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온인간(變溫人間)

 

부드러운 살결을 가진

비릿한 날콩 냄새를 품은 여자였다.

그러기엔 너무 늙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늘어진 몽고반점으로 추억할 수 있는 정도였다.

축 처지지 않은 적당한 살집에서 나오는 정겨운 매력이 있었고

그 속에는 항상 뜨거운 피가 남모르게 끓고 있었다.

손을 잡으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지는 온기를 건네주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런 그녀는 여자였다.

이 점은 재미있거나 또 슬픈 맥락이기도 했다.

특유의 새침한 목소리는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다가도

그녀의 성을 깨닫게 했다.

그건 어쩌면 우리의 경계를 허무는 도화선이었는지 모른다.

그녀의 날콩냄새가 진해진 것도 이런 일이 잦아질 즈음이었다.

 

따뜻한 그녀와는 대비되게 나의 피는 푸른색이었다.

주위에 맞춰 온도를 달리했고

이를 귀족의 처세술로 치부하며 부질없는 자긍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염세적이고 반항적인 성격이 세련된 줄 알았고

고독의 맛은 천재의 무명시절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까닭을  알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라는 정체성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그녀를 만나게 되었을 때는

차가운 겨울에 일광욕을 하는 마냥 흥분해서는

나를 마구 부풀렸다.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슬픈 일이라곤 없는 것처럼 떠들어댔다.

한참을 으스대다 요즘 잘 지내느냐는

그녀의 걱정어린 안부 인사를 듣고선

애린 애같이 부끄러워졌다.

따뜻한 사람은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었지만

냉혈동물은 자신 하나 돌보기도 버거웠다.

여기저기 헤매며 자신의 좌천을 알리기에 바빴고

그건 요동치는 온도계였다.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차가운 나의 온도를 꿰뚫은 것이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사람들은 한두 겹씩 옷을 껴입고는

몸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도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얄팍한 겉옷을 챙겨입었다.

실상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차가운 온도가

나 자신인 셈이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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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작가의 생명연습을 읽고 갑자기 글쓰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쓰게 된 글입니다.

사실 상당히 장편의 글을 생각하고 쓴 도입부인데요. 

쓰다보니 너무 허황된 세상을 그리는게 아닐까 생각해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아직 고등학생인 제가 벌써 어른의 세상 그것도 30이 다 되어가는 삶을 쓴다는 것이

겉멋들고 유치한 글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요.

날카로운 말투라도 상관없으니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