정이 사라져서 그런지 그냥 기분이 좋았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하니 배가 고파왔다.

어디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만수 동생!!”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진수형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 앞에는 우리 형과 윤석이 형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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