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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1) / 4월의 첫날
게시물ID : readers_343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막인생
추천 : 1
조회수 : 2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13 2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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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4월의 첫날
 
모처럼 출근을 걸어서 하기로 했다. 주변의 일상들은 늘 자동차 속에서 바라보아온 탓에 걸어가면서 보는 풍경들이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달콤한 잠에서 깨어난 부산한 발걸음들과, 등굣길 학생들의 쾌활한 얼굴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다. 집 앞 삼거리를 지나자 몸에 훈훈한 열기가 펴져왔다. 3월이 다 갈 때까지 태백준령 너머 강원도 지방에는 폭설이 내렸다. 번번이 기상예보는 빗나갔고 사람들은 주말 휴가계획을 짜기가 어렵다고 연실 투덜거렸다. 오히려 폭설에 갇힌 산간 지방의 사람들은 하늘이 하는 일이라며 순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다녔다. 기상이변이라고 했다. 사실 근년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으므로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좀 더 시비 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걸 재앙의 징조라고 했다.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라고 했다. 석유 값은 치솟고 정책입안자들은 갑작스런 날씨변화에 눈치를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봄은 그 틈을 비집고 해방군처럼 다가왔다. 해방군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부산하게 했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볼륨을 높여주었다. 온 몸에 열기가 가득했다. 골목을 돌아들었을 때는 걸음을 늦추어야 했다.
어젯밤의 열기가 다시금 엄습한 탓에 남자는 몸을 떨었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에게 몰입한 탓에 넘쳐나는 열기를 주체하지 못했다. 끝없는 경직과 이완이 교차되면서 수도 없이 몸을 떨었고 먼 우주가 그리로 쏟아져 들어와 함께 뒹굴었다. 도시의 밤하늘은 언제부터인가 별을 잃어버렸다. 어린 시절 보았던 참으로 예쁘게 반짝거리던 별들이 공룡 같은 이 거대한 도시의 밤하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우주는 텅 비어 있었다. 그 텅 빈 우주를 향해 우리는 밤새 유영을 하였다. 텅 빈 하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가다가 퇴색한 카시오페아를 돌아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은 북두칠성을 보았다. 여자와 남자는 북두칠성의 한 끝을 돌아 북극성으로 날았다. 북극성은 먼 옛날부터 극점으로 존재했다. 북극성으로 날아오르는 동안 여자와 남자는 또다시 수없는 부침으로 몸을 떨었다.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하였다. 끝내 온 몸의 구석구석이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일어나 저마다 자기 존재를 알리려 애쓰고 있었다. 먼데 가로등이 싸한 밤공기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희끗하게 내다보이는 바다에는 이미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갯벌은 한낮의 피곤을 걷어내고 벌거벗은 여인마냥 속살을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학교 앞 큰 사거리는 횡단보도가 너무 길었다. 사방에 늘어선 자동차들은 언제 달려들지 모를 기세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발걸음은 그래도 장난스럽다. 가끔씩 걷기를 즐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걷기는 그 자체에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소 먼 거리라 할지라도 생각은 거리감을 잊게 만든다. 생각이 생각에만 머물게 되면 그건 몽상이 된다. 그건 어린 시절의 환상과도 다른 것이어서 별로 유쾌한 일이 못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날의 일은 참으로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 강화도 가요.
-? , 강화도. 그런데 왜 갑자기 강화도를?
-그냥요. 아직 시간도 많고.
도시의 외곽도로는 다소 한산했고 차창 밖으로 펼쳐진 들판에는 스멀스멀 봄기운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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